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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신혼집 고치다 100억 투자 받는 인테리어 회사 차린 30대 여성의 비결

중앙일보 2019.10.05 05:46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 두냐."  
그가 MBC PD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며 퇴사를 말렸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다니던 직장에서의 일보다 자신이 더 재미를 느끼고,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싶은 일이 따로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파트 인테리어 전문 컨설팅&시공업체 '아파트멘터리'이 윤소연(36) 대표 이야기다.

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⑩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가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사옥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가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사옥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아파트멘터리는 설립 3년 차인 지금까지 300여 건의 아파트 인테리어를 시공했다. 누적 매출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인테리어나 건축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나 관련된 일을 해본 적 없는 30대 여성이 이뤄냈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성과다. 
 
'덕업일치'의 세계로 뛰어들다
윤 대표는 MBC를 그만둔 다음 해인 2016년 회사를 차렸다. 그 계기가 된 것은 취미 삼아 올리던 블로그였다. 자신의 신혼집을 셀프로 인테리어 하는 과정을 매일 블로그에 올렸는데, 전문가 뺨치는 그의 인테리어 솜씨와 맛깔나게 풀어가는 인테리어 일기에 열광하는 팬층이 생겨 책(인테리어 원 북)까지 냈다. 자신의 집을 윤 대표의 집과 '똑같이 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왔다.
"잘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도 했지만, 책상에 앉아있는 일이 많은 편성PD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활발하게 움직이며 할 수 있는 일을 원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인테리어였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고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재능을 살려보자 싶었죠."    
아파트멘터리 시공 사진

아파트멘터리 시공 사진

 
모두가 원했지만 세상에 없던 시장을 찾다
내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참 쉽지 않은 일이 바로 인테리어다. 잘한다고 알려진 업체에 시공을 맡기 비용이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으면 날림 시공을 하고 연락 두절이 되기 십상이다. 윤 대표 역시 셀프 리모델링을 할 당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스스로 "익스트림 했다"고 말할 만큼 예상 못 한 일이 매일 일어났고, 몸살이 나 링거도 몇 차례나 맞았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인테리어에 도전해보면 그런 업체를 찾기 정말 힘들다는 걸 알게 돼요. 저 또한 그랬고요. 경험을 토대로 '공사비가 10~20% 정도 비싸더라도 제대로 일해줄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가 그런 회사를 만들어 버렸어요."
윤 대표가 매일 들여다 보는 컬러칩과 마감재 샘플들.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예쁜 인테리어를 위해 자재와 공법을 연구하는 게 그의 일상이 됐다.  장진영 기자

윤 대표가 매일 들여다 보는 컬러칩과 마감재 샘플들.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예쁜 인테리어를 위해 자재와 공법을 연구하는 게 그의 일상이 됐다. 장진영 기자

윤 대표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장 많이 고치고 싶어하는 도배·마루·커튼·조명(매립식)·필름 시공 등 다섯 부분만 시공하는 '파이브'란 상품을 만들어 히트를 쳤다. 가격은 33평 기준으로 2000만원부터 선택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이 다섯 곳을 리모델링하면 대부분 집안 분위기가 싹 바뀝니다. 인테리어 업체가 쓸데없는 곳을 고치거나 불필요한 자재를 써서 비용을 낭비하는 걸 막을 수 있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AS에 목숨 걸다
그는 지인이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한은비 이사, 하태웅 이사와 의기투합해 아파트멘터리를 세웠다. 하지만 '남'의 집을 인테리어 하는 건 자신의 집을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특히 세련된 인테리어를 원하지만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는 30~40대 맞벌이 부부가 주요 고객이다 보니, 깐깐한 이들의 취향을 맞추고 만족시키는 게 녹록지 않았다. 
"창업한 첫해 20건만 하자고 목표를 잡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매일 사고가 터졌어요. 이를 하나씩 수습해가면서 매일 체크 리스트를 작성했더니 나중엔 100장이 넘는 매뉴얼 북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몇 개월 뒤에는 고객의 불만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어요."
윤 대표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으로 AS(애프터서비스)를 선택했다. 아예 공사 후 1달을 수정 작업 기간으로 잡고, 문제가 생기거나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 곳은 웬만하면 다 고쳐준다. 직원들이 "이러다가 우리 망하겠다"고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로 말이다. 
"이 회사를 만든 이유 자체가 만족스러운 인테리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한 거였어요. 그런데 회사 수익때문에 고객 마음에 들지 않는 인테리어를 하는 게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공사 과정 중에 고객들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사실 그리 큰 AS는 없는 편이에요."
아파트멘터리 시공 사진

아파트멘터리 시공 사진

아파트멘터리 시공 사진

아파트멘터리 시공 사진

   
이커머스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다

아파트멘터리는 지난 9월 중순 100억원 대의 투자를 받았다. 2016·2017년에 이은 세 번째 투자다. 올해는 지난 2018년 말 시작한 이불·수건·핸드크림 등 직접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사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인테리어와 함께 집을 꾸밀 수 있는 리빙용품까지 사업을 확장한 결과다.
아파트멘터리가 판매하는 이불 광고. 오른쪽 사진은 이불을 넣는 가방이다. [사진 아파트멘터리]

아파트멘터리가 판매하는 이불 광고. 오른쪽 사진은 이불을 넣는 가방이다. [사진 아파트멘터리]

인터뷰 말미에 윤 대표가 바라보는 인테리어 트렌드는 무엇인지 물었다. 
"연한 크림색, 갈색 등을 주로 사용하는 내추럴한 인테리어와 블랙·화이트 일색의 미니멀리즘은 조금 유행이 지났다고 봐야 해요. 이젠 화사한 컬러를 사용하는 호주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노란색이나 오렌지·애플그린처럼 선명한 색감의 커튼이나 소품 등으로 분위기를 살려 보면 좋겠습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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