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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사회적 경제 그 이면엔…부정수급에 성과급 굿판

중앙일보 2019.10.08 11:04
현 정부는 사회적 경제에 공을 들인다. 기업이 이윤을 좇기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공기업, 1조원대 적자에 허덕여도
억대 성과급 잔치로 자축 한마당

사회적 기업 확 늘리고 있지만
부정수급 15억에 환수는 절반

민간기업의 조용한 도움 손길 사라져
떠들썩한 홍보로 쇼 판 벌이기 일쑤

한국전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전력은 2017년 1조 4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한데 지난해 1조 1700억원 손실을 내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경영평가에선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람을 많이 채용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영을 잘했다고 했으니 성과급을 안 줄 수 없다. 정부는 기관장에게 1억700만원의 경영평가성과급을 지급했다. 1조 원대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게 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기업도 툭하면 오너까지 출동해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홍보에 열을 올린다. 예전 같으면 조용하게 도와주고 끝냈을 일도 떠들썩하게 한바탕 쇼 판을 벌이기 일쑤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창업도 독려하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사회적 목적 달성을 꾀한다는 명분이다. 올해에만 239개가 생겼다. 사회적 기업의 목적을 탓할 일은 아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던 상부상조와 상호부조의 정신이 녹아있다.
 
그러나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사회적 기업도 엄연한 기업이다. 한데 우리의 사회적 기업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혁신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독자 생존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보조금이 끊기면 사라질 사회적 기업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5년간 인증이 취소된 사회적 기업을 들여다봤다. 189개나 됐다.
 
사회적 기업이란 간판을 내린 이유가 가관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되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다.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는 물론 전문인력 채용을 돕기 위해 월 200만~250만원을 지원하고, 사업개발비로 1억원도 준다. 이런 지원금을 부정수급하거나 폐업한 경우가 34%(66개)나 됐다. 기술 없이 사회적 가치만 추구하다 시장에서 견디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존하려 정부 보조금이라도 챙길 심사였던 셈이다. 이러니 정부가 부정하게 쓰인 보조금을 돌려받으려 해도 환수될 리 만무하다. 부정수급한 기업에 지원된 재정지급액 15억6135만원 중 환수된 금액은 8억6171만원(55%)에 불과했다.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임에도 유급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아 인증이 취소된 경우도 22%(42개)였다. 돈도 안 주고 취약계층을 부려먹었다는 말이다. 특별한 사유도 없이 인증서를 반납한 곳도 31개소나 됐다.
 
전 의원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곳 중 3년을 유지하지 못하고 취소되는 기업이 49개(26%)나 됐다"고 개탄했다. 사회적 기업의 생존 전략부터 짜는 게 우선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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