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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21화. 연금술

중앙일보 2019.10.07 08:40
바꾸고 싶었습니다…납을 금으로, 일반일을 현자로

중국의 연금술인 '연단술'은 주로 도교 사제인 도사들이 행했다. 단약을 만드는 도사의 모습에서 뭔가 신비한 힘이 느껴진다.

중국의 연금술인 '연단술'은 주로 도교 사제인 도사들이 행했다. 단약을 만드는 도사의 모습에서 뭔가 신비한 힘이 느껴진다.

오랜 옛날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했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고민했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살피며 물질의 근원을 생각하던 그는, 어느 순간 물질의 근원이 사실은 몇 안 되는 물질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만일 모든 물질이 같은 근원 물질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것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다른 물질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가령 가치가 낮은 납을 영원하고 절대적인 금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원리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물질을 뒤섞고 끓이고, 태우고 하면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훗날 연금술이라고 불리게 되는 신비학이 탄생한 순간입니다.
 
‘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알려진 연금술(鍊金術·Alchemy)은 판타지에 자주 등장합니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나 게임 ‘아틀리에 시리즈(마리의 아틀리에 등)’처럼 연금술사가 주역인 작품도 많죠. 또한,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많은 작품에서 연금술이 등장하고 있어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인 ‘마법사의 돌’은 본래 연금술에서 말하는 모든 물질을 연성하는 힘을 가진 ‘현자의 돌’과 같은 것입니다. 그 밖에도 많은 판타지 작품 속에서 연금술로 만들어낸 신비한 물질이나 존재가 등장합니다. 인간의 체액이나 온갖 물질을 뒤섞어서 만들었다는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나 수많은 생물을 합쳐서 만들어낸 ‘키메라’ 같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죠. 연금술은 판타지를 이해하고 만드는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실제의 연금술은 판타지의 영역이 아닙니다. 처음 등장한 연금술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의 근원’을 생각하고 노력하는 학문이었어요. 연금술의 역사는 기원전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디에서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4000년 전에는 연금술이 존재했다고 해요. 연금술은 크게 3종류로 구분합니다. ‘연단술’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연금술, 그리고 인도의 연금술, 아랍·지중해 일대에서 번성하여 서양으로 퍼져나간 서양의 연금술. 나라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한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세상의 근원을 알아내고, 완벽한 존재를 완성한다’라는 것이죠.
 
저렴한 납을 이용해 금을 만들어낸다면 부자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금술사들은 돈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돈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그게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납을 금으로 만든다’라는 것은 금을 얻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금은 완벽한 금속으로 여겨졌는데요. 어떤 물질에도 녹지 않고(금을 녹일 수 있는 물질은 드물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녹슬지 않고 변함없이 찬연한 광채를 보여주었죠. ‘쉽게 물러지고 독도 있는 납을 완벽한 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 인간도 그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연금술사가 바랐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연금술의 촉매를 ‘현자의 돌(철학자의 돌)’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연금술을 통해서 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죠.
 
중국의 연금술인 ‘연단술’은 바로 그러한 점을 잘 보여줍니다. 연단술이란 말은 붉은 색의 황화수은 광석을 주로 활용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연단술은 주로 도교 사제인 도사들이 행했습니다. 도사는 불로불사의 신선이 되고 싶어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죠. 도사들은 신선이 되려면 완벽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술을 창시하고 배우기도 했지만, 주로 약을 만들어서 몸을 바꾸고자 했죠. 이른바 신선이 되는 보약을 만드는 술법, 그것이 바로 연단술입니다. 연단술과 마찬가지로 연금술은 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선이나 현자를 만드는 기술이었습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를 만드는 기술, 현대로 보자면, 캡틴 아메리카 같은 초인을 만들려는 시도였던 것이죠.
 
화학이 발전하면서 연금술은 사라지게 됩니다. 원자의 구조와 함께 물질의 구조를 알게 되면서 단순히 가열하거나 녹이거나 하는 것만으로 납을 금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아죠. 연금술은 인류 문명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화약을 비롯한 여러 발명품이 연금술을 통해 탄생했으니까요. 하지만 연금술이 진정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친 것은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려는 자세, 나아가 세상 만물이 본질은 같지만,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납이 금으로 바뀔 수 있듯이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현자가 될 수 있다.’ 많은 판타지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야말로 연금술의 가장 중요한 원리입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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