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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면 동맹도 없다? 쿠르드족 울린 트럼프의 배신

중앙일보 2019.10.09 00:03 종합 12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터키의 쿠르드 침공에 동의한 것처럼 밝혔기 때문이다.(로이터통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 보도)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파문 확산
터키의 쿠르드 침공 길 열어 준 셈
민주당 이어 공화당도 재고 촉구
국방부 “터키 군사행동 반대” 진화

발단은 지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화 통화다. 통화 후 백악관은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이다.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르드족을 터키가 공격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동의 내지 묵인한 듯한 내용이다.
 
트럼프는 7일 트위터에 “쿠르드족은 우리와 같이 싸웠지만, 그러기 위해 그들에게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며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되는 곳에서 싸울 것이며 오직 이기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썼다. 또 미국이 쿠르드족을 공격하려는 터키를 수년 동안 막아줬음을 강조하며 “나는 거의 3년 동안 이 싸움을 막았지만, 이제 말도 안 되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동맹, 쿠르드족을 ‘토사구팽(兎死狗烹)’ 한 셈이다.  쿠르드족으로선 독립국가 건설의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고, 당장 터키의 침공을 걱정해야 한다. 경제적 이해득실 앞에선 동맹도 버리는 트럼프식 ‘계산서 외교’ 때문이다.
 
먼저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의원들 부터 반발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시리아에서의 황급한 철수는 오직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 아사드 정권만 이롭게 할 것”이라며 “IS와 다른 테러집단이 재집결할 위험성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IS를 대담하게 할 ‘진행 중인 재앙’이자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밋 롬미 상원 의원도 “쿠르드 동맹을 버리는 대통령의 결정은 배신”이라고 공격했다. 공화당 하원도 들끓는 분위기다.
 
민주당도 철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성명에서 “이란과 러시아는 물론 동맹국들에도 미국이 더는 신뢰받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위험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이 위험한 결정을 되돌리라”고 요구했다.
 
파장이 커지자 미 국방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국방부는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북시리아에서 터키의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또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터키 측에 일방적 군사행동이 터키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군은 언제든 돌아가 폭파할 수 있다”며 “터키가 도를 넘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터키의 경제를 완전하게 파괴하고 말살시킬 것(나는 전에도 그랬다!)”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시리아 철군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해 말에도 시리아 철군을 밀어붙이려 했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이에 반발해 사임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동맹이건 적이든 미국의 핵심이익이 아니면 ‘돈 드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사고는 굳건하다”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나서야 할 한국도 챙겨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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