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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변국에 공개 말라”…북·미 극비 담판, 일정도 하루 늘려

중앙선데이 2019.10.05 02:00 655호 3면 지면보기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지난 3일 스웨덴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이 4일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지난 3일 스웨덴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이 4일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스톡홀름 담판에 돌입했다. 권정근 북한 측 차석대표(전 외무성 미국국장)와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는 4일 스웨덴에서 만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예비 접촉을 했다. 양측이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은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이후 96일 만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서 실무협상
실시간 중계 트럼프, 이례적 침묵
한국에도 관련 정보 제공 최소화

예비 접촉 포함 사흘간 협상 예정
양측 다 연말까지 성과 내려고 해
빅딜보다 단계적 비핵화 합의 관측

북·미는 이날 예비 접촉에서 상견례 겸 실무협상 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은 이날 접촉 결과를 토대로 5일 김명길 북측 수석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북측은 이번 회담을 위해 5명 안팎의 대표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북·미 양국은 당초 북한 측 발표와는 달리 회담을 하루 연장해 6일까지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북측 대표단도 6일까지 회담한 뒤 베이징을 거쳐 8일 귀국하는 일정을 잠정적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양측은 이번 회담이 어렵게 마련된 만큼 최대한 많은 논의를 거쳐 진전을 이뤄내자는 방침에 따라 본 회담을 이틀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예비 접촉 결과를 토대로 5일 담판을 벌이고 이를 본국에 보고한 뒤 다시 논의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취지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4일 스웨덴 외교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외교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탁 특파원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4일 스웨덴 외교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외교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탁 특파원

다만 예비 접촉에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본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협상이 결렬되거나 6일 이후로 협상이 더 연장될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연말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며 협상 시한을 공개적으로 천명했고 미국도 탄핵 분위기 속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어 양측 모두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엔 북한이 작심한 모양새다. 협상 날짜와 장소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에 진행 상황을 주변국에 알리지 말라며 ‘함구’를 요청했다. 미국이 협상 직전까지도 협상 장소는 물론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위터를 통해 북·미 회담 상황을 실시간 중계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침묵했다.
 
미국은 이전과 달리 한국 정부에도 정보 제공을 최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이 소식통은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 협의를 지속해 왔지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과 관련해서는 발표가 임박해서야 공유했는데, 이는 북측에서 보안을 요청했기 때문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측 요청으로 이날 스웨덴 현지에 합류하지 않았다.
 
북한도 뉴욕 유엔대표부에 북·미 채널이 있음에도 협상 조율 과정에서 이와는 다른 ‘별도의 창구’를 가동했다고 한다. 보안 유지를 위해서다. 역시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엔 반드시 성과를 얻고 돌아가겠다는 북측의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는 지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90여 일간 실무협상 의제 조율에 주력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보상 논의라는 미국의 ‘빅딜’과 단계별로 상응조치를 하자는 북한의 주장이 맞섰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선 양측이 당장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합의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미국이 주장하는 빅딜은 북한의 비핵화 검증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한 문제”라며 “하노이에서 상처를 입은 김 위원장이나 비핵화 진전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딜보다는 1단계로 양측이 주고받는 방식, 즉 북한이 희망한 단계적·동시적 방식으로 비핵화 ‘조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최종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협상에 임하는 핵심 목표도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선 실무협상을 앞두고 전개된 치열한 북·미 기싸움과 뚜렷한 입장차 등을 감안할 때 한 번의 만남으로 타협이 이뤄지긴 어려우며, 이번 협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지루한 밀고 당기기의 시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용수·이유정 기자,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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