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정은 부산행까지 준비했던 靑, 스톡홀롬 빈손에 입장도 못내

중앙일보 2019.10.06 17:27
청와대 입장에선 10월 현재 한국 안팎에 있는 두 개의 큰 흐름이 모두 답답한 국면이다. 대외적으로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7개월여 만에 열렸던 북ㆍ미 회담이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대내적으로는 ‘조국 국면’을 둘러싸고 보수건 진보건 할 것 없이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양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미국 측과 회담 후인 5일(현지시간)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미국 측과 회담 후인 5일(현지시간)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청와대는 6일 북ㆍ미 실무 협상이 끝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 협상을 시작한 것은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북ㆍ미 대화 모멘텀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한 정도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입장과 똑같은 내용으로,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때마침 이날 오후 청와대 주형철 경제보좌관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월 25~26일, 부산) 개최를 50일 앞두고 이와 관련된 브리핑을 했다. “특별정상회의 전까지 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3개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주 보좌관의 브리핑과는 별도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은 그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주목돼왔다. 앞서 청와대의 각종 행사를 총괄해온 탁현민 행사기획자문위원은 2일 라디오에서 공개적으로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할 것을 대비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날 기자들의 관심도 이 문제에 집중됐다. 하지만 주 보좌관은 두 번의 질문에 모두 “그 사안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북 양자 회담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대 행사들이 꽤 많은데 북쪽 정상이 어디까지 참석을 할지, 또 한반도의 남쪽인 부산이라는 곳에 오게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한 장치들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한 탁 위원의 발언과 대조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애초 계획에 없던 유엔 총회 참석 일정을 추가하면서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사실상 뉴욕 순방의 목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전하며 성공적인 북ㆍ미 협상을 위해 이른바 ‘촉진자’로서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향후 북ㆍ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의 시계(視界)는 제로에 가까워졌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도 어지러운 상태다. 지난달 28일부터 바로 직전 주말까지 서울 일대는 혼란스러웠다. 3일에는 자칭 ‘300만’의 보수층이 모여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5일에는 다시 조 장관을 옹호하는 측이 서초동 일대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도 맞불 집회를 벌였다.
 
보수와 진보 양측이 광장에서 세(勢)대결에 나선 것은 지난달 28일(토)부터로, 그 전날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야 한다”고 비판한 직후다. ‘9/28 진보층 결집 → 3일 보수층의 반발 → 5일 진보층 재집결과 반대 측 맞불 집회’의 흐름은 향후 주말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7일에는 뉴욕 순방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출범식 등으로 한동안 없었던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8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문 대통령은 공개적인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을 때, 두 회의를 창구로 자주 활용해왔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