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람들

이경혜씨는 주 5일 도서관을 찾는다. 집에 TV를 없애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 신인섭 기자
소문난 독서광 이경혜씨
우선 이씨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 이씨는 사회복지사였다. 결혼해 아이들이 생기면서 그만뒀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계기가 책 때문이었다는 것. 초등학생 시절 설리번 선생 이야기를 읽고 사회복지의 세계에 대해 눈 떴다고 했다. 장애인 헬렌 켈러를 위대한 사회복지가로 키운 그 설리번 선생 말이다. 설리번에 대한 책으로 독후감 상을 받으면서 “앞으로 책으로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굉장히 강렬한 자극제”였다.
세 아이 중 첫째인 민성(14)이가 국악중학교에 진학한 것도 책 때문이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에 대한 책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다. 역시 가야금을 전공한다. 지난해 초 황병기 선생이 타계했을 때 빈소를 찾아가려 할 만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요즘은 발명에 관심이 많아 장차 발명하고 싶은 물건의 설계도를 공책에 그린다. 작곡을 좋아해 관련 책을 사줬다.
이씨는 “아이가 아직 혼자서 책을 못 읽을 때 책 읽어달라고 요청하면 설거지나 청소를 하다가도 그만두고 읽어줬다”고 했다. 집에 TV 같은 건 없다. 요즘 중학교 1학년생인 둘째 호성(13)이는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교육청 시스템에 올린다. 셋째인 딸 주원(10)이는 매일 한 항목씩 백과사전 설명 내용을 공책에 베껴 쓰고 그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두 오빠 모두 초등학교 시절 거쳐 간 일이다.
이씨는 “독서를 열심히 시켜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어휘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했다. “두꺼운 책은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좋다”며 열 살 주원이가 300, 400쪽 분량의 책들을 마다치 않는 것만 봐도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 이씨 자신이 독서광이었다. 일주일 평균 5일은 도서관을 찾는다고 했다. 이틀은 두 개의 독서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나머지는 책을 읽거나 대출·반납을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에게는 가급적 책을 사주는 편이다. 도서관에 빌리러 가는 와중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1년에 200만원가량을 도서구입비로 지출한다.
왜 이렇게 열심인가. 이유가 있었다.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큰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그런 아이를 돌보며 받았던 상처를 책을 읽으며 위로받았다.” “아이들이 자라나 무슨 일을 하든 만족해 하며 재미있게 살면 좋겠다. 그렇게 사는 데 책이 도움되는 것 같다. 내 경우가 그렇다.”
이씨는 미리 예상 문답을 작성해 왔다. 울림이 있었다. 본지 인터넷(joongang.joins.com)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