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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챔피언의 비밀] “유기농 이유식 1위 HIPP, 6000여 납품 농가 가족처럼 챙겨”

중앙일보 2019.10.10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상장사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상장사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금까지 국책과제로 진행한 연구개발(R&D)은 'R&D를 위한 R&D'였다.”  
조병선(65)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지난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원장은 소재·부품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빈약한 R&D 투자와 금융 지원을 꼽았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
지역사회 유대가 히든 챔피언 비결
한국 R&D 국책과제용이 대부분
기업에게 중요한 건 실제 제품화

  
그는 "핵심기술 개발도 각자 하는 데다 정부의 R&D 정책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정책과제 성공이 아닌 실제 제품화로 이어지는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히든 챔피언’의 3요소로 ^대를 이어 축적된 기술 ^기업·대학 등이 참여하는 인재 개발 ^노사 간 상생 등을 꼽았다. 조 원장은 독일 쾰른대학에서 경제공법을 전공했다. 
 
한국의 히든챔피언은 얼마나 될까.
수년 전, 전 세계 2734개 중 한국이 23개였다. 지금은 50개 정도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인재를 확보한 기업이 적지 않다. 한국카본(소재), 와이즈원(절삭공구), 동진세미캠·네패스(반도체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등 선진국과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인재 개발이 가장 큰 애로라고 말한다. 기업은 취업준비생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미래 성장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적은 연봉이라도 인생을 걸어볼 만한 회사로 여길 것이다. 사회적 관심·애정도 중요하다. 대기업과 비교만 해선 안 된다.  
 
최근 독일의 인재개발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독상공회의소 등이 중재에 나서고 벤츠·BMW코리아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학생은 아우스빌둥(Ausbildung), 두알레스 스타디움(Duales Studium·일학습병행제)을 통해 현장에서 기업과 인연을 맺는다. 한국의 중견·중소기업도 이런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버지가 기술자로 일한 회사에서 아들·손자가 일하고, 그렇게 수 대에 걸쳐 기술과 인재가 이어져야 히든챔피언이 된다.
  
상생이란. 
독일 히든챔피언 중엔 가족기업이 많다. 오너는 고객사뿐만 아니라 근로자, 협력업체, 지역사회를 가족처럼 여긴다. 최근 유기농 이유식을 4대째 이어온 독일의 힙(HIPP)이란 히든챔피언을 방문했다. 재료를 납품받는 6000여 농가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더라. 또 농가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일정 가격 이상을 보장한다. 독일 기업엔 '파종과 수확을 함께'란 격언이 있다. 그래야 '쌍방향 로열티'를 갖출 수 있다. 또 가업 승계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상속세가 독일보다 더 높다.
 
히든챔피언이 되려면 연구개발(R&D)이 핵심일 텐데. 
독일은 핵심기술, 즉 경쟁기술은 독자 개발한다. 압도적 기술은 특허 출원도 하지 않고 꼭꼭 숨긴다. 그러나 경쟁전기술은 국책연구기관이 전적으로 맡는다. 지금까지 한국의 R&D 국책과제는 대학·연구기관이 맡아왔다. 과제 자체 성공률은 높지만, 실용화가 되지 않았다. 'R&D를 위한 R&D'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술을 재탕하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방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 이후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R&D 육성책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꾸준해야 한다. 이벤트성으로 가면 또 예전처럼 되고 만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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