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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야 고마워~ 오디오 제2 전성기

중앙일보 2019.10.06 05:00 경제 4면 지면보기
 
1980년대. 버글스가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고 노래하고 퀸이 “라디오, 누군가는 여전히 널 사랑해(Radio, Someone Still Loves You)”라고 외칠 때만 해도 오디오 콘텐트는 추억 속 친구로 남을 줄 알았다.

이인희 네이버 오디오클립 리더 인터뷰
무선 이어폰, AI 스피커 기반
오디오북·팟캐스트 시장 급성장
석학 강연, 동화낭독 채널 인기

 
하지만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19년. 에어팟 같은 무선 이어폰과 인공지능(AI) 스피커, 사물인터넷(IoT) 등 음성 기반 기술이 속속 대중화되면서 오디오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9일 국내 오디오 콘텐트의 선봉장 이인희(사진)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임리더를 경기도 분당의 네이버 본사에서 만나 급성장 중인 오디오 콘텐트 시장에 대해 물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9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이인희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임리더를 만났다. [사진 네이버]

중앙일보는 지난달 9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이인희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임리더를 만났다. [사진 네이버]

 

디바이스 발달, 오디오 제2 전성기를 이끌다

오디오 시장은 크게 ‘음악 서비스’와 ‘구독형 채널 서비스’로 나뉜다. 멜론ㆍ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서비스가 음악 서비스, 애플 팟캐스트 같은 콘텐트 서비스가 구독형 채널 서비스다. 음원 시장이 꾸준한 강자라면, 채널 시장은 신흥 강자다. 
 
지난해 미국의 팟캐스트 광고 시장 규모는 4억7900만 달러(약 5754억원)다. 2017년 3772억원 규모에서 약 53%가 성장한 수치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는 올해 2월 “앞으로 스포티파이 청취 콘텐트의 20% 이상이 음악 외의 콘텐트에서 나올 것”이라며 팟캐스트 콘텐트 제작사 김릿미디어(Gimlet)와 세계 팟캐스트 제작ㆍ유통의 40%가 이뤄지는 앵커(Anchor FM)를 인수하기도 했다. 업계 추정 인수 금액만 각각 2777억원과 1676억원이다.
 
점점 커지는 오디오 콘텐트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점점 커지는 오디오 콘텐트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는 이런 업계 전망을 보고 2017년 어학ㆍ교양ㆍ육아 등 지식 채널 서비스와 오디오북(책 듣기)에 집중한 ‘오디오클립’을 선보였다. 4일 현재 오디오클립엔 약 750명의 창작자가 2000여 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월간 사용자는 약 300만명. 재생 횟수는 1000만번이 넘었다. 이인희 리더는 이를 두고 “네이버의 킬러 서비스 ‘웹툰’이나 ‘쇼핑’이 20년 공들인 것임을 고려하면 오디오클립은 2년 만에 크게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오클립은 서비스 시작 약 1년 반 후인 지난해 7월 오디오북부터 유료화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15만명이 유료 오디오북 28만권을 구매했다. 이듬해부턴 채널도 유료화했다. 좋은 콘텐트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이기 위해 매출의 절반 이상은 채널 크리에이터들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2017년 5월 KTB네트워크와 조성한 300억원짜리 펀드는 전액 오디오북 제작에 쓰이고 있다. 제작 부문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이 리더는 “지금이 오디오 전문 크리에이터를 키워 파이를 늘려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프랑스 고전 만화 ‘꼬마 니콜라’의 삽화가로 유명한 장 자크 상페(87)가 2017년 오디오클립 출범 당시 직접 그려준 대표 캐릭터. [사진 네이버]

프랑스 고전 만화 ‘꼬마 니콜라’의 삽화가로 유명한 장 자크 상페(87)가 2017년 오디오클립 출범 당시 직접 그려준 대표 캐릭터. [사진 네이버]

 

동화 읽어주는 AI 스피커에 젊은 부모들 열광

네이버 오디오클립 서비스 화면 [사진 네이버]

네이버 오디오클립 서비스 화면 [사진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특히 열광하는 것은 3040, 그중에서도 영유아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이다. 이들은 동화 소비가 잦다. 이 리더는 “스마트폰이 없는 유일한 세대인 ‘키즈’들에겐 엄마, 아빠가 틀어주는 AI 스피커가 곧 자기 디바이스”라며 “오디오클립의 무료 콘텐트인 ‘귀로 듣는 동화’ 5000편, ‘뽀로로 동화’,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 채널 등이 인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화 채널은 구독자와 재생 수에서 상위 100위에 드는 채널이 각각 11개, 26개로 2위 서비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육아 콘텐트도 덩달아 인기다. ‘오은영 박사의 글로만 읽어서는 잘 안 되는 육아 듣기’는 11만 구독자를 보유한 킬러 채널이다.
 

오디오, 고품격 지식공유에 제격

1위 서비스는 뭘까. 채널 수로는 어학(571개)이 압도적이지만 구독자와 재생 수, 즉 질적인 면에서는 일명 ‘지식 크리에이터’들이 활약하는 1인 강연ㆍ낭독형 채널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자극적으로 변하기 쉬운 콘텐트 시장에서 ‘품격있는 지식공유’라는 오디오클립의 방향성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TV 프로그램 ‘세바시’의 오디오 버전부터 한국 인문학의 대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등 국내 석학 518명의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채널 등이 대표적이다.
 
오디오클립은 국내 석학 518명의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의 음성 강연을 서비스 중이다. [사진 네이버 열린연단 캡쳐]

오디오클립은 국내 석학 518명의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의 음성 강연을 서비스 중이다. [사진 네이버 열린연단 캡쳐]

 
이인희 리더는 “오디오는 자기만의 전문분야가 있는 지식인들에게 유리한 전달 방식”이라며 “듣는 사람 또한 철학ㆍ과학ㆍ문화 등 깊이 있는 자기계발을 원한다. ‘열린연단’의 경우 60~80분짜리 강의인데도 완청률이 75%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대 ‘지식 셀럽’들의 육성 데이터를 기록한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며 “예컨대 김수환 추기경이나 문익환 목사 등의 목소리를 보존하는 건 역사적으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만원 버스서도 책 감상…‘듣는 책’ 열풍

‘오디오북’도 떠오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오디오북은 출판계에서 전자책(e-book)을 잇는 가장 ‘핫한’ 시장이다. 아마존의 ‘오더블’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오디오출판협회(AP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오디오북 수익은 전년 대비 24.5% 성장한 9억4000만 달러(약 1조1252억원)이다. 2017년 해외 전체 오디오북 매출은 전년 대비 28.8% 증가했으며 프랑스의 경우 75%나 늘었다.
 
오디오북을 운영 중인 도서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위)'와 '윌라(아래)' [사진 각 사]

오디오북을 운영 중인 도서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위)'와 '윌라(아래)' [사진 각 사]

 
국내 오디오북 시장도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40대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네이버 외에도 지식 콘텐트 기업 인플루엔셜이 서비스하는 ‘윌라’, 도서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 카카오페이지 등이 오디오북 확장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음성 파일 형태인 오디오북은 도서 전체 낭독본의 경우 종이책 가격과 비슷하거나 10% 싼 수준에 팔리고, 2~3시간짜리 요약본의 경우 3000원~6000원 선에서 대여 내지는 판매된다(오디오클립 기준).
 
이 리더는 “현재 교보문고ㆍ민음사 등 31개 출판사가 오디오북 9000여종을 팔고 있고 매주 20~50종이 신규 출간된다”고 전했다. 그는 “오디오북은 다양한 소비자층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며 “김진명 작가의 『직지』,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이 출간된 후 50대 남성 이용자가 확 늘었다. 아이돌그룹 멤버가 소설을 읽으면 1020 이용자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배우 정해인이 '오 헨리 단편선' 오디오북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배우 정해인이 '오 헨리 단편선' 오디오북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오디오북이 주목받는 덴 ‘낭독자’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점도 한몫한다. 작가 본인부터 성우, 배우, 아이돌, 북튜버 등이 인기 낭독자로 꼽힌다. 예컨대 김영하 작가가 직접 읽은 『살인자의 기억법』은 75%에 가까운 완청률을 보였다. 배우 정해인이 낭독한 『오 헨리 단편선』과 아이돌그룹 갓세븐의 진영이 낭독한 『어린왕자』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출시 일주일 만에 2000부가 팔리기도 했다.
 
독자들이 직접 낭독자가 되기도 한다. 오디오클립이 지난 4월 문학동네ㆍ마음산책과 개최한 ‘단편소설 독자 낭독자 공모전’에는 일반 독자 4000여 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눈’에서 ‘귀’로…콘텐트 시장의 게임 체인저

이인희 리더가 지난달 25일 오디오클립 팀원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네이버]

이인희 리더가 지난달 25일 오디오클립 팀원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네이버]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연말부터 오디오북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같은 ‘월정액제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밀리의 서재 등이 이미 이런 ‘구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콘텐트 또한 미술관ㆍ전시회 등과 연계한 도슨트 서비스, 명상 콘텐트로의 확장을 구상 중이다. 그간 책 등의 ‘보는 콘텐트’를 ‘듣는 콘텐트’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면, 도슨트ㆍ명상 등 전통적으로 음성 콘텐트가 우세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 유명 배우들과 작업한 오디오 영화 3편이 하반기 오디오클립 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보다 오디오 시장이 발달한 일본과 프랑스로의 해외 진출 티켓도 끊어뒀다.
 
이 리더는 “오디오는 그간 ‘눈’이란 감각만 사용해온 영상ㆍ텍스트와는 또 다른 시장”이라며 “시각 콘텐트에 피로를 느낀 현대인들이 청각 콘텐트로도 관심을 돌릴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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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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