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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나고 온몸이 욱신욱신…감기일까 독감일까

중앙일보 2019.10.07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59)

가을이 왔다. 하늘은 높고 파랗다. 바깥 활동을 하기도 딱 좋은 이 시기는 건강을 걱정해야하는 때이기도 하다. 환절기에는 체온이 떨어지며 여러 질환들이 갑작스레 나타나기 때문이다. [뉴시스]

가을이 왔다. 하늘은 높고 파랗다. 바깥 활동을 하기도 딱 좋은 이 시기는 건강을 걱정해야하는 때이기도 하다. 환절기에는 체온이 떨어지며 여러 질환들이 갑작스레 나타나기 때문이다. [뉴시스]

 
가을 하늘이 높고 파랗다. 이때쯤 되면 무더위가 언제 있었는지도 잊힌다. 며칠 전만 해도 반소매로 외출도 했는데, 이제 집안에서도 쌀쌀함이 느껴진다. 미세먼지가 없는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은 정말이지 명품이다. 먹을 것도 풍성하고 책 읽기도 딱 좋아 몸과 마음이 행복해져야 할 이때가 건강에서는 자칫 걱정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체온도 낮아지고 따라서 면역력이 확 나빠지기 때문에 면역질환인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두드러기, 건선, 천식을 앓고 있는 환자는 갑자기 나타나는 증상에 당황한다. 자가면역질환 갑상샘, 베체트, 루푸스, 셰그렌, 류머티스성 질환 등은 정도가 매우 심해진다.
 
평소 건강한 사람도 이때가 되면 면역이 떨어져 감기를 끙끙 앓기 십상이다. 보통 1주일 정도 앓는 가벼운 감기야 그럴 수 있다지만, 잔기침이 한 달 이상 지속하고, 콧물이 안 떨어지며, 몸살 기운이 계속되는 느낌은 참 괴롭다. 이때 조금 심한 감기 기운이 있을 때 걱정되는 것이 독감이다. 감기와 독감은 차이가 뭐지? 독한 감기가 독감인가? 이번 편에서는 감기와 독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감기와 독감의 차이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너무나 많아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변종 바이러스도 만들고 항생제 내성이 강한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발견돼 골치가 아프다. 독감은 바이러스의 성질이 달라 인플루엔자 A, B이라는 특이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감기 바이러스는 몸에 침투하고 면역이 이겨내지 못하면 번성하면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난 데 비해, 독감은 갑자기 힘을 확 키워 바로 전쟁을 한다. 그래서 감기는 미열이 나고 콧물, 가래, 기침이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데 반해 독감은 고열이 발생하고 전신 통증, 극심한 몸살, 두통까지 굉장히 심한 상태가 된다.
 
감기와 독감은 바이러스의 차이다. 면역력에 따라 다르지만 감기는 1~2주 정도 앓고 나면 나아지곤 한다. [사진 pixabay]

감기와 독감은 바이러스의 차이다. 면역력에 따라 다르지만 감기는 1~2주 정도 앓고 나면 나아지곤 한다. [사진 pixabay]

 
감기는 1~2주 사이의 기간 앓으면 면역력이 회복돼 몸도 나아진다. 면역이 회복되지 않으면 만성 감기가 돼 잔기침이 오래가고, 만성 비염이 되기도 한다. 몇 주 동안 고생을 하니 약간의 피로감을 동반하지만, 일상생활은 할 수 있다. 독감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오한이 생겼다가 땀이 났다 식기를 반복해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호소할 정도라 일상생활이 어렵다.
 
감기는 보통 가을 환절기나 겨울에 많이 걸리지만, 면역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1년 내내 걸릴 수 있다. 요즘은 한여름에도 에어컨 탓에 감기 환자가 많이 늘어났다. 독감은 겨울철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훨씬 많이 발생한다.
 
감기는 치료제가 없다는 말은 상식처럼 알려진 말이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가 없고 딱 한 가지 바이러스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감기라는 대상 자체를 치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양의학에서는 콧물이 나면 콧물을 막고, 가래가 끓으면 진해거담제를 먹으며, 항생제 처방을 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도 이런 대증적인 약이 많다. 콧물을 멈추고, 가래를 삭이며, 해열해주는 약초로 관리한다. 콧물을 멈추는 약초로 세신 같은 뜨거운 약재를 쓸 때가 있고, 신이 같은 차가운 약재를 쓸 때가 있는데 사람마다 다른 체질별로 나누어 처방한다.
 
도라지인 길경은 가래를 삭이는데 정말 좋은 약재다. 가래를 삭이는 약으로 알려진 용각산은 길경의 약효를 일본의 신기술로 가공한 것이다. 열이 날 때 한방 해열제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황련, 황금 같은 약초는 열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매우 신속하다. 다만, 쓴맛 때문에 먹기가 힘들 수 있다.
 

대증처방 발달한 한의학 

위에서 말했듯 감기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대증적인 약을 사용해 증상을 줄이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위에서 말했듯 감기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대증적인 약을 사용해 증상을 줄이는 것이다. [사진 pixabay]

 
한의학은 이렇게 대증처방(증상에 맞추어서 치료하는 처방)이 증상별로 잘 발달 되어 있는 것에 더해 무엇보다 비교할 수가 없는 큰 가치가 있다. 바로 면역력을 좋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감기를 치료할 치료제가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앞서 설명했는데, 감기를 이겨내고 바이러스의 힘을 빨리 약하게 만드는 방법은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쉽게 감기를 이겨내는 경우를 느낄 텐데 그렇게 면역의 힘이 좋으면 감기도 편하게 이겨낸다. 한의학은 면역을 키워 내 몸의 군대를 강화해 주기 때문에 대증치료 외에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양의학과 비교되는 큰 차이점이면서 가치가 있는 치료가 아닐까 한다.
 
독감 치료 역시 마찬가지다. 한의학의 여러 치료 분야에서 가장 깊이 있게 논의되고 엄청난 처방을 다양하게 발전시킨 분야가 독감이다. 옛날에는 독감이 목숨을 앗아가는 무시무시한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든 어느 곳에서든 독감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인구가 죽었다는 역사기록이 많다. 그래서 수많은 약초를 써서 독감을 이겨내는 처방들을 많이 구축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독감이 유행했을 때 몇 가지 약초로 처방을 내린 곳은 독감이 현저하게 적게 돌았다는 통계자료도 있었다. 양의학의 항바이러스제도 인류의 소중한 발견이겠지만 한방도 양방도 치료의 분야에서 일정한 한계와 장단점이 존재한다. 약초처방 중에서 좋은 것은 다시 추출해 양약으로 만드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지만,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해 혜택을 보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고 접근이 쉽지 않다.
 
한의학의 또 다른 가치는 주변 자연에서 쉽게 얻어서 관리할 수 있는 지혜이다. 감기든 독감이든 안 걸리는 것이 가장 좋다. 평소에 손 잘 씻고, 푹 쉬어주면서 몸 관리를 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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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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