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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화성 8차도 내가 했다” 경찰 “거짓말” 당시 범인 “억울”

중앙일보 2019.10.07 00:04 종합 14면 지면보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8차 화성 살인 사건도 내가 했다”고 자백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8차 화성 살인 사건은 범인이 검거됐기 때문이다. 8차 사건 범인은 20여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현재 가석방된 상태다. 당시 8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은 “8차 사건은 이춘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988년 여중생 살인사건 진범 논란
경찰 “수법 틀리고 혈액형 달라”
10년 전 가석방 범인 “내가 안해”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지난달 24~27일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4~7차 대면조사에서 화성 살인 사건 10건을 비롯해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범인이 붙잡힌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8차 화성 살인 사건은 1988년 9월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에서 여중생 A양(당시 13세)이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이 사건의 용의자로 화성에 살던 윤모(당시 22세·당시 태안읍 거주)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경찰이 윤씨를 8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본 이유는 ‘혈액형’과 ‘음모’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이 음모를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에 의한 정밀 감식을 했고 혈액형이 B형이고 일반인에게는 PPM 단위로 측정이 불가능한 중금속인 티타늄(13.7 PPM)이 다량 검출됐다는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B형 남성 460명의 음모를 취합해 감정을 의뢰했고 윤씨의 음모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감형돼 2009년쯤 가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를 조사하고 검거했던 형사들은 “이춘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8차 사건은 범행 수법 등이 화성 살인사건과 달라 처음부터 별개로 봤던 사건인데 ‘화성에서 발생한 10대 사건’이라는 이유로 8차 사건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8차 사건 피해자는 논이나 야산 등에 유기된 화성 살인 사건과 달리 집 안에서 살해됐다. 앞선 살인사건과는 달리 용의자가 옷가지로 피해자를 결박하는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A양의 목엔 누군가 조른 듯한 흔적이 선명했고 흉기를 사용한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퇴직 경찰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8차 사건의 현장 증거물인 정액과 음모 등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는 B형이었다. 피해자가 숨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증거물이 오염되지도 않았었다.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저질렀다면 왜 현장에서 나온 혈액형은 이춘재의 혈액형인 O형이 아닌 B형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범행 현장에서 윤씨의 지문도 나왔다. 또 윤씨가 소아마비로 다리는 불편하지만 팔 힘이 쎄 충분히 담을 넘을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씨는 2003년 시사저널과 옥중 인터뷰에서 “8차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최근 윤씨를 찾아가 조사했는데 비슷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춘재가 한 진술의 신빙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춘재가 경찰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범행을 실토하는 척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경찰은 이춘재가 저질렀다고 주장한 다른 4건의 살인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최모란·심석용·최종권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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