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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손학규 “안·유 신당은 절대로 없을 것”

중앙일보 2019.10.10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제3당 쪼개 또 다른 제3당 만들겠다는 변화와 혁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아래 사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7일 오전 9시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실과 바로 옆방인 원내대표실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비상회의를 갖고 있다. [뉴스 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아래 사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7일 오전 9시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실과 바로 옆방인 원내대표실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비상회의를 갖고 있다. [뉴스 1]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로 수은주가 뚝 떨어진 7일 오전 9시 국회의사당. 바른미래당 대표실로 향하는 손학규 대표의 표정이 밝지 않다. 154차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대표실엔 손 대표와 좌우에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손을 굳게 잡고 활짝 웃는 대형 사진이 걸려있다.
 

“변혁, 탈당해도 한국당행은 어려워
안철수 거부 탓에 신당도 힘든 상황
조국 사태로 무당층 급증하는 만큼
연말쯤 새 인물 영입해 승부 나설 것”

성원이 안돼 한 눈에도 썰렁한 회의다. 손 대표가 “분파적 모임에 참석하는 의원들에 해당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유승민 의원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모임을 안건에 올렸다.
 
같은 시간 유 의원은 당대표실 문 앞 복도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에 나섰다. 바로 옆방인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서 의원 10명과 함께 ‘변혁’ 회의를 마친 직후였다. 마침 전날 안철수 전 대표의 ‘돌연 미국 행’ 소식이 알려진 터라, 질문은 여기에 집중됐다. 안 전 대표가 발을 뺀 것이냐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위 사진)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7일 오전 9시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실과 바로 옆방인 원내대표실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비상회의를 갖고 있다. [뉴스 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위 사진)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7일 오전 9시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실과 바로 옆방인 원내대표실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비상회의를 갖고 있다. [뉴스 1]

유 의원은 “(함께하자고) 연락 중이다. 마땅히 힘을 보태주실 거라 기대한다”며 부정적 뉘앙스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는 휴일이었던 전날 청년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그땐 “안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미국이 아니라 우주라도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겉으로 드러난 모양만 놓고 보면 바른미래당 분당은 초읽기다. 지난해 초 창당된 뒤 노선과 당권을 놓고 늘 반목과 대립의 연속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시간 따로따로 회의에다 노골적 설전이 고소·고발로 번져갈 태세다.
 
변혁은 소속 의원 28명 중 안철수·유승민 쪽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손 대표의 당권파에 맞서 결성한 당내당(黨內黨) 성격의 모임이다. 유승민 의원을 대표로 뽑고, 빠른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탈당이 한국당과의 통합으로 가는 야권 재편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냐 여부가 관심사다. 유승민 의원에게 물었다.
 
변혁 모임의 성격이 뭔가. 손학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건가 아니면 신당 창당을 준비하나.
“손학규 대표와 싸우자고 정치하는 거 아니다. 뭔가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탈당이든 신당 창당이든 선택할 거다.”
 
한국당과의 합당도 고민 중인가.
“그런 얘기까지 하는 건 아니다. 탈당과 신당 창당을 논의한다.”
 
안철수 전 대표가 미국에 머문다는 건 함께하기 어렵다는 뜻 아닌가.
“안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미국에 있든 독일에 있든 어쨌든 연락이 닿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그동안의 3당 실험에 실패했다. 이제 3당을 쪼개 또다시 3당을 만든다는 건데 상황이 더 어렵지 않겠나.
“그건 당신 생각이고. 하하하.”
 
정당 지지도

정당 지지도

한마디로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다”란 대목에서 유 의원은 단호했다. 그럼 제3당을 깨서 또 다른 제3당을 만들겠다는 건데, 첩첩산중의 길이다. 우선 총선이 불과 반년 앞이다. 당장 교섭단체를 구성할 20명을 채우는 게 난망하다. 무엇보다 창당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유승민 두 전 대표가 거대 양당의 패권주의에 맞서자고 만들었다. 유승민 의원은 얼마 전 바른미래당의 제3당 실험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제 또 다른 안·유 제3당 창당이란다. 게다가 안 전 대표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날 오전 변혁 모임엔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도 참석했다. 그에게 물었다.
 
안 전 대표 입장은 뭔가.
“본인의 정치재개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왜 변혁 모임에 참여하나.
“손학규 대표 체제론 당의 돌파구를 열 수 없다. 우리가 탈당하든 손 대표가 퇴진하든 긴장도를 높여야 할 때다. 거기까지는 합의가 됐다. 하지만 신당을 만드느냐 여부는 안 전 대표와 교감이 된 게 아니다. 거기선 차이가 있다.”
 
탈당하면 언제쯤일까.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12월에 시작된다.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진 어느 쪽이든 결론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3당을 만들자고 3당을 쪼개는 건데 설득력 있겠나. 한국당 행도 검토하나.
“한국당으로 가는 걸 상정하고 참여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다. 한국당을 대체하는 제1 야당이 전략적 목표다. 3당을 목표로 하는 신당은 없다.”
 
유승민 의원과 바른정당 쪽 중심의 모임이라면 현실적으론 한국당 복당이 상대적으로 쉬운 길이다. 실제로 바른미래당 탈당 후 한국당에 복당한 이학재 의원 등 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그런 움직임에 찬성 사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 조국 사태를 겪으며 범보수 세력이 ‘반문’ ‘반조국연대’를 기치로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할 상황이 아니다.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태극기 세력이 유 의원을 여전히 ‘배신의 아이콘’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략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 저지가 걸림돌을 없애고 한국당과 통합으로 가는 1차 접점으로 꼽힌다.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가 바른미래당의 동조로 가능했던 만큼 ‘변혁’이 파기에 앞장서면 ‘탄핵 책임’을 지적하는 한국당 내 반발을 무마시키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무리한 통합까진 아니라도 느슨한 선거연대 등의 보수 재편론도 무성하다.
 
어느 쪽이든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가 탈당할 경우 보수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분당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변혁 의원 15명 가운데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6명은 비례대표다. 비례대표 의원 출당은 당 윤리위원회 제명 결정과 의원총회 3분의 2 이상(최소 17명) 찬성이 필요한 만큼 당권파 협력이 불가피하다. 손학규 대표가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
 
썰렁함과 흥분이 교차했던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손 대표를 만났다.
 
유승민 의원의 구체적 요구는 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유 의원 상황 아니겠나.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하겠다는 건데 안 전 대표는 일단 거부한 것이고, 탈당하고 싶지만 주변 사정은 쉽게 나갈 수 없는 형편이고….”
 
안철수 전 대표의 뜻은 뭔가.
“여러 경로로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연락이 전혀 안 된다.”
 
어떻게 당을 수습할 생각인가.
“유 의원이 나가겠다면 막을 길은 없다. 다만 나가도 한국당은 반기지 않을 테고 독자 정당도 난감할 거다.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의 대립 탓에 당이 지금 이런 모양이 됐다. 반목을 생각하면 안·유 신당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혹시 안철수 독자 신당이라면 몰라도….”
 
바른미래당 활로는 뭔가.
“총선까지 6개월은 길다. 결국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간 승부다. 상징적 인물 한두 명이면 확 몰릴 텐데, 어쨌든 지금 보수나 지금 진보는 분명하게 아니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무당층
대한민국 정치에서 제3의 길은 고난의 역사다. 유권자의 새 정치 열망이 제3당을 끊임없이 탄생시켰지만 평균 3년의 존속 기간을 보였다. 선거만 치르면 부진한 성적으로 1, 2당에 흡수·통합되거나 소멸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창당 이유로 바로 그 점을 들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그는 “한국 정치사는 제3당 잔혹사다. 짧으면 1년, 길어도 11년을 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긴 생명을 유지한 제3당이 자유민주연합이다. 1995년 창당 뒤 이듬해 총선에서 50석을 차지했고 97년 대선에선 DJP연합(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다 2000년 총선 참패 후 2006년 한나라당에 흡수됐다. ‘충청 지역당’이란 기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정당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색깔로 구심점을 만들지 못했다. 안철수·유승민·손학규 쪽 외에도 호남계와 독자 노선파, 다른 정당에 협조하는 비례대표까지 고루 혼재돼 있다. 그냥 어색한 동거와 애매모호한 노선으로 집안싸움에 주력 중이다.
 
그런데도 제3지대 신당 얘기가 또다시 나오는 건 무당층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넷 중 한 명꼴이란 여론조사와 달리 정치권에선 ‘40%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체감지수를 전하고 있다. ‘안철수 현상’이 확산되던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지난 1일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무당층에선 14% 지지로 압도적 1위였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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