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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 간 떼준 두 딸···美도 포기한 환자, 아산병원이 살렸다

중앙일보 2019.10.07 12:17
칠레 말기간암환자 알베르토(환자복)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딸의 간을 이식받는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새삶을 찾았다. 두 사람은 간을 제공한 딸들.[사진 서울아산병원]

칠레 말기간암환자 알베르토(환자복)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딸의 간을 이식받는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새삶을 찾았다. 두 사람은 간을 제공한 딸들.[사진 서울아산병원]

“무치시마스그라시아스!(정말 감사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줬어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간이식팀 의료진이 은인입니다. 나와 가족은 평생 감사와 감동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이승규 아산의료원장 집도해 수술 성공
칠레 외과의사가 미국에 문의했더니 "수술 불가능"
아산병원이 세계 2대1 생체간이식 수술 95% 담당

지구 반대편 머나먼 땅 칠레의 알베르토(62)는 최근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말을 계속했다. 3월 말 말기 간암으로 사경을 헤매며 한국에 실려 왔다가 6개월여 만에 새 삶을 찾아 귀국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도 포기한 그를 서울아산병원이 살렸다. 아산병원은 4월 알베르토의 두 딸의 간의 일부를 잘라 아버지에게 이식했고,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여기 칠레에 말기 간경화와 진행성 간암으로 당장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습니다. 간 문맥(입구)이 폐쇄되고 암이 담도 전체에 침범해 황달과 복수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한국에서 수술이 가능할까요.” 
 
칠레 말기간암환자 알베르토(환자복)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딸의 간을 이식받는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새삶을 찾았다. 병실에서 가족들과 기념촬영에 응했다. 왼쪽에서 넷째가 이승규 서울아산의료원장. [사진 서울아산병원]

칠레 말기간암환자 알베르토(환자복)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딸의 간을 이식받는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새삶을 찾았다. 병실에서 가족들과 기념촬영에 응했다. 왼쪽에서 넷째가 이승규 서울아산의료원장. [사진 서울아산병원]

지난 3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의료원장(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에게 다급한 편지가 한 통 배달됐다. 칠레 간이식외과 전문의 라울오레아스(50)의 SOS였다. 오레아스는 아산병원에서 두 차례 간이식 수술 연수를 받고 돌아간 의사다. 알베르토가 지난해 9월 극심한 피로와 황달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말기 간경화와 간암 진단받았다. 혈전(피떡)이 간 혈관 입구를 막았고, 담도에 암이 침범해 요양병원에서 삶을 정리하라고 권고했다. 
칠레 말기간암환자 알베르토(환자복)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딸의 간을 이식받는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새삶을 찾았다. 재활치료 도중 의료진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칠레 말기간암환자 알베르토(환자복)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딸의 간을 이식받는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새삶을 찾았다. 재활치료 도중 의료진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오레아스는 이식을 권고했다. 알베르토의 체격이 커 한 사람의 간으로는 수술할 수 없었다. 2대 1 간이식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오레아스는 미국 병원 몇 곳에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불가능"이란 답을 받고 이승규 원장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오레아스는 알베르토 가족에게 "아산병원이 6000여 건이 넘는 간이식 수술을 했고, 간암 말기의 중증 환자 수술 성공률이 97%에 달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다. 두 명의 간 기증자가 있어도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세계에서 몇 군데 안 된다. 2대1 수술을 500건 이상 한 데가 아산병원이 유일하다. 아산병원은 세계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의 95% 이상을 담당한다. 알베르토가 한국행을 추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베르토 가족은 3월 말 한국에 왔고 4월 8일 수술했다. 환자 상태가 심상치 않은 탓에 이승규 원장이 직접 메스를 잡았다.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은 이 원장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수술법이기도 하다. 알베르토는 수술 전 검사에서 간부전 때문에 황달 수치가 심하게 높았고, 대량의 복수가 차 있었다. 혈액응고 기능 장애가 왔고, 간성혼수 증상을 보였다. 아산병원은 서둘렀다. 알베르토의 아내, 3명의 딸 간을 검사했다. 큰딸 바바라 크리스티나(34)가 가장 적합했고, 막내딸 아니타이시도라(23세)가그다음이었다. 4월 8일 두 딸의 왼쪽·오른쪽 간을 기증받아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첫째 딸의 간 좌엽 기증 수술은 최소 절개 기법을 이용해 복부에 10cm 미만의 작은 절개부위만 내어 간 일부를 절제했고, 막내딸의 간 우엽 기증 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로 흉터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여 성공적으로 절제했다. 아버지의 담도와 간 문맥을 제거하고 두 딸의 간을 연결했다. 절대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이식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알베르토의 간 기능이 예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았다. 고비를 몇 차례 넘겼고 7월 일반 병실로 옮겼다. 가족에게 게스트하우스와 차량을 지원했다. 
 
알베르토는 마침내 회복해 10일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는 "망설임 없이 간 일부를 떼준 두 딸과 오랜 기간 간병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막내딸 이시도라는 “처음에 인터넷에서 서울아산병원 성적을 찾아보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을 최초로 개발했고, 세계의 의사들이 연수를 받으러 간다는 걸 알고 믿음을 가졌고 희망이 생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처음에 말기 간경화와 진행성 간암, 문맥 폐색, 담도폐색뿐만 아니라 간경화로 인해 복수가 많이 차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으로 판단했을 때 좋은 결과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승규 원장은 “지구 반대편에서 미국에 가지 않고 한국을 찾아온 것은 한국의 수준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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