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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아닌 4대라니까" 처제 내리친 횟수까지 기억한 이춘재

중앙일보 2019.10.05 05:00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난 4번 때렸는데 왜 3번이냐" 경찰에 따진 이춘재 

“너무 음흉했지…. 자백을 받기까지 엄청난 심리전을 벌였어.”

김시근 전 형사 "처제 살인 후 이춘재 평온하게 조사"
처가엔 친절한 사위, 집에 오면 폭행·강제 성관계
처제 살인사건 수감 중 화성연쇄살인 범행 드러나

 
화성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의 1994년 처제 성폭행·살해 사건을 맡았던 김시근(62) 전 청주서부경찰서 형사는 당시 피해자 A씨(당시 20세)의 부검 결과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씨는 5일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머리에 난 상처는 3곳으로 확인했는데, 이씨는 자꾸 둔기로 4번을 가격했다고 빡빡우겼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맨눈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처가 하나 더 있었다. 둔기에 빗맞은 상처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춘재는 조사 내내 평온했다. 자신이 둔기를 내리친 횟수를 정확히 기억할 만큼 범죄를 저질러도 감정이 동요하지 않고 덤덤했던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춘재는 최근 DNA 검출로 혐의가 명확해진 성폭행 살해 사건 4건 외에 살인 10건과 강간·강간 미수 사건 30건을 털어놨다.
 
이씨는 94년 1월 13일 충북 청주 자신의 집에서 대학교 교직원이던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김씨는 이 사건을 초기부터 담당했다. 이춘재는 아내가 집을 나간 것에 앙심을 품고 처제를 성폭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수면제가 섞인 음료수를 처제에게 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처제가 수면제 약효가 나타나기 전에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가려 하자 이를 막고 이날 오후 6시30분쯤 성폭행했다. 이씨는 이후 둔기로 처제의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다. 
JTBC 9월30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JTBC 9월30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담배 얻어 피우며 털어놓은 말…"살인은 안했습니다" 

경찰에 구속된 이춘재는 48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이씨가 조서를 받다가 힘들면 ‘김 형사님 잠깐 밖에서 봅시다’라고 말한 뒤 화장실에서 담배를 얻어 피웠다”며 “서로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이춘재는 나에게 다가와 ‘강간만 했습니다’ ‘살인은 안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씨가 솔직한 척하면서 살인 혐의를 부인하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씨가 더 의뭉스럽다고 봤다”고 말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자, 이춘재는 재판을 방청하던 김씨에게 “김 형사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춘재의 이런 모습은 경찰이 처제 살인 사건 용의자로 검거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됐다. 김씨는 사건 초기 A씨의 시신에서 방어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면식범의 소행일 거라 판단했다. 김씨와 수사팀은 그 길로 가족들이 모여있는 A씨의 부모님 집을 찾았다. 김씨는 “부모님과 삼촌, 언니, 친지들 20여 명이 모여 울고 있는데, 큰 형부인 이춘재만 유독 아무 표정 없이 눈만 멀뚱히 뜨고 있었다”며 “이씨가 범인일 거라 직감하고 일부러 그를 차에 태워 사건 현장으로 가자고 했다. 차에 앉은 이씨가 무릎을 떠는 모습을 보고 그가 범인임을 거의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관련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춘재의 성격은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재판부는 “이씨가 내성적이나 한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성격”이라며 “아들을 방안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들게 하는 등으로 학대했다”고 지적했다. 아내도 수시 폭행했다.
판결문에는 “93년 6월 이씨의 동서가 있는 자리에서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재떨이를 집어 던지며 손과 발로 무차별 구타했다”며 “아내가 93년 12월 17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 목, 아랫배 등을 마구 때려 하혈까지 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현장도.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현장도. [연합뉴스]

 

이춘재에게 열등감 보여…자백 신빙성 의구심 

이씨는 처가에 이런 모습을 숨겼다. 김시근 전 형사는 “이춘재가 가을에 처가에 들러 벼를 베는 작업도 돕고 원만하게 지냈다”고 했다. 이춘재 부부의 관계는 그가 일자리를 잃으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이씨는 충북 청주의 한 건설회사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다 그 회사 경리로 있던 아내와 결혼해 청주에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건설회사가 부도나면서 이씨가 실직했고 아내가 돈을 벌기 위해 며칠씩 집을 비우면서 부부 관계가 틀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이춘재 아내는 ‘남편은 내가 집을 비운 뒤 돌아오면 강제로 성관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압적인 성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춘재를 대면 조사하면서 뭔지 모르게 성장 과정에서 열등감을 갖고 자라온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춘재는 최근 화성 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 사건과 성폭행·성폭행 미수 사건 30여 건을 자백했다. 범죄전문가들은 “이씨가 자신에게 손해 보는 자백을 왜 했는지 의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과거 사건과 대조해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어차피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니까 이춘재가 ‘너희하고 싶은대로 해봐’라는 심정으로 털어놓은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춘재의 성향상 속으로 경찰을 비웃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심리분석관들이 진땀을 빼며 진술을 받으려 하는 모습을 즐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는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과거 화성 사건 피해자에게서 나온 DNA와 수감자 DNA 대조하던 경찰은 이춘재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청주·화성=최종권·최모란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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