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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시 “서초동 집회 화장실 20개 설치”···광화문엔 0

중앙일보 2019.10.04 12:01
서울시가 3일 광화문·시청 일대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 집회’에 이동식 화장실을 한 대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서울시는 5일 서초동에서 열리는 ‘검찰 개혁, 조국 장관 수호 집회’엔 이동식 화장실 20대 설치를 검토 중이다. 같은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인데도 집회 성격에 따라 지원을 달리 해 편향성 논란이 일고있다.  
 

서울시, 2016년 광화문 촛불 집회엔 화장실 설치
3일 집회엔 이동 화장실 없어 시민 이용 불편 커
5일 서초동 집회엔 이동 화장실 20개 설치 예정
박원순 시장, “화장실 사용 등 업무 지시 해놨다”
“형평성·공정성 문제 생길 수 있어 통일성있어야”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3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엔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동과 비교해 광화문에는 개방형 화장실이 많아 별도의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촛불 집회 당시 서울광장 등 시청 일대에 이동식 화장실 5~6대를 설치했다. 집회 추최 측이 설치한 화장실과 합치면 총 16개가 있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3일 서울 광화문광장~서울역에서 열렸다. ‘반(反) 조국’ 과 문재인 정권 규탄을 내건 이날 집회에는 수많은 시민이 몰렸다. 임현동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3일 서울 광화문광장~서울역에서 열렸다. ‘반(反) 조국’ 과 문재인 정권 규탄을 내건 이날 집회에는 수많은 시민이 몰렸다. 임현동 기자

또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화장실의 경우도 지난 2016~2017년 촛불집회와 차이가 있었다. 촛불 집회 당시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집회 장소 인근 건물주, 상인 등과 협의해 당초 40여 개였던 화장실을 210개로 대폭 늘렸다. 
 
서울시는 이번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자치구에 ‘상인들과 협의해 개방 화장실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자치구 관계자는 “공문이 집회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내려와 개방 화장실을 늘리는 데 시간이 촉박했다. 기존 개방형 화장실이 잘 운영되도록 상인들에게 요청하는 선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종로구와 중구의 민간 개방형 화장실은 총 50여 곳(주로 민간 건물 1층)이다.   
 
반면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에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교대역 인근에 이동식 화장실을 10개씩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여 비용은 교통공사가 댄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집회 당시 참가자들이 지하철 역사 화장실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매우 혼잡했다”면서 “집회 참가한 시민과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아직 검토 중으로 확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광화문과 달리 서초동엔 개방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이동 화장실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 [연합뉴스]

3일 광화문·시청 일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화장실 사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60대 여성 시민 이모씨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1층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은 비좁고 줄이 너무 길어서 급한 나머지 양해를 구하고 남성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수십 분간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60대 남성 시민 정모씨는 “화장실은 급한데 사람들에 끼어서 수 십분 간 갇혀 있었다. 중간에 화장실 한 개라도 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예고된 집회였는데 이동식 화장실이 한 대도 없어서 아쉬웠다. 개방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도도 보이지 않았다. 휴일이라 문 닫은 식당들도 많아 화장실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도 ‘사람들에 밀려다니느라 꼼짝도 못하고 바지에 실수하기 직전이다’, ‘광화문 집회엔 왜 화장실 설치를 안해주냐’는 불만 글들이 올라왔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집회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누에머리다리에서 서초역사거리까지 촛불을 들고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집회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누에머리다리에서 서초역사거리까지 촛불을 들고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초동 집회에 직접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교대 지하철역 인근에 갔는데 인파가 넘쳐 화장실 불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실 사용, 안전 문제 등을 위해 업무 지시를 해놨다”고 밝혔다. 그는 “서초구가 당이 달라서” 화장실 설치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초구 측은 “서울시가 화장실 설치를 요청한 적이 없었고, 10차선인 반포대로는 구청이 아닌, 서울시 관할”이란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념이나 주장하는 바에 따라 시민에 대한 지원이 달라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성향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어디엔 지원을 하고 반면 어디엔 하지 않는다면, 명백히 공정성과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 양쪽에 같은 지원을 하던가 차라리 집회 주최 당사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일관되고 통일된 원칙을 적용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그동안 광화문 집회에 있어서도 진보 단체엔 관대하고 보수 단체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왔다는 논란이 있었다. 시장이 정당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거야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시정을 펼치는데 그런 정치 성향이 영향을 끼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이념이나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이유로 시민을 편을 갈라 정책을 펼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동 화장실 설치 의무는 1차적으로 주최측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도 서울교통공사 측에 광화문에 이동식 화장실 설치가 필요한지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초 경찰에 신고한 집회 참가 인원이 실제 참가 인원보다 적었고, 광화문 주변엔 개방 화장실이 많아 교통공사 측에서 이동 화장실은 필요가 없다고 판단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선영·서영지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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