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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민주주의·기업성장 저해”

중앙일보 2019.10.10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모레노 IDB 총재는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남미의 포퓰리즘을 우려하며 ‘불평등 심화’가 포퓰리즘 확산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모레노 IDB 총재는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남미의 포퓰리즘을 우려하며 ‘불평등 심화’가 포퓰리즘 확산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중남미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역풍을 맞았다. 한때 ‘세계 4대 경제 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좌파 포퓰리즘 ‘페론주의’ 회귀 가능성에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의 포퓰리즘을 계승한 마두로 정부의 실정(失政) 아래 굶주린 국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알베르토 모레노 IDB 총재 인터뷰
중남미 2~3년 내 주요 선거 몰려
포퓰리즘 사라질 것으로 기대
미·중 무역분쟁에 전 세계 피해
양국 조만간 합의점 찾을 것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Moreno ·66)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는 지난 8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런 포퓰리즘 확산에 우려를 나타내며 “정치적 이념 싸움에 국민들만 희생양이 됐다. 민주주의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포퓰리즘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레노 총재는 ‘제5차 한-중남미 비즈니스 서밋’ 에 참석차 서울을 찾았다. 콜롬비아 경제개발 장관, 주미 대사를 거쳐 2005년부터 14년째 중남미 최대 개발금융기관 IDB 총재를 맡고 있는 그는 차기 콜롬비아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다음은 문답.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중남미 정치·경제의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나의 아내는 베네수엘라인이다. 장모와 가족들이 여전히 베네수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정치가 문제의 핵심이다.  내년까지는 이 추세가 지속되겠지만, 중남미 주요 선거가 몰려 있는 2021년, 2022년에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중남미에서 포퓰리즘이 극성인 이유가 뭔가.
“불평등한 사회 구조 때문이다. 중남미는 세계 어느 곳보다 빈부의 격차가 크다. 다행히도 중산층이 10년간 두 배 넘게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했고, 많은 국민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포퓰리즘은 곧 수그러들 것으로 본다.”
 
중남미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불확실성은 크지만, 젊은 인구를 기반으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최근 중남미에서 탄생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만 19개다. 핀테크, 음식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보수적인 전망치를 기준으로 해도, 2030년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 등 6개 국가의 GDP 총합은 9조 달러(1경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인구는 7억2000만명에 달할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은 한국뿐 아니라 중남미 경제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조만간 양국은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 서로에게 타격만 주는 무역 전쟁을 오래 끌 이유는 없다. 정치적 사안이 결부되어 있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피해를 최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IDB는 중국과 중남미 교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미국 눈치가 보이지 않나.
“지난 100년 동안 미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경제·정보과학·문화 모든 면에서 중남미에 가장 중요한 교역국이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중국 기업은 중남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넓혔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중남미 수입 시장에서 미국은 50% 이상을 차지했는데, 이제 30%로 떨어졌다. 그 사이 중국 점유율은 3%에서 20%로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 전쟁 불똥이 중남미로 튈지 모르는데, 대비책은.
“중남미 지역 경제 통합에 힘쓰고 있다. 강한 지역 경제는 글로벌 경기가 나빠졌을 때 완충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우루과이·파라과이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멕시코·칠레·콜롬비아·페루로 구성된 태평양동맹이 서로 힘을 합치려고 하는 것이다. 단순한 경제블록을 넘어 유럽연합(EU)과 같은 통합체제를 지향한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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