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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돌연 미국행…"유승민과 합쳤다 실패한 게 바른미래당"

중앙일보 2019.10.07 02: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안철수-유승민 시즌 2’ 가 삐걱거리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이 6일 독일을 떠나 미국에 체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위기의 ‘안철수·유승민 연대’
안 “독일 떠나 스탠퍼드 방문학자”
유승민계 반발, 안철수계는 당혹
보수·중도 차이로 재결합 난망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두번째 풀코스 도전 만에 3시간 46분 14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고 한다. [사진 안철수 전 의원 지지모임 인터넷 카페 ‘미래광장’]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두번째 풀코스 도전 만에 3시간 46분 14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고 한다. [사진 안철수 전 의원 지지모임 인터넷 카페 ‘미래광장’]

 유승민계ㆍ안철수계의 연합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의 출범→ 안 전 의원의 신간 출간 및 국내 복귀설→안 전 의원에 대한 유승민 의원의 러브콜 등으로 탄력을 받아가던 ‘안-유 재연대론’이 안 전 의원의 돌연한 미국 행 선언으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빠졌다.
 
안철수계 일부 의원마저 “미국 행은 전혀 알지 못했다. (안 전 의원이) 무슨 의도인지 되묻고 싶다”라며 당황해했다.  
 

“총선 패싱” vs “길지 않을 것”

 
안 전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10월 1일부터는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치열한 미래대비 혁신현장을 다니며 우리의 미래와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 제도적 개선과 적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 트위터. [트위터 캡처]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 트위터. [트위터 캡처]

안 전 의원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변혁’을 이끄는 유 의원은 지난 4일 “안철수 전 대표와 직접 연락해 뜻을 함께해 달라고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날 안 전 의원의 트윗은 유 의원의 공개 요청에 대한 거절이자, 국내 정치와 계속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유승민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의원은 ”밥상 다 차려 놓으면 뒤늦게 나타나 편하게 숟가락 뜨겠다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또 다른 바른정당계 의원 역시 ”총선이 고작 6개월 남았는데 지금 미국으로 건너가겠다는 건 내년 선거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총선 패싱’ 선언”이라고 했다.
 
안철수계 의원 역시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치인 안철수가 대권에 대한 꿈이 있다면 어떻게든 세력을 끌어모아야 하지 않냐”며 “한 줌밖에 남아있지 않은 현재 ‘안철수계’마저 모른 척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라고 했다.
 
‘변혁’에 참여 중인 안철수계 의원 7명 중 6명은 비례대표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는 등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그는 이날 유승민 의원이 대학생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 안철수계를 대표해서 참석하려다가 취소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현역의원 계파분포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바른미래당 현역의원 계파분포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안철수 전 의원의 최측근 인사는 “미국 스탠퍼드행은 예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당 소속 의원들과 연락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수업 기간도 길지 않다”며 총선 전 컴백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아직 '총선 패싱'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도 방문학자로 있는, 정확한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유 의원의 내민 손을 잡지 않은 것만큼은 부인하지 않았다. 
 

차기 대선 선호도 3위에 안철수 고무 

 
안 전 의원이 유 의원과 재결합에 머뭇거리는 바탕엔 “이미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정서가 깔려있다고 한다. 안 전 의원의 측근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둘이 합쳤다가 실패한 게 바른미래당”이라며 “그런데 지금 총선을 앞두고 합친다고 해봐야 국민이 기대를 안 한다. 누구랑 합쳐서 무슨 세력화를 한다는 건 기존 정치인들의 셈법이지 안철수의 셈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이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기저에는 최근의 여론조사도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에 걸쳐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안 전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2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17%)에 이어 7%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무당층에서 안 전 의원은 14%를 기록, 이 총리(9%)와 황 대표(7%)를 앞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조국 사태로 진영 대결이 가팔라질수록 이에 염증을 느끼는 무당파의 증가와 함께 안 전 의원의 입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안 전 의원 주변에선 나온다.
 

'1+1 전략' vs '중도 선점'

 
현재 유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변혁’은 바른미래당 탈당 여부를 두고 격론 중이다. “지금의 당내 싸움은 자칫 이권 싸움처럼 비치고 있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맨몸으로 나서야 그나마 국민의 시선을 얻을 수 있다”는 탈당파와 “탈당해봤자 손학규 대표가 대안정치 등과 통합할 수 있는 명분만 준다. 외려 교섭단체를 진보 쪽에 빼앗기는 꼴”이라는 잔류파로 양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의원이 결합해야 구심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유 의원 측의 판단이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유 의원은 향후 보수재편 논의에서 안철수랑 함께 묶이는 ‘1+1 전략’으로 협상력을 높이려 하겠지만, 안 전 의원은 가만히 있어도 폭이 넓어지는 중도를 본인이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저서『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에서 안 전 의원은 이렇게 적었다. “주변의 기대와 응원에 신경을 쓰다가 나만의 속도를 잃어버리면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된다. 돌아보니 어떤 때는 무리한 적도 있다. 마라톤을 하면서 깨닫는다. 나만의 속도로 한 발 한 발 견뎌내며 나아가겠다고 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전 의원으로선 ‘마지막 정치’ 아니겠는가. (현실정치) 복귀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우ㆍ유성운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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