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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서울 한복판에 멸종위기 산양이 살게 되기까지

중앙일보 2019.10.05 11:30
산양 [사진 국립공원공단]

산양 [사진 국립공원공단]

뾰족한 뿔과 회갈색 털을 지닌 산양.
천연기념물 217호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의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될 정도로 분포가 확대되고, 숫자도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다.
 
서울 한복판에서 멸종위기종 산양이 살게 되기까지 한반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60년대 수천 마리 죽임당해 

눈덮인 강원도 산골에서 순박한 모습을 드러낸 산양(천연기념물 제217호). 이 암컷 산양은 멸종위기에 처한 산양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양구 산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산사모)이 1만여평 방사장에서 보호하고 있는 5마리 가운데 한마리이다. 2003년 촬영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눈덮인 강원도 산골에서 순박한 모습을 드러낸 산양(천연기념물 제217호). 이 암컷 산양은 멸종위기에 처한 산양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양구 산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산사모)이 1만여평 방사장에서 보호하고 있는 5마리 가운데 한마리이다. 2003년 촬영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산양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서해안을 제외한 전국에 골고루 서식했다.
 
하지만 1960년대 폭설로 먹이를 찾아 민가에 접근했다가 수천 마리가 대량 포획됐고, 개발로 산림·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
 
1980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산림청의 위탁을 받아 희귀 야생동물 서식 실태를 조사했을 때는 전국에는 30여 마리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에는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보다 적게 파악됐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산양 서식지 강원도 향로봉과 내설악, 경북 울진 통고산·응봉산, 충북 제천 월악산 외에도 강원도 평창 계방산과 삼척 덕항산, 울산광역시 고헌산·간월산 등지에서도 산양이 서식하는 것을 조사됐다.
 
지난 2000년 자연유산보존협회는 문화재청에 제출한 '천연기념물 산양과 사향노루의 분포와 생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국내에 200여 마리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민통선 지역과 강원도 오대산·설악산, 월악산, 경북 봉화군 등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때 나온 자연유산보존협회 보고서와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산양 숫자가 200마리보다는 많고, 500~600마리에 이를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산악이 험준하고 숲이 우거져 산양이 서식하기에는 적당하지만, 이 때문에 개체 수를 파악하기는 힘든 조건이다.
아시아 지역 전체를 통틀어 야생염소 15개 아종 가운데 개체 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한두 종 정도에 불과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국의 산양 숫자는 600~700여 마리로 보고되곤 했다.
 
2002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전국적으로 690~784마리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비무장지대 ▶양구·화천 ▶설악산 ▶울진·삼척·봉화 등지에 각각 100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2004년 서울대 이우신 교수는 강원도가 의뢰한 비무장지대(DMZ) 내 산양 서식 실태 조사 결과,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에 최대 293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군 병력의 도움을 받아 실시한 이 조사에서 40개 조사지점 중 9개 지점에서 산양을 발견됐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린 2월 이후 인제지역에서는 32마리가 집단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백두대간 전체로 서식지 확대

2013년 무인카메라에 잡힌 경북 울진의 산양. [사진 녹색연합]

2013년 무인카메라에 잡힌 경북 울진의 산양. [사진 녹색연합]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양이 새롭게 발견되기 시작했다.
 
2008년 오대산 해발 700m 지점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서도 산양이 두 차례 촬영됐다.
 
2009년 대구지방환경청과 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과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경북 백암산과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통고산, 상계폭포 등지에서 산양 서식이 확인됐다.
 
울진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산양의 최남단 서식지로 알려져 왔으나, 이보다 남쪽으로 25㎞나 떨어진 울진 백암산 일대에서도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입증된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는 배설물이나 발자국 등 흔적 조사 외에도 현장에서 채집한 산양 모근(毛根)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산양의 개체 수와 활동범위까지 확인했다.
 
2010년 가을에는 속리산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산양이 발견됐다.
98년과 2009년 속리산에서 산양이 목격됐다는 신고는 있었는데, 실제 서식이 확인된 것이다.
 
속리산에서는 이후 흔적이 발견되지 않다가 2015년 산양 흔적이 다시 확인됐다.
 
2010년 국립공원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설악산의 산양 주요 서식지 9곳 중 3곳에 86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했고, 산양 53~63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해 월악산에서는 배설물 등 흔적조사 결과 최소 26마리 이상이 3개 집단으로 나뉘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에는 경북 영덕 칠보산에서, 2013년에는 강원도 영월에서, 2014년에는 강원도 춘천에서도 산양 서식이 확인됐다.
2017년 8월 주왕산에서 촬영된 산양. [사진 국립공원공단]

2017년 8월 주왕산에서 촬영된 산양. [사진 국립공원공단]

또, 대구지방환경청 등의 조사에서 경북 울진·봉화에도 60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에는 경북 청송에 있는 주왕산국립공원 산속에서도 산양이 발견됐다.
무인센서 카메라에 두 차례 포착된 산양은 크기가 서로 달라 서로 다른 개체로 추정됐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전수 조사를 통해 2019년 현재 설악산에 260마리, 오대산 95마리, 월악산에는 98마리, 소백산 13마리, 속리산 16마리, 태백산 10마리, 주왕산 4마리, 울진 93마리, 인제 117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여 년의 노력 끝에 산양 서식지가 백두대간 전체로 확장된 셈이다.
 

서울까지 찾아온 산양

지난해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지난해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드디어 지난해 6월에는 서울에서도 산양이 발견됐다.
 
서울시 중랑구에 있는 용마폭포공원 축구장 관리인인 강경노 씨가 '산양을 봤다'고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 제보했고, 전문가들은 현장 조사해 수컷 산양 한 마리를 직접 확인했다.
 
또, 배설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곳에 암컷 1마리가 더 사는 것을 확인했다.
 
용마폭포공원은 과거 채석장으로 활용되다가 1993년에 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험준한 바위 절벽이 형성돼 있는 데다가 찔레꽃, 대사초 등 산양이 좋아하는 먹이도 풍부하다.
 
100여 m 높이의 절벽 지대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있고, 삵이나 담비 같은 천적도 없어 산양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위에서 소금을 핥아 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포천 소흘읍에서, 지난 2월에는 동두천 소요산에도 산양을 서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지난 2일에는 경기도 가평 연인산 도립공원에서도 산양이 무인센서 카메라 포착된 사실이 공개됐다.

 
결국 서울의 산양은 화천~철원~포천~가평~남양주~서울 용마산 경로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부간선도로로 끊겼으나, 군부대를 잇는 충군육교와 망우리 고개 연결로가 생태통로 역할을 했다.
지난해 서울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지난해 서울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서울 용마폭포공원의 산양은 올해에도 발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초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용마산 지역의 양호한 서식 조건을 고려해 인위적으로 간섭하는 대신 관찰과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밀렵과 개발, 자연재해로 희생

지난 2월 11일 오후 강원 화천군 간동면 화천댐 인근 야산에서 천연기념물 217호인 어린 산양이 올무에 걸린 채 발견됐다.  이날 화천군청 환경과 직원들에 의해 구조된 산양은 다행히 큰 부상이 없어 방사됐다. [뉴시스]

지난 2월 11일 오후 강원 화천군 간동면 화천댐 인근 야산에서 천연기념물 217호인 어린 산양이 올무에 걸린 채 발견됐다. 이날 화천군청 환경과 직원들에 의해 구조된 산양은 다행히 큰 부상이 없어 방사됐다. [뉴시스]

2000년대 초 강원도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 지역에서만 밀렵에 희생된 산양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

2000년 1월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밀렵꾼에 희생된 5∼6년생 암컷이 회수됐고, 같은 해 2월에는 삼척시 가곡면 두천리·풍곡리에서 각각 1년생 수컷과 5∼6년생 암컷이 올무에 걸려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
 
2000년 12월에도 가곡면 덕풍리 용소골에서 올무에 걸린 채 죽은 3∼4년생 수컷이 발견됐다.
 
2002년 여름에도 녹색연합은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의 십이령 찬물내기 계곡 부근에서 올무(올가미)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된 산양의 사체를 발견했다.
산양이 발견된 지점은 급경사의 암벽 지역으로 수백 년생 소나무와 참나무 등 무성한 원시림을 이뤄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었으나 라면 봉지 등 밀렵꾼의 야영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울진 지역에서 로드킬 당한 산양. [사진 녹색연합]

울진 지역에서 로드킬 당한 산양. [사진 녹색연합]

2005년에는 경북 봉화군의 60대 농부가 산양을 덫으로 불법 포획했다가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들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2013년 경기도 포천에서는 산양 1마리가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바 있다.
 
밀렵뿐만 아니라 기상이변도 산양 서식을 위협한다.
2010년 3~4월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대 백두대간 산속에서 22마리의 산양이 폐사했다. 울진군은 봄까지 계속된 폭설과 이상저온 등으로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영양결핍으로 인해 아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강원도 양구지역에서도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봄 사이 5개월 동안 산양 7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2011년 말부터 2012년 3월까지 폭설과 한파가 몰아친 동부전선 전방지역에서 산양 8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설악산에서 구조된 산양의 응급치로 장면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에서 구조된 산양의 응급치로 장면 [국립공원공단]

2010~2016년 월별로 본 산양 구조 시기 [자료 국립공원공단]

2010~2016년 월별로 본 산양 구조 시기 [자료 국립공원공단]

산양이 구조 받은 원인 [자료 국립공원공단]

산양이 구조 받은 원인 [자료 국립공원공단]

구조된 산양의 연령 분포 [자료 국립공원공단]

구조된 산양의 연령 분포 [자료 국립공원공단]

전문가들은 “산양은 눈 속을 헤집고 다니는 고라니나 노루와 달리 많은 눈이 내리게 되면 바위 밑과 같은 은신처에 피신해 있다가 미처 이동하지 못해 먹이활동을 못하고 굶어 탈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산속에 살면서도 눈이 30㎝ 이상 쌓이면 신체 구조상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먹이를 구하지 못해 탈진한다는 것이다.
 
지방환경청과 환경단체 등에서는 산양 먹이 주기 행사도 진행했다.
나무로 된 먹이급이대를 설치하고, 산양이 좋아하는 반건초와 광물질을 압착·성형한 미네랄 블록을 넣어주기도 했다.
 
2010년 11월에는 속리산에서 차에 치인 것으로 추정되는 산양이 발견됐으나, 부상으로 곧 숨졌다.
 

94년 월악산에서 복원사업 시작

지난 7월 서울대공원은 멸종 위기 토종동물인 산양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산양 자연 번식은 국내 최초는 아니지만, 서울대공원 안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대공원 산양 가족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대공원은 멸종 위기 토종동물인 산양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산양 자연 번식은 국내 최초는 아니지만, 서울대공원 안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대공원 산양 가족 모습. [연합뉴스]

벌목과 경작으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단절되면 근친끼리 교배하게 되고 결국 번식이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양 복원 작업이 필요해졌다.
 
산양 복원은 지난 1994∼98년 월악산 국립공원에 방사(放飼)하면서 시작됐다.
1982년까지 산양이 서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서식 흔적이 사라진 월악산이 복원 사업 대상지가 된 것이다.
 
월악산에 방사한 산양은 1974년 강원도 설악산 등지에서 상처를 입은 것을 삼성에버랜드㈜이 구조해 번식시킨 것이다.
에버랜드 측은 1994년과 1997년, 1998년에 각 두 마리씩 월악산에 방사했다.
 
2004년 국립공원공단은 월악산 산양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모두 같은 부모의 혈통으로 확인돼 유전적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타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개체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2007년 4월 두 차례로 나눠 10마리의 산양이 월악산에 추가로 방사됐다. 이들은 강원도 화천과 양구군 등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포획했거나 조난된 산양들이었다.
 
2008년 가을에는 월악산에 방사된 산양 가운데 일부가 백두대간 생태 축을 따라 이동해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조령산으로 옮겨가 사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2009년 12월에는 월악산에 방사한 산양들이 번식에 성공한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2007년 6월에는 강원도 양구군 동면 팔랑리에 ‘산양증식복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36억8000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산양증식복원센터에는 산양 방사장(1만 1500㎡), 사육장 및 치료센터(216㎡), 광장(2천283㎡), 주차장(3천533㎡), 관찰대(18㎡) 등을 갖추고 있다.
 
산양증식복원센터에서는 2009년 7월에 산양 새끼 1마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자체 증식에 성공했다.
2010년 6월에도 이곳에서는 산양 새끼 한 마리가 더 태어났다.
지난해 10월 최근 강원 양구 방산면 천미리 일대 야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양. 지난해 10월 30일에는 양구 산양증식복원센터와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이 공동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일원에 산양 6마리를 비공개 방사했다. [사진 양구군=뉴스1]

지난해 10월 최근 강원 양구 방산면 천미리 일대 야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양. 지난해 10월 30일에는 양구 산양증식복원센터와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이 공동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일원에 산양 6마리를 비공개 방사했다. [사진 양구군=뉴스1]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2012년 9월에도 산양 4마리를 월악산에 방사했다.
3마리는 설악산에서 먹이가 부족해 탈진해 있다가 공단에 의해 구조된 것들이고, 나머지 1마리는 산양증식복원센터에서 태어난 산양이다.

 
2014년 5월에도 폭설로 구조된 설악산 산양 4마리를 월악산에 방사했다.
 

2015년 12월 국립공원공단은 속리산에서 산양이 확인됨에 따라 산양 개체군의 안정적 형성을 위해 월악산에서 암컷 2마리와 수컷 1마리를 데려와 속리산에 방사했다.
국립공원공단은 2016년 10월에 다시 월악산 산양 4마리, 2017년에 2마리를 속리산에 방사했다.
 
속리산에는 월악산에서 이동해온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까지 합쳐 모두 16마리로 늘어났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상황 

산양 [사진 국립공원공단]

산양 [사진 국립공원공단]

전문가들은 산양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 대해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밀렵이나 로드킬 위험이 남아있고, 폭설 등 기상 재해로 인한 대규모 폐사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양은 새끼를 1년에 한 마리씩만 낳기 때문에 빠르게 불어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산양 얘기를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산양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서 환경단체가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제공=연합뉴스]

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서 환경단체가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제공=연합뉴스]

케이블카 사업예정지에서는 새끼를 포함해 산양 38마리가 발견됐는데, 지주 설치 예정지와 상부 정류장 예정지 인근에서도 산양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부 정류장 예정지 일대는 설악산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우수한 산양 서식지로 조사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영석 연구사는 "올 연말 전국적으로 가로세로 10㎞ 격자 단위로 산양 서식 여부를 판정하는 산양 서식지도가 완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산양 숫자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전국적인 산양 숫자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사는 "과거에는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분석만으로 산양 숫자가 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추후 몇 년 뒤 비슷한 조사가 이뤄지면 추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벽 타기를 좋아하는 산양 

지난해 가을 강원 양구 방산면 천미리 일대 야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양[양구군 제공=뉴스1]

지난해 가을 강원 양구 방산면 천미리 일대 야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양[양구군 제공=뉴스1]

산양 4종 포함한 야생 염소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70개국에 32종 91 아종(亞種)이 분포하고 있지만 3분의 2가 급격히 숫자가 줄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한국의 산양은 러시아∼태국에 분포하는 내모레두스 카우다투스(Naemorhedus caudatus) 종에 속하는 네 가지 아종 가운데 하나(라데아누스, raddeanus)로 알려져 있다.
 
산양은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돼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2017년 발행된 멸종위기동물 우표. 세번째 시리즈 산양 [사진 우정사업본부]

2017년 발행된 멸종위기동물 우표. 세번째 시리즈 산양 [사진 우정사업본부]

한국의 산양은 시베리아·만주·아무르강까지 퍼져있어 국제적으로는 ‘아무르 고랄(Amur goral)’로 불리며, 꼬리가 길어 '롱테일드 고랄(long-tailed goral)'로도 불린다.
얼굴에 안선(顔線)이 없는 점이 일본 산양과 다르다.

 
몸길이 115~130㎝에 꼬리 길이 11∼15㎝ 정도이며, 뿔 길이는 약 13㎝다.
목은 짧고 다리는  굵으며 발은 작고 끝이 뾰족하다.
 
산양은 보통 10~11월에 짝짓기하고, 210~220일 동안의 임신 기간을 거쳐 6~8월에 출산한다. 
갓 태어난 새끼 몸무게는 약 2㎏ 정도다.
절벽타기의 명수 산양(천연기념물217호)이 강원도 고성군 건봉산 비무장지대 철책선 근처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다. 2001년 촬영. [중앙포토]

절벽타기의 명수 산양(천연기념물217호)이 강원도 고성군 건봉산 비무장지대 철책선 근처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다. 2001년 촬영. [중앙포토]

산양은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암벽이나 가파른 바위 주변에서 2~5마리가 떼를 지어 생활한다. 
풀과 나무 잎사귀·열매·뿌리 등을 먹고 살아가며, 번식은 열 살까지 가능하고, 열다섯 살까지 산다.
 
국립공원공단이 발신기를 활용,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산양의 구체적인 서식지와 활동범위를 파악한 결과, 산양의 평균 행동권은 1.37㎢로 파악됐다.
암컷은 평균 1.27㎢, 수컷은 평균 1.60㎢로 나타났다. 
 
또, 사면 경사도가 30~35도, 해발 600m 이상의 활엽수림의 바위 지역에서 주로 터를 잡았다. 
겨울철에는 해발 250∼400m 지역으로 내려오는 습성을 보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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