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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500㎜ 물폭탄…부산선 산사태로 4명 사망·매몰

중앙일보 2019.10.04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태풍으로 인한 비 때문에 3일 부산시 구평동의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밀려내려온 토사가 주택과 식당을 덮쳤다. 이날 오후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토사에 묻혀 숨진 60대 여성과 40대 남성을 발견했다. 소방본부는 파묻힌 주택에 가족 2명이 더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태풍으로 인한 비 때문에 3일 부산시 구평동의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밀려내려온 토사가 주택과 식당을 덮쳤다. 이날 오후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토사에 묻혀 숨진 60대 여성과 40대 남성을 발견했다. 소방본부는 파묻힌 주택에 가족 2명이 더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제18호 태풍 ‘미탁’의 여파로 1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올해 들어 태풍으로 발생한 가장 큰 인명피해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3일 이틀간 경북과 부산·강원 등에서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서는 산사태로 일가족 3명 등 4명이 매몰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였다. 중대본은 사망자가 최대 14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는 대부분 토사 유출로 주택이 무너지거나 급류에 휩쓸리면서 사고를 당했다. 중대본 등 관계당국은 500㎜(울진)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로 축대 벽 등의 안전시설이 없는 산비탈과 경사면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사망·실종·매몰 14명 큰 피해
울진·포항·영덕 집 붕괴 4명 숨져
강릉선 중국 근로자 추정 1명 사망
낙동강엔 7년 만에 홍수주의보

이날 오전 9시5분쯤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을 덮쳐 일가족 3명 등 4명이 매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군부대 등은 600여 명의 인력과 30여 대의 중장비를 동원, 수색·구조작업에 나서 오후 4시쯤 식당 주인으로 추정되는 배모(65)씨를 발견했다. 이어 6시쯤 일가족 중 한 명인 권모(7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곳 야산 일대는 산꼭대기에 예비군훈련장이 조성됐고 석탄재가 대거 매립된 지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가 발생한 구평동 4-6번지 주변은 산 정상인 예비군훈련장 운동장 비탈에서 흘러내려온 검은 토사로 뒤덮였다. 검은 토사는 마치 용암이 흘러내려 검게 굳은 형상을 연상케 했다. 토사는 골짜기를 타고 300여m 내려와 식당과 주택, 인근 공장 건물 등을 덮쳤다. 인근 주민은 검은 토사에 대해 30여 년 전 예비군훈련장 운동장을 만들면서 아래에 석탄재를 매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사가 흘러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예비군훈련장 운동장 비탈에는 경사가 높은 편이지만, 평소 축대벽 등 산사태 방지 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탁 후폭풍 풍랑경보·해일주의보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도 강릉과 삼척 일대에 2일부터 3일까지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3일 오전 강릉시 경포호수가 넘쳐 주변 상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도 강릉과 삼척 일대에 2일부터 3일까지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3일 오전 강릉시 경포호수가 넘쳐 주변 상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경북에서는 미탁 여파로 6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3일 오전 9시6분쯤 경북 울진군 울진읍의 한 주택이 붕괴하면서 강모(67)·김모(62·여)씨 부부가 매몰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이들을 발견, 병원으로 옮겼지만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앞서 오전 1시16분쯤 포항시 북구 기북면 대곡리에서는 주택이 쓰러지면서 김모(72)·박모(69·여)씨 부부가 매몰됐다. 부인 박씨는 구조됐지만 김씨는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비슷한 시간 영덕군 축산면에서도 집이 무너지면서 5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이날 자정쯤에는 포항시 홍해읍에서이모(47·여)씨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고 전날인 2일 오후 8시30분쯤 성주군 대가면에서도 김모(76)씨가 배수작업을 하다 불어난 물에 휩쓸리면서 목숨을 잃었다.
 
오전 1시쯤 강원도 삼척시 오분동에서는 비탈 경사면의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김모(77·여)씨가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 벽이 무너지면서 안방에서 잠자던 김씨가 장롱에 깔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오후 3시쯤 강릉시 옥계면 계곡에서는 중국인 근로자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태풍 미탁의 여파로 전국에서 418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중대본에 따르면 폭우로 강원지역 이재민 273명 등이 마을회관과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불어난 물로 주택 1015채와 상가·공장 24동이 잠기고 농경지 752곳도 침수됐다. 부산권 낙동강에서는 7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전국 4만8700여 가구가 한때 정전돼 주민이 긴급복구를 호소했다.
  
태풍 올 7개 강타, 관측 이래 최다
 
열차도 피해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오전 3시36분쯤 봉화군 영동선 봉화역~봉성역 사이 선로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관광열차(해랑) 2량이 탈선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로 영동선 영주~강릉역 상·하행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페이스북에 태풍 피해 상황과 관련해 “태풍 피해가 심각하다. 특히 인명피해가 적지 않아 가슴 아프다. 침수 피해로 이재민도 많다”며 “정부는 가용한 장비와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탁이 3일 남부지방을 관통하면서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기상청은 미탁이 3일 낮 12시쯤 울릉도 북북서쪽 약 60㎜ 부근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해상의 태풍경보는 풍랑경보로, 울릉도·독도의 태풍경보는 강풍경보와 폭풍해일주의보로 변경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북 울진에는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렸다. 1971년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원 동해에도 시간당 67.4㎜ 비가 내려 기존 강수량 기록(62.4㎜)을 갈아치웠다.
 
현재 북서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다. 아울러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확장해 있어 태풍이 이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북상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미탁’을 포함해 모두 7개로, 기상 관측 이래 1959년과 함께 가장 많다. 태풍이 추가로 오면 올해는 우리나라가 태풍 영향을 많이 받은 해 ‘단독 1위’로 올라선다.
 
삼척·울진·부산·서울=신진호·김윤호·이은지·최종권·천권필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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