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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협상 결렬' 북미 대화 불씨 꺼질라..워싱턴 가는 이도훈

중앙일보 2019.10.07 12:10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북핵 수석 대표 협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북핵 수석 대표 협의를 하고 있다. [뉴스1]

 4일과 5일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일단 결렬로 끝나면서,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으로 급파됐다.

7~10일 워싱턴서 스티븐 비건 대표 만나
실무협상 후속조치 겸 한국 소외론 차단
미국, 실무협상서 "밀도있는 협상" 강조
'실무 없는 정상회담 직행' 거부로 읽혀


 7일 외교부는 이 본부장이 이날부터 10일까지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일본 북핵수석대표인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의 방미 목적은 5일 스톡홀름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일각에서 불거지는 ‘한국 소외론’을 차단한다는 목적도 있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미는 직접 대화를 원했다. 한국도, 일본도 일단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대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서울의 외교·안보라인은 주말에도 비상 대기모드였다. ‘스웨덴-워싱턴-서울’의 연락망을 가동하고 미측으로부터 상황을 공유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초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일관되게 남측을 무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면서 한국이 직접 등판할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연말까지 실무협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스웨덴 정부가 실질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미국과 공조해 협상 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에 당분간 집중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미국측과 회담후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미국측과 회담후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美“밀도있는 협상” 강조…정상회담 직행 거부하나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4일 스웨덴 외교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외교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4일 스웨덴 외교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외교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미는 이견을 확인했지만 의미있는 신호도 나왔다. 특히 미 국무부가 5일(현지시간) 북·미 실무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성명서에서 “미국 협상 대표단은 (북미)양측과 관련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밀도있는 관여(intensive engagement)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밀도있는 혹은 집중적이란 의미의 ‘intensive’라는 표현은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도 등장하는데,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련속적이고 집중적(consecutive and intensive)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대목이다. 이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실무협상이 내실있게 굴러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북한은 앞서 9월 12일자 조선신보('실무협상의 대전제')를 통해 “이번 실무협상은 수뇌회담에서 수표(서명)하게 될 합의문에 담아내는 내용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연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을 기정 사실화 하는 말이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은 구체적인 비핵화 논의를 피하고 또다시 정상회담으로 직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실무협상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23일(현지시간)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싶다. 정상회담이 있기 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실무협상을 봐야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실무협상에 비해 정상회담은 보다 원칙적이고 큰 틀을 논의하게 되는 만큼,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비핵화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싱가포르(지난해 6월 12일)-하노이(올해 2월 27~28일)-판문점(올해 6월 30일)까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면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선전효과를 누렸지만, 미국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비핵화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 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참모들과 논의없이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선물을 안긴 전례가 있다. 북한으로선 실무단계를 뛰어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이런 북한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을 거부하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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