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北멧돼지 못 넘어온다" 자신했던 정경두, 하루만에 말 바꿨다

중앙일보 2019.10.04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우리의 경계시스템 등은 모든 것이 완벽하고, (그래서 북한) 멧돼지는 절대 들어올 수 없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말이다. 국내에서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후 3일까지 총 13건의 확진 사례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방부는 북한 멧돼지에 의한 직접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했다.
 
ASF가 발생한 지 17일이 지났지만, 정부는 감염 경로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전문가들은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되는 ‘북한 유입설’을 정부가 아예 배제하고 있다 보니, ASF 대응마저도 허술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ASF가 발생한 지 하루 지난 지난달 18일 환경부는 1차 발생지인 파주 농가가 임진강 하구 합류지점과 10㎞ 이상 떨어졌다는 이유로 북한 멧돼지로부터 ASF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루 지난 19일 “야생 멧돼지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실제 ASF 북한 유입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3일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북쪽 1.4㎞ 지점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북한 멧돼지 이동을 막는 최전방 철책이 완벽하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전방 부대에) 확인해보니 태풍 등으로 철책이 많이 무너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ASF의 ‘북한 유입설’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알면서도 당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만 커졌다. 5월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 ASF 발병 사실을 통보했을 만큼, 북한·중국 등 주변국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200억원의 국비를 들여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준공했지만, 행정안전부와 직제 협의도 못한 채 1년째 방치했다. 야생 동물 ASF 진단 인력 충원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1100여 건에 달하는 ASF 분석은 연구자 10여 명만이 담당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3일 ASF 발병농가가 파주 문산읍과 김포 통진읍 등으로 추가 확진되면서 살처분 대상 돼지는 12만 마리를 넘어서게 됐다.
 
자연에는 국경이 없다. 질병은 아프리카에서 대륙을 지나 북한으로 번져왔다. 이후 질병이 남한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뚜렷한 원인도 못 밝힌 정부가 북한 유입설만큼은 과민할 정도로 선을 긋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