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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대폭 축소한 미군…동남아·유럽서 대규모 연합훈련

중앙일보 2019.10.09 15:44
미국이 내년에 동남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그간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미국은 이들 훈련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나설 방침이다.

한반도서 동남아로 전략적 무게 이동 관측

 
미 군사전문매체 성조지(Stars & Stripes) 등에 따르면 미 육군은 내년 가을 약 1개월 일정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제1회 ‘디펜더 퍼시픽(Defender Pacific)’ 훈련을 실시한다. 서태평양 섬들을 거쳐 미 본토에서 1만명 병력이 투입되는 훈련으로 필리핀ㆍ태국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브루나이 등 남중국해의 섬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는 나라들과 함께 진행된다. 이 매체는 디펜더 퍼시픽 훈련 규모가 내년 이후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 [AP=연합뉴스]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 [AP=연합뉴스]

해당 훈련에는 중국의 해양 관할권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돼 있다.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육군 대장)은 성조지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미사일은 태평양의 전략적 방정식을 바꿨다”며 “중국의 ‘반접근/접근거부(A2/AD·Anti-Access/Area Denial) 전략’으로 인해 이 지역에 대한 미군의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브라운 사령관이 언급한 중국의 미사일은 둥펑(DF) 계열 탄도미사일로 관측된다. 중국은 지난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DF-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했다. 현지 언론은 이 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8~10 안팎으로 미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망으로 요격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 DF-21D 역시 사정거리가 최대 3000㎞에 달해 서태평양의 미군 항공모함에 위협으로 꼽힌다.
 
미군은 디펜더 퍼시픽 훈련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2개의 ‘섬 사슬(island chains)’을 확립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을 봉쇄하고 압박하려는 의도다. 필리핀·일본·대만이 첫째 사슬이고, 일본·괌·팔라우가 둘째 사슬이다. 브라운 사령관은 “디펜더 퍼시픽 훈련에 파견된 군인들은 이들 체인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6~10개국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A2/AD전략에 나오는 제1도련선, 제2도련선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이지스순양함 챈설러즈빌함(CG 62)에 탑승한 미 해군이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강습상륙함 복서함(LHD 4)을 망원경으로 살피고 있다. [사진 미 7함대 페이스북]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이지스순양함 챈설러즈빌함(CG 62)에 탑승한 미 해군이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강습상륙함 복서함(LHD 4)을 망원경으로 살피고 있다. [사진 미 7함대 페이스북]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미 7함대는 9일 페이스북에서 이지스순양함 챈슬러즈빌함(CG 62)이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강습상륙함인 복서함(LHD 4)과 나란히 항해하는 사진을 내걸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 CG 62가 미 7함대 작전 지역으로 전진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지난 1일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 무기를 선보인 데 따른 대응 조치다.

 
이밖에 미 육군은 내년 봄 유럽에서 ‘디펜더 유럽(Defender Europe)’ 훈련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약 2만명 병력이 동원되고, 나토 회원국 등에서 약 1만7000명 병력이 추가로 참여한다. 이는 미군의 25년만의 대규모 유럽 훈련으로 러시아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군 안팎에선 동남아와 유럽을 새 훈련 요충지로 삼은 미국 상황이 한반도의 전략적 지위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남는 군사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특히 중국 견제를 놓고 미국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서 아시아 전략 비중을 한반도에서 동남아로 옮기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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