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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환영, 역시 돈이 좋다" 중국 압력 비꼰 미국의 '용자'

중앙일보 2019.10.08 14:5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푸와 비교한 사진.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푸와 비교한 사진. [중앙포토]

홍콩 시위를 옹호하는 세력이면 누구라도 중국이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해 무릎 꿇리는 가운데,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중국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며 주목을 끌고 있다. 휴스턴 로키츠 같은 미국 NBA(프로농구) 구단까지 홍콩 시위 지지 발언을 했다가 중국 광고주의 압력에 곧바로 사과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이른바 '용자(勇者)'라는 네티즌의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유명 만화, 중국 풍자했다 삭제
제작자, 사과문에 "공산당 영원하라"
중국 검열에 신랄한 풍자로 맞대응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의 제작자 맷 스톤과 트레이 파커다. 이들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의 사우스파크 공식 계정을 통해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의 중국에 대한 공식 사과문"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NBA처럼 우리도 중국의 '검열'을 환영한다. 역시 자유나 민주주의보다는 돈이 좋다. 시진핑은 '푸'(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유명 곰 캐릭터)와 전혀 닮지 않았다. 위대한 중국의 공산당이여 영원하라! 올 가을 사탕수수 풍작을 기원한다! 중국, 이제 됐지?" 
 
홍콩 시위가 전세계적인 이슈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며 이를 옹호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국가 차원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조롱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 제작진이 올린 사과문. [트위터 캡처]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 제작진이 올린 사과문. [트위터 캡처]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스파크 제작진이 최신 애니메이션 작품을 공개했는데, 23번째 시즌의 2화가 문제가 됐다. 해당 작품에서 사우스파크 제작진은 중국 교도소의 인권 유린을 풍자하고, 시진핑 주석을 유명 곰 캐릭터 '푸'에 빗대 묘사했다.
 
이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연예전문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판 유튜브 '유쿠(優酷)'에서 해당 작품 뿐만 아니라 사우스파크의 모든 동영상이 삭제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팬 페이지에서도 동영상이 가위질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우스파크 최신 작품에서 묘사된 중국의 모습. [사우스파크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사우스파크 최신 작품에서 묘사된 중국의 모습. [사우스파크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사우스파크 최신 작품에서 묘사된 중국의 모습. [사우스파크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사우스파크 최신 작품에서 묘사된 중국의 모습. [사우스파크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사우스파크'는 1997년부터 미국에서 장기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이다. 과격한 성적 묘사와 성역 없는 풍자로 유명한 작품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스파크'의 최신 시즌이 중국 내에서 당국의 검열로 통째로 가위질 당하자, 제작진이 사과문 형식을 빌려 자신들의 방식으로 중국을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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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파크' 제작진이 사과문에서 NBA를 언급한 건, 최근 미국 스포츠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연관이 있다. 지난 4일 NBA 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과 함께하자”는 내용을 올리며 홍콩 시위를 지지하자, 중국농구협회가 휴스턴 로키츠와의 협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보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하이푸둥개발은행 카드 부문도 협력 중단을 선언했고, 로키츠 후원 업체인 중국 스포츠 의류업체까지 후원 중단을 발표했다. 결국 모레이 단장은 물론 NBA까지 나서서 중국에 사과해야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푸와 티거처럼 묘사한 사진.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푸와 티거처럼 묘사한 사진.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푸에 빗댄 사진.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푸에 빗댄 사진. [중앙포토]

 
중국 국가주석을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빗댄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의 전 시즌이 한꺼번에 삭제된 것처럼 중국에서 콘텐트 검열은 흔한 일이다. '사우스파크' 제작진이 사과문에서 거론한 캐릭터 푸가 대표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6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났는데, 당시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모습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푸'(곰 캐릭터)와 '티거'(호랑이 캐릭터)를 닮았다며 합성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SNS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푸' 캐릭터 검색이 차단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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