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계리 3·4번 갱도 보수하면 핵실험 가능”

중앙일보 2019.10.09 00:47 종합 1면 지면보기
박한기 합참의장이 8일 지난해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상황에 따라 보완하면 살릴 수 있는 갱도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한기 합참의장 국감서 밝혀
군, 원상복구 가능성 처음 인정

대변인 “추가할 부분 없다” 반복
북 “북극성 3형 탄도미사일” 인정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풍계리 핵실험장의 원상복구 가능성이 거론된 적은 있지만 군 당국이 이를 인정한 건 처음이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풍계리의 1·2번 갱도는 다시 살리기 어렵지만 3·4번 갱도는 상황에 따라 보수해서 쓰는 게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핵실험 재개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다. 김 순회대사는 지난 5일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가 유지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렸다. 결렬은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의장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만 폭파된 것 같다는 당시 언론 보도가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재사용하려면 수주에서 수개월 정비해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국방부 정보본부장도 “현재까지 복구 움직임은 없지만 어느 정도 복구한다면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재차 확인했다.
  
“북 SLBM 발사 안보리 결의 위반” 묻자 대답 피한 외교부
 
박한기 합참의장(앞줄 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뉴시스]

박한기 합참의장(앞줄 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뉴시스]

지난 8월 미 국무부는 ‘2019 군비통제·비확산·군축이행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거의 확실히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 포기 및 비핵화 약속에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전인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모습을 취재진에 공개했지만 전문가 검증은 허용하지 않았다. 당시 핵실험장 폐쇄 검증의 관건은 3·4번 갱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번은 과거형이지만 3·4번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기 위해 대비한 미래형 갱도라는 이유에서였다.
 
한편 유엔 안보리가 8일(현지시간) 북한의 지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북한 SLBM 발사의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극성-3형’ 발사에 대한 정부 평가, 즉 안보리 위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누차 여타 기관에서도 말씀드렸던 것 같다. 제가 추가할 부분이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2009년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1874호는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해선 안 된다고 금지하고 있다. 북한도 북극성-3형이 크루즈미사일이 아닌 탄도미사일이라고 인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같은 질문에 “안보리 결의안 관련 문구를 봐달라”며 해당 문안만 수차례 반복했다. 도돌이표 답변이 이어지자 ‘한글을 이해한다면 이는 명확한 안보리 결의 위반인데, 왜 정부는 소리내 말하지 못하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SLBM 발사 직후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데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인식이 깔린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당국자는 “교통 위반을 하지 않아도 계속 지키라고 캠페인하지 않느냐”고 답을 피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지난 2일 국감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 판정은 안보리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답을 피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으로 풀이됐지만, 북·미 간 실무협상이 결렬됐는데도 정부의 태도는 그대로다. 이에 대해 한 전직 외교관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원칙도 중요하다. 불과 2년 전엔 북한의 SLBM 발사에 앞장서서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한 한국이 이번에는 위반이라고 규정조차 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철재·유지혜·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