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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新재테크···한방에 1억내자 月연금액 35만→118만원

중앙일보 2019.10.09 16:29
추후 납부 제도를 활용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뉴스]

추후 납부 제도를 활용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사는 49세 여성 A씨는 1990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하지만 연금 보험료를 실제로 부은 건 8개월에 그쳤다. 연금 수령을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10년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연금 수령을 위해 소득을 신고하고 지역가입자가 됐다. 그리고 과거에 안 낸 보험료를 나중에 내는 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키로 결정했다. 241개월 치(20년 1개월), 1억150만9200원을 한 번에 납부했다. 그 덕분에 월 연금이 35만원에서 118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물론 연금 가입 상한 연령(59세)까지 가입해야 한다. 
연령별 국민연금 추후납부 신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연령별 국민연금 추후납부 신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9일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A씨 같은 국민연금 추후납부 신청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추후납부는 연금 보험료를 제 때 납부하지 않은 사람이 별도 신청 후 나중에 낼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추납 신청 건수는 12만3559건으로 2014년(4만1165건)의 3배가 넘는다. 특히 은퇴 직전인 50~60대에 추납하는 사람이 10만6458명(지난해 기준)이었다. 전체 추납 신청자의 86%를 차지한다. 고령화 추세 등과 맞물리면서 노후 대비 차원에서 뒤늦게 ‘벼락치기’로 연금액 늘리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추납 신청 5년새 3배로 늘어
은퇴 앞둔 5060 세대가 신청자의 86%

60세 남성, 286개월치 몰아서 내기도
'여유 있는 사람만 혜택' 지적도 나와


 
그러다 보니 한 번에 몰아서 내는 최대 추납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엔 6903만3600원, 2017년 9011만4300원, 올 8월 1억150만9200원으로 커졌다. 최소 추납액인 2만7000원과 비교하면 3760배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 추후납부 기간별·금액별 상위 10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민연금 추후납부 기간별·금액별 상위 10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추납 금액뿐 아니라 추납 기간도 늘어난다.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금액이 늘어나서 나중에 연금 수령 시 유리하다. 10년 치 이상의 연금 보험료를 몰아서 낸 사람은 2014년 1778명에서 지난해 1만3984명으로 뛰었다. 20년 넘는 보험료를 추납 신청한 경우도 올해만 193명에 이른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60세 남성 B씨는 1995년 연금에 가입했지만 보험료를 납입한 건 2개월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의계속 가입(60세 이후)을 개시하면서 올해 추납 제도를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1995~2019년 내지 않았던 286개월 치(23년 10개월) 보험료 2574만원을 납입했다. 연금 수령이 불가능했던 B씨는 이를 통해 월 45만7000원을 받게 됐다.
추납 제도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포토]

추납 제도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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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유 있는 사람들만 추납 혜택을 받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납 보험료는 신청 시점의 기준소득월액에 해당하는 ‘연금 보험료’에 본인이 내고자 하는 기간의 ‘월수’를 곱해서 정한다. 노후 준비를 안 하다가 한꺼번에 부어도 되기 때문에 성실 납부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스트리아ㆍ프랑스ㆍ독일 등에선 학업ㆍ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등으로 신청 사유를 제한하거나 추납 인정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두면서 가입자 간 형평성을 조정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추납 제도가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고 노후 소득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한정 추납 기간 인정하기보다는 특정 사유만 인정해주거나 점진적으로 최대 인정 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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