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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산재보험 160만명 추가…돈 대는 경영계와는 상의 안했다

중앙일보 2019.10.0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부터 두번째)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부터 두번째)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가 내년부터 모든 자영업자에게 산재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1인 자영업자는 물론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인 방문 판매원, 화물차주, 방문교사, 방문 점검원, 가전제품 설치기사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모든 자영업자+특수고용직 혜택
“보험료 부담하는데 합의 안 거쳐”
경총, 당정청 일방적 발표에 반발
도덕적 해이 대책 등 난제 수두룩

당정청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런 내용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산재보험 적용 범위는 별도의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8일 관련 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방문판매, 정수기 점검, 화물차주도 대상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보험료 부담 당사자인 경영계를 비롯한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당정청이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여러 사용자를 둔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험료 부과와 징수 방법, 사업주의 법적 책임 영역 확장, 근로자성 인정 범위 확대와 같은 산재보험 적용 확대에 따른 각종 문제의 대책도 미비한 상태다.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당정청에 따르면 모든 1인 자영업자(132만2000명)에게 산재보험 가입 문호가 열린다. 현재는 음식점업을 비롯한 12개 업종의 1인 자영업자만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또 50인 미만 사업주에게 허용된 산재보험 (임의)가입이 300인 미만 사업주로 확대된다.
 
화장품 방문판매원과 같은 방문판매원 11만명(다단계 제외)과 정수기나 공기청정기와 같은 대여제품을 유지 관리하는 방문점검원 3만명, 방문교사 4만3000명, 가전제품 설치기사 1만6000명도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이와 함께 철강재와 위험물질을 운송하거나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품목을 운송하는 화물차주 7만5000명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편입된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직, 즉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계약을 맺고 업무 성과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이들이 버는 돈이 임금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산재 사고의 사각지대 놓인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산재보험 혜택 확대 적용은 불가피하다. 당정청의 이번 조치는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 산재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의 제도를 변경할 경우 노사정이 한데 모여 사회적 대화를 통해 범위와 방법은 물론 문제점을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사회보험의 부담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사업주와 근로자여서다. 더욱이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한다. 산재가 발생했을 경우 그 책임도 사업주가 진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산재보험기금의 재원을 전액 부담하는 경영계와 상의 한 번 없었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수정 보완하던 관행을 무시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평식 고용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연구용역을 거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관련 업체와 협회, 노조, 학자와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의견을 수렴했다”고 해명했다.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점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방문 판매자의 경우 회사원처럼 특정 사업체에 전속된 경우보다 여러 업체와 계약한 뒤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산재보험료를 어느 사용자(업체)로부터 징수할 것인지 정리하기 어렵다.
  
산재사고 났을 때 확인 어려워
 
산재 사고가 났을 경우도 문제다. 산재 책임은 사용자가 진다. 사고에 따른 산재보험료 할증도 감수해야 한다. 한데 특수고용직은 계약 사항만 이행하기 때문에 계약을 맺은 회사가 이들을 일일이 관리하지 않는다. 사고에 따른 책임 소재가 모호한 셈이다. 예를 들어 방문 판매자의 출퇴근 개념이 확정적이지 않고,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퇴근하다 다쳤다”고 주장하면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또 복수 사용자를 둔 특수고용직의 사고에 대해 어느 계약 당사자(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정리도 안 돼 있다. 경영계는 “이런 상황에선 행정 편의주의에 따른 사업주 일방책임 형태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산재보험 가입 기준도 숙제다. 주 과장은 “소득을 기준으로 가입 대상을 정할지, 활동 일수를 기준으로 산재 적용 대상을 구분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해서 버는 돈이나 활동 일수가 일정 수준은 돼야 산재보험에 편입할 자격을 준다는 뜻이다. 주 과장은 “월 50만원 버는 사람이나 며칠밖에 활동하지 않은 사람을 상시 일하는 사람으로 보기는 힘들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번에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한 데 이어 추가로 돌봄서비스와 정보기술(IT) 업종 분야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년에 관련 분야에 대한 제도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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