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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받고 경쟁만 해온 아이들이 곧 지도자가 된다

중앙선데이 2019.10.05 00:02 655호 20면 지면보기

책 속으로

밀레니얼 선언

밀레니얼 선언

밀레니얼 선언
맬컴 해리스 지음

1980~2000년 출생 세대 지칭
공부가 노동 … 놀지 못한 아이들
무한 경쟁 속 노동 가치 하락
24시간 켜진 스마트폰 같은 삶

노정태 옮김
생각정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선물했다. 기업에서 소통 마케팅 기법을 강연하는 임홍택씨가 1990년대에 태어난 신입사원들과 교류한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만큼 이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라는 방증일 터다.
 
1990년대생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새로운 세대군을 형성했다. 이름하여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다.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그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미국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988년생인 저자가 동세대의 눈으로, 그것도 매우 비판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에 글을 쓰고 ‘뉴 인콰이어리’ 편집자로 일하는 이 젊은 저널리스트는 “스스로의 자아를 쌓아나갈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해온 아이들이 미국을 곧 이끌게 된다”고 일갈한다. 과잉 경쟁에 내몰리고, 학자금 대출에 허리가 휘며, 무급 인턴이라는 착취에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지금 불안한 마음으로 우울증약을 삼키고 있는 중이라며.
 
그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학교로부터 사사건건 감시당하고 통제받고 있다고 말한다. 경쟁적으로 학습량을 늘린 탓에 너무 많아진 숙제는 이제 노동이 됐다. 한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지적한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 와서 또 네댓 시간씩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직장에서 이런 식의 잔업을 계속 요구한다면 당신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1990년대에 태어난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팍팍한 현실에 내몰린다. 지난 5월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들. [연합뉴스]

1990년대에 태어난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팍팍한 현실에 내몰린다. 지난 5월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들. [연합뉴스]

바쁜 아이들은 놀지 못한다. 놀 수 없는 아이들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저자는 “놀아야 할 시간을 밀어내고 대신 문제 해결 훈련을 시키며 아이들을 키운 결과는 어떤 식으로 돌아오게 될 것인가. 생산량을 얼마나 많이 뽑아내느냐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어떤 아이로 기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신경을 썼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대학만 가면 행복해질까. 더 큰 족쇄가 기다리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 일을 하며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70%가 넘는다. 1960년에는 이 비율이 25%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등록금은 왜 비싸졌나. 대학 운영이 기업처럼 되면서 스타 교수와 기부금 후원 모집 전문가를 초빙하는데 대부분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문제는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젊은 대졸자들이 받는 임금은 8.5% 줄어들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빚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그 부채에서 벗어나게 해 줄 듬직한 일자리는 찾을 수 없는 세대”인 것이다. 게다가 매년 100만명에서 200만명에 달하는 새로운 노동력이 무급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노동력을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인턴십에 학점을 부여하는 학교, 교육 비용을 학생과 그 가족에게 부담 지우는 기업이 만들어낸 구조를 당당하게 돌파해낼 밀레니얼 세대는 많지 않다.
 
나쁜 일자리는 더욱 나빠지고 좋은 일자리는 더욱 좋아지며 그 중간은 사라지는 ‘양극화’ 사회는 이들의 무한 경쟁과 무한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상호작용에 크게 의존하게 된 시대를 살고 있는 밀레니얼들은 “업그레이드 할 때만 꺼지는 스마트폰처럼 그렇게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씩 켜져 있는 상태”로 살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학적 처방에 의존하고 있는 것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이기에 저자의 시니컬한 분석은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기에 더 그렇다. 더욱 큰 문제는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모순 구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역시 밀레니얼 세대로 1983년생인 번역자의 후기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고 싶다. “대화하자. 돌아다니며 만나자.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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