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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대 소송 불가"…수렁에 빠진 공원 일몰제

중앙일보 2019.10.10 05:41
지난 7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1년 앞두고 관련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1년 앞두고 관련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내년 7월 일몰제를 앞둔 도시공원 조성이 수렁에 빠졌다. 공원 조성을 위한 돈과 시간이 부족한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지 않게 들어간 공원 개발 비용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내년 7월 공원 일몰제 앞두고
난항 겪는 민간공원특례사업
일몰까지 실시계획인가 못받으면
사업자들 수십억대 투자비 날릴 판

2000년 도입된 공원일몰제는 지자체가 사유지 등 도시ㆍ군 계획 시설상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를 20년간 시행하지 않으면 해지해야 하는 제도다. 공원에서 해지되면 지주는 공원 이외 용도로 땅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정해 놓고 장기간 집행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도입됐다.     
 
일몰제 적용을 받으면 공원으로 결정됐으나 조성되지 않은, 서울 면적의 60%(363.3㎢)에 달하는 전국의 도심 공원용 땅이 사라지게 된다. 지자체가 이를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하려면 40조원이 든다.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의 경우 규모가 큰 주요 공원의 경우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전국 77곳, 30㎢에 달하는 공원이 민간자본으로 조성된다. 민간 투자자가 전체 부지의 30%를 아파트와 같은 비 공원시설로 개발해 수익을 내는 대신 나머지 공원시설을 만들게 하는 방식이다.    
사라질 위기의 도시공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사라질 위기의 도시공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공원조성 어떻게 추진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공원조성 어떻게 추진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민간공원 특례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민간특례 사업의 시효도 내년 6월 30일까지인데 그때까지 실시계획인가(도시계획시설용지의 인허가)를 받지 않으면 사업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일몰 이후 공원으로 묶인 땅은 지주에게 되돌려줘야 하고, 그동안 사업을 추진해 온 투자자는 투자비를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지난 8월 부산ㆍ대전ㆍ대구ㆍ강릉ㆍ청주시 등 전국 지자체 15곳이 연대해 국토부에 공문을 보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유예기준을 바꿔 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주시는 “민간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내년 6월까지 인허가를 받기가 역부족”이라며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사업 협약을 맺고 사업시행자가 지정된 프로젝트의 경우 일몰제를 유예하고 사업을 추진하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 중인 한 시행업체 대표는 “대다수 특례사업의 규모가 크다 보니 인허가를 받기까지 드는 투자비용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면 1개월 내 토지 보상비의 80%를 지자체에 예치해야 하고, 실시계획인가를 위해 각종 심의를 받는 비용 등 각종 투자비가 최소 100억원이 드는데 사업이 무효가 되면 모두 매몰 비용으로 날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럴 경우 치열한 소송전이 예상된다. 일몰제에 걸려 날리게 된 투자비를 누가 보상할 것이냐를 놓고서다. 민간투자자들은 2015년 공원녹지법이 개정되면서 공원 기부채납 비율이 80→70%로, 비 공원시설 비율은 20→30%로 올라가면서 사업성이 나아지면서 그제야 시작할 수 있었다며 국토부의 늦장 대응을 탓한다. 법 개정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다. 
 
국토부는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가 임기 내 문제에만 골몰해 관심을 주지 않았다며 지자체를 탓한다. 지자체는 대다수 도시공원이 1970년대 중앙정부에서 지정해 놓고 시행하지 않다가 떠넘겼다며 항변한다.  
도시공원일몰제 집행을 앞두고 대구시 범어공원 토지소유주들은 사유지에 철조망과 펜스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도시공원일몰제 집행을 앞두고 대구시 범어공원 토지소유주들은 사유지에 철조망과 펜스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최근 한 지자체에는 민간업체와 사업 협약을 맺을 때 ‘2020년 6월 30일까지 실시계획인가 완료하지 못할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겠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전국 77개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자체와 사업 협상 중인 곳이 27곳, 지자체와 협약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43곳, 시행자를 지정하고서 실시계획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곳이 총 7곳이다. 
 
하지만 지자체 관계자는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7곳도 일몰 전 인가를 받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심의를 받으려면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의 김수나 활동가는 “20년간 문제를 방치한 정부가 지자체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하며 종합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최소 3년의 실효 기간 유예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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