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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갈라놓은 대한민국, 서초동이 두 토막 났다

중앙일보 2019.10.05 19:58
5일 오후 서울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의 첫 주말인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또다시 “조국 수호” “조국 사퇴”를 각각 지지하는 군중들로 갈렸다. 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앞서 우리공화당도 맞불 성격으로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정치가 실종된 사이 시민들은 또다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검찰개혁'을 외치며 대검찰청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검찰개혁'을 외치며 대검찰청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있다. [뉴스1]

 

서초역 중심 '+'형으로 운집 확산 

촛불문화제는 이날 오후 6시 본 집회 두 시간 전부터 사전행사를 열었다. 그 보다 앞서서는 민중가요를 틀며 분위기를 띄웠다. 일찌감치 참가자들은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사거리부터 누에다리까지 600m 가까운 구간에 밀집했다. 서초역 사거리에는 20m x 9m짜리 메인무대가 설치됐다. 무대 위 스크린 밑으로는 ‘이제는 울지 말자 이번엔 지키자 우리의 사명이다’가 적힌 현수막이 붙었다. 주변에 3개의 대형 LED무대도 추가도 들어섰다. 메인무대 설치를 위해 경찰은 이날 0시부터 도로를 통제했다. 
 
서초역에서 교대역 방향에도 군중이 가득 찼다. 서초역을 중심으로 각각 서리풀 터널 방면, 예술의 전당 방면으로도 사람들이 점차 모여 들었다. 앞서 지난주 열린 집회가 ‘ㄴ’자 모양이었다면, 이번에는 서초역 기준 ‘+’로 퍼졌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지만 청년층 및 가족을 동반한 집회 참가자들 역시 눈에 띄었다.
 
서울성모병원 교차로∼서초역 사거리∼교대입구 삼거리 1.8㎞ 구간 8개 차로와 서리풀터널 앞 사거리∼법원 검찰청 사거리 약 900m 구간 10개 차로의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5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를 지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병준 기자

5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를 지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병준 기자

 

주최 측 참가자수 발표 안 해 

참가자들의 손에는 노랑 팻말이 들려 있었다. 팻말에는 ‘우리가 조국이다’ ‘조국수호 검찰개혁’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곳곳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태극기’도 눈에 띄었다. 보수성향을 표방하는 일명 태극기 부대가 집회 도구로 사용하는 태극기와 구분하려 다른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범국민시민연대는 “조국 장관 가족은 물론 주변 인물까지 먼지털기식 압수 수색과 의도적인 피의사실 유포로 조 장관 가족 구성원의 천부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작금의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정치검찰 특히 특수부는 이번 계기를 통해 철저히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민시민연대는 앞선 문화제에서 ‘200만’ 참가자 수 추산치를 발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날은 추산치를 밝히지 않았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아래)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아래)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맞은 편선 우리공화당 맞불 집회 

앞서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범국민시민연대 집회장소와 맞닿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앞에서 ‘조국 구속,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맞불 성격이다. 성모병원에서 국립중앙도서관까지 300m 넘는 구간에 참가자가 운집했다. 집회 중간중간 “거짓 촛불을 물리치자”는 함성이 나왔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든 참가자들 사이에서 “조국 구속” “문재인(대통령) 퇴진” 구호도 이어졌다.   
 
서로 다른 정치성향의 두 집회 사이에는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경찰은 이날 집회상황에 대비하려 88개 중대, 5000여명을 투입했다. 소방본부도 구급차 11대와 구급대원 21명을 배치했다. 
 

"대의민주주의 중대 위기 책임 느껴야" 

휴일이나 주말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정치가 실종됐다”고 현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대의 민주주주의 상징인 국회가 제역할을 못 하면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전날(4일) 국회의원들에게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했다”는 쓴소리를 했다.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연달아 벌어진 ‘거리 정치’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거리에 나선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통합을 위해 머리 맞대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대의민주주의가 중대 위기에 처했다”며 “정당 지도자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병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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