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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잡으려 백악관에 거짓말 탐지기 놓자는 트럼프

중앙일보 2019.10.09 08:30
8일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8일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관료들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쓰는 방안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내부고발로 탄핵조사 시작
고위 행정관료의 NYT 익명 기고
정보 유출 때마다 탐지기 언급
도입 불가 잠정 결론, 겁주기 용도


 
백악관 내부 사정이 언론에 보도되고, 내부고발로 인해 탄핵조사까지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 유출자를 잡겠다며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백악관 내부 정보 유출 사건이 생길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 탐지기를 주문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해서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익명의 행정부 고위 관료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트럼프를 저지하겠다고 다짐하자 백악관은 기고자 색출령을 내렸다.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2017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멕시코·호주 정상과 한 통화 녹취록이 유출됐다. 
 
최근에는 내부고발자가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가 부적절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 하원의 탄핵조사가 시작됐다. 내부고발자는 한 명에서 여러 명으로 늘어났다. 
 
트럼프는 특히 자신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면 "왜 이걸 막을 수 없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한 관료는 "그럴 때면 대통령은 모든 백악관 직원에게 거짓말 탐지기 시험을 해서 누가 언론에 떠드는지 밝혀내길 원한다"고 전했다.
 
특히 보도 내용이 사실인 경우 더 화를 낸다고 한다. 의심받는 직원들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자발적으로 받겠다고 자원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거짓말 탐지기에 집착했다고 한다. 특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임을 비롯해 궁중 암투 같은 백악관 뒷이야기가 언론에 흘러 들어갈 때 예민하게 반응했다. 
 
참모들이 말리는 바람에 실제 도입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정보 유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트럼프는 "직원들에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악관 관료들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에 공감하며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쓰는 것은 불법 요소가 있다고 잠정 결론이 났지만, 더는 정보를 유출하지 않도록 겁주는 효과를 노리고 트럼프가 계속 언급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기밀 유출은 국익을 해친다. 대통령이 화를 낼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이 거짓말 탐지기를 언급하는 걸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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