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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멍청이”라 해도…꿋꿋한 美 연준 의장 파월의 맷집

중앙일보 2019.10.08 12:00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하락 등의 주요 원인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고 보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하락 등의 주요 원인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고 보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정치인도, 공무원도 아닌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꾸준한 공격을 받는다.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미쳤다” “한심하다” “멍청하다”는 비난을 쏟아내왔다. 파월 의장을 임명한 이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다.  

파월, “연준, 정치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발언
다큐 개봉 행사에 참석, 트럼프 향해 이례적 대응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하나다.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적어도 1.5%포인트 더 높을 것”(6월14일)이라거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하하지(large cut) 않으니 매우 실망스러울뿐”(7월30일)이라고 연준을 압박해왔다. 지난 1일에도 “파월과 연준 때문에 달러가 강세”라며 “연준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 연준은 우리 최악의 적”이라고 트윗했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서 한국은행에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을 풀라고 압박하는 격이다.  
 
지난 6월엔 백악관이 그의 의장직을 박탈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블룸버그 뉴스는 당시 백악관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연준 의장직을 박탈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라는 논란이 일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나서서 보도를 부인했다.  
 
기자회견 하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그는 7월과 9월 각각 0.25%포인트만 인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자회견 하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그는 7월과 9월 각각 0.25%포인트만 인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의 맷집도 상당하다. 기자들에게 그는 “내 임기는 4년이고, 나는 그 임기를 다 채울 작정”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매번 대응하지도 않았다. 대신 기준금리 결정으로 자신의 색을 선명히 드러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최소 1%포인트 내려라”고 압박해도 7월과 9월 각각 0.25%포인트씩만 인하했다.  
 
그런 파월 의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한 영화 개봉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례적이다. 그가 이날 보러 온 영화 자체도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매리너 애클스 전 연준 의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애클스는 1930~40년대 연준의 독립성을 위해 힘쓴 인물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 의장의 견지에서 볼 때 오늘날 미국이 정치적 압력에 무관하게 경제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독립적 중앙은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애클스 전 의장이 기여한 바는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그의 발언은 백악관과 대통령을 겨냥했음은 명확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도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완곡하지만 선명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벤 버냉키·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파월 의장은 ’올해 통화정책을 상황에 따라 빠르고 유연하게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벤 버냉키·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파월 의장은 ’올해 통화정책을 상황에 따라 빠르고 유연하게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의 긴장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 미국 경제에 대해 “일부 위험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달 29~3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만큼의 기준금리 인하를 파월 의장이 발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미국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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