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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제천서 시속 150㎞ 달려야할 기차가 80㎞로 가는 이유

중앙일보 2019.10.06 17:03
28일 강원도 강릉차량사업소에서 '2019 국가위기대응연습 고속철도 대형사고 실제 훈련'이 진행됐다. 코레일 관계자들이 열차가 탈선한 상황을 가정해 복구작업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28일 강원도 강릉차량사업소에서 '2019 국가위기대응연습 고속철도 대형사고 실제 훈련'이 진행됐다. 코레일 관계자들이 열차가 탈선한 상황을 가정해 복구작업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에서 경북 경주까지 이어지는 중앙선 열차는 충북 제천시에 있는 고명역과 단양군에 있는 삼곡역 사이 구간을 지날 때 느려진다. 이 구간의 애초 설계속도는 시속 150㎞지만, 이 구간의 대랑1터널을 앞두고 시속 80㎞로 늦춘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감사원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이런 문제의 원인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이의 책임 떠넘기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1년 중앙선 제천~도담 간 복선전철 공사가 완료된 뒤 코레일은 2013년 하자 점검을 했다. 그 결과 대랑1터널 내 선로 뒤틀림 현상이 발견됐다. 바닥 콘크리트와 선로에 붙어 있는 도상(道床) 콘크리트가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우선 안전을 위해 하자가 발견된 구간의 열차 통과 속도를 낮추고(시속 150㎞→80㎞), 공사 업체에 보수를 요청했다. 업체는 2015년 10월 콘크리트가 들뜬 곳에 에폭시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보수했다. 하지만 선로 뒤틀림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열차가 선로를 이탈할 수 있다”면서 공사 업체에 재보수를 요청했다. 시설공단에도 6차례에 걸쳐 협조를 요청했다. 예규(행정규칙의 한 형식)인 공사계약 일반조건에 따르면, 업체가 하자 보수를 제대로 안 할 경우 시설공단이 조치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시설공단은 “하자 관리는 코레일의 업무다”,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보수가 계속 안 될 경우 코레일은 하자 보수비를 시설공단으로부터 받아 다른 업체에라도 보수를 맡겨야 하지만, 코레일도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2013년부터 현재까지 7년째 대랑1터널에서 열차는 설계속도대로 달리지 못하고 있다. 보수 작업은 다음 달에야 시작된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또 동대구~부산 구간 경부선 고속철도(KTX)의 노반 침하 현상이 보수되지 않는 이유도 코레일과 시설공단 사이 책임 떠넘기기로 봤다. 코레일이 2012~2017년 이 구간 하자를 검사한 결과 총 27.2㎞ 중 9.9㎞에서 노반 침하 현상이 발견됐다. 코레일이 시설공단에 시정을 요청했지만, 시설공단은 따르지 않았고, 코레일도 보수비를 받아 다른 업체에 보수를 맡기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 구간에서 안전을 이유로 세 차례 KTX가 서행했다. 도상 콘크리트의 균열도 발생하고 있고, 승차감이 나빠져 이용객들이 민원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코레일과 시설공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국민의 안전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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