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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첫 확진 날 발견된 죽은 새끼 돼지 그대로 묻어…적정성 논란

중앙일보 2019.10.08 19:29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산림청 헬기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산림청 헬기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에서 국내에서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장이 나온 지난달 17일 파주시 하천에서 몸길이 50∼60㎝ 크기의 새끼 돼지 사체 1구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방역 당국은 시료 채취 및 정밀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매몰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경기도 파주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쯤 파주시 문산읍 내포리 임월교에 설치된 적 침투방지 스크린에 돼지 사체 1구가 걸려 있는 것을 군 관계자가 발견해 파주시에 통보했다. 적 침투방지 스크린은 북한의 간첩 침투 등을 감지하기 위해 군에서 설치한 시설물이다. 이곳은 임진강 합류지점과 가까운 문산천 하류 지역이다. 합류부 지형으로 강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정체된 곳이다.
 

"시료 채취할 수 없을 만큼 부패해 묻었다”  

통보를 받은 파주시는 돼지 사체가 발견된 곳의 물이 거의 빠져 뻘을 이룬 탓에 사체를 건지지 못하다가 이튿날 근처 어민의 도움을 받아 수거했다. 파주시는 ASF 발생으로 현장에 급파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시는 사체를 싣고 ASF 확진으로 살처분 후 매몰작업이 진행 중이던 연다산동으로 가 검역본부 측에 인계했고, 곧바로 연다산동 돼지와 함께 매몰작업이 이뤄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현재 상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현재 상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파주시 관계자는 “손으로 만질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패해 어선을 동원해 그물로 걷어 올리는 방식으로 사체를 건졌다”며 “시료 채취를 할 수 없는 상태로 심하게 부패한 상태여서 그대로 매몰 작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 “자돈(새끼 돼지)에서는 ASF 발병 사례가 없었던 점도 고려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발견 당시 부패 정도로 추정해 보면 10일 전 13호 태풍 링링이 인근 북한 황해도 옹진반도에 상륙했을 때 ASF에 걸려 폐사한 돼지가 떠밀려 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또 해당 돼지가 ASF에 감염됐다고 가정하면 부패한 장기와 살점이 강물에 흩어져 주변 하천을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농장 내부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농장 내부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책 강구할 기회 놓친 것 아니냐 지적도  

특히 북한은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는 국정원의 보고도 있었던 만큼 북한 유입 가능성도 있었던 데다 이번 ASF가 임진강 인접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ASF 유입과 확산 경로를 밝히고 대책 강구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모든 돼지가 ASF에 감염될 수 있어 자돈까지 예외 없이 살처분되는 점에 비춰볼 때 자돈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평소 비가 많이 오고 난 뒤 임진강 상류 연천 지역에서 죽은 돼지가 떠내려오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태풍이 지나간 뒤인 만큼 상류 연천 지역에서 임진강을 따라 떠내려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이번 주가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최대 고비로 보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13개 발생농장과 3㎞ 이내 방역대 농장, 강화군 전체에 대한 살처분은 모두 완료됐다. 살처분 규모는 총 89개 농장, 14만5546마리다. 파주와 김포시 전체와 연천군 발생농장 10㎞ 내 잔여 돼지는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 중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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