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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이 말하는 한·미동맹의 행로

중앙일보 2019.10.06 00:03
지소미아 폐기로 주한미군 고립…‘동맹의 배신’ 소리까지 나와
한미연합사 해체, 한·미동맹 와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특별 인터뷰
“美, 韓을 ‘공동의 적’ 상대하는 나라라 확신할까?”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튼튼한 한·미동맹’을 위해 한미연합사 체제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튼튼한 한·미동맹’을 위해 한미연합사 체제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얘기했을 때 매우 큰 실수를 했다. 그것은 할 만한 좋은 표현이 아니었다. 카다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항상 말하듯 만남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이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이 오는 9월 말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미 관계가 또 다른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동맹’을 얘기하는 한·미관계는 정작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얘기가 속속 들린다.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폐기를 선언한 후 이례적으로 미국 측에서 불만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진보·보수 정권 청와대에서 국방 사안을 다뤘던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지소미아 폐기는 그 자체로 미국의 동북아 전략태세를 흔드는 조치”라 분석한다. 김 이사장은 미국의 불만이 단순히 지소미아 폐기, 단 한 건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원미·친중·배일(遠美·親中·排日) 정책으로 미국의 동북아 안보태세의 중심인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의 기저를 흔들어 오다가 이번 지소미아 폐기로 아예 와해 상태로 몰아가는 분위기”라고 진단한다.
 
김 이사장은 현 상황을 한·미동맹의 중대 위기 국면이라 보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폐지되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2022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으로 주한미군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향후 자연스레 ‘주한미군 감축·철군’으로 이어지고 끝내 동맹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월간중앙은 노태우·김영삼 정부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 이사장이 진단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는 9월 11일, 한국안보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됐다.
 
 

“트럼프·문재인, 북한 너무 몰라”

올 8월 23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 8월 23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론적인 내용부터 시작해 보자. 동맹은 국가들의 공동이익을 촉진시킬 목적으로 장기적 성격의 목표들을 위해 2개 이상의 국가가 체결한 공식 협정이다. 한·미동맹을 통해 양국의 공동이익이 실현되고 있다고 보는가?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동맹’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시점, 양국 공동이익의 대표적인 것은 북한 핵 폐기와 동북아 안보협력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우선 북한 핵 폐기? 나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의 김을 빼고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핵 폐기를 위한 접근 방식을 바꿨을 때부터 그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만든 이유나 핵을 유지하려 하는 이유는 고려하지 않고 여전히 ‘핵만 포기하면 부자나라 만들어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북한을 너무 모르는 소치다. 쌀·유류 지원해서 먹고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몰라도 북한이 부자가 될 만큼 경제가 발전하려면 ‘북한 체제가 바뀌고 사회가 개방되지 않는 한 경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 아닌가?”
 
어떤 일이 있어도 핵은 놓지 않는다?
 
“오늘 북한 입장에서는 ‘굶고 있는 저들 바로 남쪽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위협이다. 그래서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외에는 항구적 체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다. 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핵은 ‘통일의 원동력이자 만능의 보검’이다. 그러니 어떻게 완전히 폐기하겠는가?”
 
김 이사장은 “북한은 절대로 핵 포기도 개방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 일화를 들려줬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북측 고위 인사가 ‘우리도 중국처럼 개방해야 삽니다. 개방합시다’라고 했더니 김 위원장이 ‘여보게 아무개 선생, 나 죽으란 말입니까? 동구라파의 그 많은 나라가 개방했지만, 지도자가 살아남은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더란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김정일이 잘 알았는데 인민들 부자 만들어 주겠다고 자기 목숨을 내놓을 김정은일까?”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미 간 동북아 안보협력 관계는 안전한가?
 
“그동안 우리가 미국의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의 기저를 흔들어 오다가 이번에 지소미아 폐기로 아예 와해상태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일의 인도·태평양전략이나 남중국해 문제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함께 수호하는 가치동맹의 기저까지 와해된 것은 아니겠지만 현 상황이 이러니 어떻게 현재 한·미 공동이익이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 한·미 간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지소미아 얘기를 해 보자. 청와대에서는 즉각 부인했지만 안보 전문성이 떨어지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밀어붙였다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 보도가 있었다.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소미아가 우리 안보에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폐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조금만 이해한다면 할 수 없는 조치다. 결국 안보라인이 노 실장과 김 차장에게 지소미아의 의미와 폐기 파장을 설명하고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는 의미인 셈이다.
 
사실 미국의 동북아 안보태세의 중심은 일본이 한 축을 담당하는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여서 지소미아 폐기는 그 자체로 미국의 동북아 전략태세를 흔드는 조치다. 또 현재 연합사의 전략적 후방기지가 모두 일본에 있음이 증명하듯이 한·미 군사동맹도 원래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의 기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미국이 지소미아 폐기로 ‘주한미군을 위험에 빠트렸다’라니까 다들 의아해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최전선에 서 있는 주한미군을 후방 병참선에서 차단 고립시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런 조치를 한국이 하니까 ‘동맹의 배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6·25 때 모택동은 휴전협상 대표를 보내면서도 ‘미국이 오만해도 궁지에 몰지 마라. 당장은 속 시원해도 이로울 게 없다’고 했다는데 그에 비하면 참 철딱서니 없는 행동들이다.”
 
 

“靑 안보실, 희망적 사고 버려야”

주한미군은 서울 용산기지 내 장병 및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을 오는 10월 1일부로 대부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용산 미군기지 전경. /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은 서울 용산기지 내 장병 및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을 오는 10월 1일부로 대부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용산 미군기지 전경. / 사진:연합뉴스

지소미아 폐기 이후 불만을 드러내던 미국 측이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해리 해리스 미 대사는 ‘인도양 콘퍼런스 2019’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정상의 6월 판문점 회동을 놓고 “진정으로 역사적인 만남”이라 평가하면서 “한·미동맹의 힘을 입증한 것”이라 평가했다. ‘서울안보대화’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역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는 처음 참석했다. 이 같은 미국의 반응에서 뭘 읽어야 할까?
 
“통상 ‘서울안보대화’에는 펜타곤 차관보급이 참석한다. 이번에도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차관보가 참석하기로 예정했었는데 그는 물론 해리 해리스 미 대사도 참석을 취소했다. 대신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자리했다. 근데 그도 거의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와 미국방부 사이가 더 껄끄러워지면 본인이 곤란하니 마지못해 참석한 모양새다.
 
앞서 밝혔듯 지소미아 폐기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태세를 흔드는 짓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많은 미국 측 전문가들이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권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정부도 이례적으로 대통령 안보보좌관, 미 국방장관, 주한 미 대사 등 고위관계자들이 직접 만류하고 나서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폐기를 강행했으니 미국의 실망과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최근 정부가 26개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역대 한미연합사령관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과 리더십에 가급적 적극적으로 협력하려는 자세를 보여 왔다. 특히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기도 하는 등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사람이다. 이런 브룩스 전 사령관조차 조기 반환 추진 발표에 대해 ‘놀랐다(surprised)’고 한 것 아닌가. 실은 미군도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요구(부지 정화 등)로 골치를 썩이고 있어 조기 반환하고 싶어 하는 측면도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건은 전혀 다른 듯하다. 시간을 두고 이전하기로 약속해 놓고 아직 약속된 시기도 안 됐는데 앞당기겠다는 식이면 ‘빨리 나가라’고 쫓아내는 것과 뭐가 다를까? 특히 용산 기지 같은 경우 장병 편의시설과 같은 것도 조기에 문을 닫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라면 미군의 낭패감과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신들의 편향된 이념 속에서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버려야 한다. 위협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얘기했듯 오늘과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로 북한 핵을 폐기시킬 수 없다. 지난 4반세기 동안 북핵 협상의 완벽한 실패도 그렇지만, 인류 역사상 ‘햇볕정책’만큼 적대하는 상대에게 그렇게 헌신적인 정책이 있어 본 적이 있던가? 그런 햇볕정책 속에서 핵이 개발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항복하지 않는 한 아무리 퍼 주고 달래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증거다. 문제의 실체를 냉철하게 꿰뚫어 봐야만 올바른 대책이 나올 텐데 그렇지 않으니 엉뚱한 조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지소미아 폐기도 같은 차원의 실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 정권 들어 한·미동맹 위기 수위 높아져”

2018년 11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필리핀해 인근에서 미·일 연합훈련 ‘킨 소드’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11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필리핀해 인근에서 미·일 연합훈련 ‘킨 소드’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진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미동맹 위기론’이 대두되는 모습이다.
 
“안보상의 ‘동맹 관계’란 본래 ‘공통의 위협을 전제로 이념과 가치를 같이하는 사이에서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상호지원 관계’다. 그중 ‘상호지원’ 문제는 보수 정권일 때도 미국이 아쉬워하고 섭섭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념과 공통의 위협인식이 흔들린다는 인상은 주지 않았다. 반면 진보 정부에서는 대체로 ‘이념과 가치’에 대한 혼란과 오해, 그리고 특히 ‘위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서로 다른 듯하니 어떻게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원래 동맹의 기저는 신뢰인데 역대 진보정권에서는 바로 그런 차원에서 신뢰를 흔들어 온 셈이다. 특히 현 정부가 그렇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어땠나?
 
“DJ(김대중) 때는 ‘햇볕정책’으로 적지 않은 의구심을 사기는 했지만, 한·일 관계도 잘 유지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일원으로서 기본은 지키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혼 직전 부부관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한·미 갈등이 심했지만,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 동맹국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역할은 했기 때문인지 적어도 오늘 같지는 않았다.”
 
현 정권은 어떠한가?
 
“오늘날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 중국이고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데 계속 원미·친중·배일(遠美·親中·排日) 정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2017년 대북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에 공을 들일 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전쟁 반대’ 등 한반도 문제 4대 원칙을 합의해 ‘최대 압박’의 김을 뺐다. ‘미래 50년은 한·중 관계’라던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는 지금도 ‘남북관계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군 사령부’라고 강조하고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민주연구원장은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를 찾아가 정책협약까지 맺었다.
 
그런 사람들이 중국과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3불’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의 대중(對中) ‘3불(不)’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쫓아내기와 다름없는 전작권 조기 전환을 서두르고 미국의 만류와 경고에도 지소미아까지 폐기했다.
 
한·미동맹이 튼튼해지려면 ‘상호지원 관계’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 합당한 동맹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뒷받침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는 선뜻 가입한 한국이 여기에 대응하려는 미·일의 인도·태평양전략 참여는 거절하고 남중국해에서의 해양작전에도 끝끝내 단 한 번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은 장차 중국 편에 설 것이라고 선언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래도 미국이 진정 한국을 ‘이념과 가치’를 같이하고 ‘공동의 적’을 상대하는 나라라고 확신하고 있을까? 진보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미동맹 위기론’이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위기의 수위가 특히 더 높아지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한·미동맹이 굳건했던 시기를 “월남전 이후부터 대략 노태우 정부까지”라고 말한다. 그는 “사실 6·25전쟁 이후 월남전 직전까지 미국에게는 한국이 조금은 귀찮은 동맹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월남전에서 함께 피를 흘린 후에 비로소 한국을 참된 혈맹(血盟)으로 받아들였던 듯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도 미국은 외국군과의 연합작전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월남에서의 한·미 연합작전을 꼽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 안보 자살행위”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할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관계에서 얻은 막대한 직간접적 이익을 간과·외면하면서 동맹관계를 비용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다.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예컨대 월남전 때라면 그런 말을 했을까? 또 일본에게 말하는 수위가 다르지 않은가? 그런 차원에서 트럼프가 왜 ‘미국이 일방적으로 도와주기만 하고 한국이 하는 것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지 그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미국은 GDP 대비 4~5% 선의 국방예산을 지출하는데 한국은 2.3~2.5%밖에 쓰지 않는다는 불평이 있다’고 전해 준 적도 있다. 사실 국방예산도 덜 쓰고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적대국인 중국 측으로 기우는 인상을 주는 나라에 하지 못할 요구가 무엇이 있을까?”
 
인도·태평양전략의 일환으로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의 하위 체계로 두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어떻게 보는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매우 우려스럽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 오랜 팽창주의적 중화질서 회복의 야심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전략(Pivot to asia)’ 위에서 동북아에서는 주로 ‘린치핀(linchpin)’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대처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인도·호주 등과 함께 여유로운 봉쇄선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전환하려 하는 듯하다. 미·일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춧돌(corner stone)이라고 명확히 자리매김을 했지만,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린치핀(linch pin)이라는 수사마저 사라진 올 6월 1일 펜타곤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IPSR)’는 미국의 그런 대동북아 안보전략 변화를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세계 80여 개국과 연계된 복잡한 동맹관계를 재구성하려 하고 있는데 동북아에서는 ‘주한미군 주력을 주일미군에 통합시켜 동북아사령부’를 만드는 형태로 새로운 동북아 전략태세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사실이라면 한반도에서 미국의 뒷받침이 약화 또는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니 한국 안보에는 치명적일 수가 있다.”
 
김 이사장은 “작년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래사령부’ 안이 합의된 이후 미국에서는 이미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새로운 동북아 전략태세를 구상 중이라는 등의 이런저런 말들이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이라면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의 앞길에 헤어날 수도 없는 치명적 묘혈(墓穴)을 파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며 극히 심각한 표정을 보였다.
 
중국의 존재로 인해 주한미군 철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이다.
 
“펜타곤에서 ‘중국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을 주일미군에 통합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런 문제에 항상 ‘그 나라 국민이 결정한다’고 답한다. 실제로 미국은 1992년 태평양 최고의 전략요충지 마닐라만에서도 하루아침에 떠났다. 현재 마닐라 코앞 스카보러섬(黃巖島)은 중국군의 군사기지가 되고 남중국해는 중국 해군의 놀이터가 됐다.
 
주한미군은 중국 때문에라도 철수 못 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정확한 말도 못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미·중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국이 ‘앞으로 반드시 미국 편에 설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고, 북핵 위협도 커 가는 판에 많은 미군 장병을 무한정 한국군 사령관 아래 내버려 둘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이 ‘미래사령부’ 안에 합의했다는 것도 실은 ‘퍼싱 원칙’을 허문 것이 아니라 ‘미국이 유사시 의미 있는 전력은 파견하지 않겠다’, ‘당장은 몰라도 주한미군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때마침 한·미 연합훈련으로 소화되고 있던 미국의 대규모 연합훈련 소요가 해·공군 훈련을 중심으로 미·일 연합훈련으로 대체되고 있음이 증명하듯이, 앞에서 언급한 미국의 동북아 안보태세 재조정 등 주한미군의 철수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미군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곳에, 그리고 환영받는 곳에만 주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래의 한국이 여기에 반드시 포함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곧바로 한반도의 위기”

역대 정부 가운데 현재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외교·안보 결정은?
 
“노태우 정부 시절 외교를 들 수 있다. 당시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는 항상 ‘미·중 함께 아우르기’였다. 노태우 정부는 냉전 시대 말의 예민한 시점에 공산권의 문을 여는 파격적 정책을 수행하면서 미국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핵심은 미국과의 우의와 신뢰였다.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북방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을 북한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이 같은 목표와 내용을 미리 미국 정부에 설명하고 수시로 이해시키면서 우의와 신뢰를 두텁게 쌓았다. 그 바탕 위에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면서 주변국 관계에서의 어젠다를 선점, 주변국 관계를 우리의 전략에 따라 우리가 주도해 나갔다. 당시 미 국무성의 한 관계자는 ‘왜 우리가 맨날 한국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지?’라며 농담하기도 했다는 것 아닌가.
 
약소국이 무슨 주도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 약소국일수록 앞서 나가야 이스라엘처럼 살아남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법이다. 의지와 용기, 지혜가 문제일 뿐 매사 선제적으로 대처한다면 의외로 그리 어렵지도 않은 법이다.”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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