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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간 이식으로 새삶 얻은 60대, 장기 재기증하고 하늘로

중앙일보 2019.10.08 11:20
간 이식을 받고 6년간 새 삶을 살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고 하늘로 떠난 이건창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간 이식을 받고 6년간 새 삶을 살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고 하늘로 떠난 이건창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낯 모르는 이에게 간을 이식받아 새 삶을 살던 60대가 자신이 이식받은 장기를 다시 기증하고 하늘로 떠났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건창(62)씨는 집에서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이씨는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씨는 6년 전 뇌사자로부터 간을 기증받아 이식을 받은 뒤 새 삶을 살아오다 쓰러진 것이다. 그는 늘 기증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고,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해두고 ‘언젠가 그런 상황이 온다면 기증을 하겠노라’는 의견을 가족들에게 종종 얘기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 1일 자신이 이식받았던 장기(간)를 다시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이씨는 1957년 서울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나 차분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가족들에게는 늘 따뜻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레코드판 모으기가 취미였다고 한다. 이씨는 40대부터 간염으로 고생을 했다. 그러다 2012년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던 2013년 9월 기적처럼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 받아 새 삶을 살게 됐다.
 
이씨는 이식을 받은 덕분에 그는 건강을 되찾았다. 이듬해 그는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기증 심포지엄에 참석해 아내와 함께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했다. 이씨는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누군가 나에게 기증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생명나눔에 동참하고 싶어 기증 희망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그 당시 심정을 자녀들에게 얘기하곤 했다.
 
이씨는 올해 들어 신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난 7월 혈액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이씨가 쓰러지던 날도 투석을 받은 뒤 집에 돌아와 유난히 힘들어했다고 한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씨는 곧바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심정지가 왔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간 이식을 받고 6년간 새 삶을 살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고 하늘로 떠난 이건창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간 이식을 받고 6년간 새 삶을 살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고 하늘로 떠난 이건창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가족들은 고민 끝에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의 아내는 “6년 전에 이식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에 간절히 기도하던 순간을 겪어보았기에 다른 누군가가 얼마나 절실히 기다리고 있을지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받은 장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는 것이기에, 남편에게 기증해주신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받으실 분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증 받은 장기를 다시 기증하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 외과 전문의로 대한이식학회 회장을 지낸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이식을 받은 수혜자가 다른 장기를 기증하는 사례는 더러 있지만 이씨처럼 자신이 기증받은 장기를 다시 주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한번 수술한 자리를 다시 분리해서 깨끗하게 적출해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 하지만 간은 재생력이 뛰어나 이식을 받고 2~3개월 정도 지나면 원래 장기처럼 정상 기능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재이식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아내는 “의식을 잃는 바람에 말 한마디도 못하고 간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밥 한 끼라도 따뜻하게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못해준 것이 마음이 걸린다. 좋은 일 하고 갔으니 하늘나라에서 ‘잘 했다 행복하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조원현 원장은 “하루 평균 5.2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숨진다. 장기 기증은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생명을 주는 것이다. 이씨처럼 기증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남을 살릴 수도 있는 숭고한 나눔이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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