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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교육,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끝내죠”

중앙선데이 2019.10.05 00:20 655호 21면 지면보기

책읽는 사람들

이경혜씨는 주 5일 도서관을 찾는다. 집에 TV를 없애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 신인섭 기자

이경혜씨는 주 5일 도서관을 찾는다. 집에 TV를 없애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 신인섭 기자

경기도 수원은 책 읽기 좋은 도시다. 사서 숫자를 제외한 공공도서관 장서 수와 인구수, 방문자 수와 대출 도서 수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상위권이다(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www.libsta.go.kr). 장안구 북수원도서관(관장 갈미숙)은 수원의 26개 공공도서관 중에서도 실력 있는 강사를 초빙해 운영하는 인문독서 아카데미의 열기가 뜨겁다고 했다.
 

소문난 독서광 이경혜씨

지난 1일 그리스 문명을 주제로 한 여행작가 신양란씨의 첫 강연시간. 독서를 끔찍이 사랑하는 주부 이경혜(44)씨를 만날 수 있었다. 사연을 들어 보니 이씨에게 독서는 단순한 교양 쌓기나 취미 생활이 아니었다.
 
우선 이씨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 이씨는 사회복지사였다. 결혼해 아이들이 생기면서 그만뒀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계기가 책 때문이었다는 것. 초등학생 시절 설리번 선생 이야기를 읽고 사회복지의 세계에 대해 눈 떴다고 했다. 장애인 헬렌 켈러를 위대한 사회복지가로 키운 그 설리번 선생 말이다. 설리번에 대한 책으로 독후감 상을 받으면서 “앞으로 책으로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굉장히 강렬한 자극제”였다.
 
세 아이 중 첫째인 민성(14)이가 국악중학교에 진학한 것도 책 때문이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에 대한 책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다. 역시 가야금을 전공한다. 지난해 초 황병기 선생이 타계했을 때 빈소를 찾아가려 할 만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요즘은 발명에 관심이 많아 장차 발명하고 싶은 물건의 설계도를 공책에 그린다. 작곡을 좋아해 관련 책을 사줬다.
 
이씨는 “아이가 아직 혼자서 책을 못 읽을 때 책 읽어달라고 요청하면 설거지나 청소를 하다가도 그만두고 읽어줬다”고 했다. 집에 TV 같은 건 없다. 요즘 중학교 1학년생인 둘째 호성(13)이는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교육청 시스템에 올린다. 셋째인 딸 주원(10)이는 매일 한 항목씩 백과사전 설명 내용을 공책에 베껴 쓰고 그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두 오빠 모두 초등학교 시절 거쳐 간 일이다.
 
이씨는 “독서를 열심히 시켜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어휘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했다. “두꺼운 책은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좋다”며 열 살 주원이가 300, 400쪽 분량의 책들을 마다치 않는 것만 봐도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 이씨 자신이 독서광이었다. 일주일 평균 5일은 도서관을 찾는다고 했다. 이틀은 두 개의 독서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나머지는 책을 읽거나 대출·반납을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에게는 가급적 책을 사주는 편이다. 도서관에 빌리러 가는 와중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1년에 200만원가량을 도서구입비로 지출한다.
 
왜 이렇게 열심인가. 이유가 있었다.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큰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그런 아이를 돌보며 받았던 상처를 책을 읽으며 위로받았다.” “아이들이 자라나 무슨 일을 하든 만족해 하며 재미있게 살면 좋겠다. 그렇게 사는 데 책이 도움되는 것 같다. 내 경우가 그렇다.”
 
이씨는 미리 예상 문답을 작성해 왔다. 울림이 있었다. 본지 인터넷(joongang.joins.com)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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