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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 결렬에, 北 곧바로 '트럼프 아픈 곳' ICBM 건드렸다

중앙일보 2019.10.06 15:31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미국 측과 회담 후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미국 측과 회담 후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7개월여 만에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북한이 준비했던 다음 ‘카드’를 꺼내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실무협상 재개 방침을 발표한 뒤 13시간 만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에 위협적인 미사일을 쏘며 협상에 나선 격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심하고 나섰던 협상이 결렬되자 북한이 또 압박 행동을 준비할 것이라는 우려다.

“연내 3차 정상회담 위해 수단 총동원”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가능성도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협상 결렬을 발표하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거론했다.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며 협상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린 뒤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되살리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위협하면서다. 
 
김 대사가 ICBM을 거론한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는 직접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래 국내외에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운 것이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사의 ICBM 언급은 이런 트럼프의 업적을 깨트릴 수 있다는 엄포인 셈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 시작 전 SLBM을 쐈지만 미 행정부는 반응을 자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SLBM이나 실무협상에 대해선 일체 언급 없이 국내 탄핵 관련해서만 트윗을 올리고 있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은 협상 판 자체를 깨는 ICBM을 쏘진 않겠지만, 야금야금 레드라인에 접근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지난 2일 SLBM 발사는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발사로 수위를 조절했다”며 “다음 차례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SLBM 잠수함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복구, 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 재개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해온 치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대미 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뒤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노출한 게 대표적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군의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군의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협상 결렬 자체가 북한의 협상 전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협상 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은 기싸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북한은 협상 결렬을 말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동시에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명길 대사는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며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을 제의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또 김 대사는 협상을 ‘결렬’이라고 한 데 반해 3시간 뒤 나온 미국 국무부 발표는 협상 ‘종료’로 북한과 차이가 났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양측의 다양한 관심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밀도있는 관여를 해야할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비해 미국은 만남에 의미를 두며 협상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사의 협상 결렬 선언이 일종의 기선잡기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성렬 전략연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사실상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3차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협상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내세울 결실을 얻기 위해 외무성 등 실무진들은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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