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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文정부, 전체주의로 치닫고 있어···현실 직시해야"

중앙일보 2019.10.04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강찬호의 직격인터뷰] ‘원조 친노’ 김병준이 보는 조국 사태와 문 대통령

요즘 대구를 자주찾아 출마설이 돌고 있는 김 전부총리는 ’자유한국당의 본산 지역에서 새로운 지도적 인물을 발굴하기 위해 대구를 자주 찾고있을 뿐“이라고 했다. 최정동 기자

요즘 대구를 자주찾아 출마설이 돌고 있는 김 전부총리는 ’자유한국당의 본산 지역에서 새로운 지도적 인물을 발굴하기 위해 대구를 자주 찾고있을 뿐“이라고 했다. 최정동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고집스레 안고 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흉중은 무엇일까. 노무현 청와대에서 2년간 정책실장을 지내며 같은 기간 민정·시민사회수석을 역임한 문 대통령과 머리를 맞댔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는 가치도,정책도, 인적 구성도 완전히 다른 별개의 권력”이라며“국민의 자유를 줄이고 정부의 권력 확대를 추진하는 국가주의 정권인데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전체주의로 치닫는 경향까지 보여 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별개 권력
사실 부인하고 좌파 지식인 결집
친문, 이념으로 뭉친 조직적 세력
한국당, 자유의 가치 분명히해야

조국 사태로 나라가 어지럽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를 넘어 전체주의로 가고있다. 그 핵심 징조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게된 거다. 특히 진보 지식인들 사이에서 조국을 놓고 다른 의견을 말하면 즉각 배신자로 매장된다. 김경율 참여연대 소장, 진보논객 진중권씨까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문 정부가 전체주의로 흐른다면 그 끝은 어디인가.
“조 장관이 스스로 밝혔듯이 이 정권의 최종 지향점은 일종의 사회주의를 향하는 듯하다.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내세우다가 조국 사태로 자신들이 정의롭지 않은 현실이 드러나니까 가면을 벗어던지고 노골적으로 좌파 전체주의로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 정부는 어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나.
“말로는 ‘다 같이 잘 사는 사회’인데 현실 사회주의는 ‘다 같이 못 사는 사회’로 귀결되지 않았나. 그런데도 이 정부 사람들은 1920, 30년대에나 통했던 철 지난 이념을 추구하고 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개인의 자유권이 확대돼 창의성이 한껏 발휘되고, 국가는 경쟁에서 처진 사람을 돌보는 구조다. 그런데 문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 흔히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 후신으로 보는데 두 정부는 완전히 다르다.”
 
왜 그런가?
“노무현은 공정과 정의를 진심으로 존중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가 헌재에서 기각 판정을 받은 직후 김우식 비서실장이 날 찾더라. ‘대통령이 이상하다. 당신이 들어가 알아봐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관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다. 노 대통령은 ‘내가 가진 건 명분뿐인데 내 참모들이 돈 받은 게 드러났으니 어찌 나라를 끌고 갈 수 있겠나’고 하더라. 헌재에서 무죄 판정을 받았는데도 하야를 생각한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은 가족들이 금전을 수수한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내게 ‘그렇다고 내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이란 조국과는 딴판이다. 표창장이니, 펀드니 다 가족들이 했다면서 피해 가려 하는데, 조국이 도덕적 책임이 없나? 어려울 때마다 노무현을 팔며 표몰이를 해온 사람들이 노무현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다른 또 다른 이유는?
“노 정부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했고 분양가 원가 공개에도 반대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 최저임금제를 밀어붙여 부작용을 자초한 것부터 그렇다. 또 제주 해군기지나 원전도 반대한다. 노 정부 정책과 다 거꾸로 간다.”
 
노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문 정부에서도 일하고 있지 않나.
“아니다. 노 정부는 중도 성향 학자나 우파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했다. 조윤제·정문수 당시 경제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이념주의자나 노동 세력은 별로 없었다. 또 노 대통령은 자유를 존중하고 국가 권력을 줄이려 노력했고, 스웨덴이 롤모델이었다. 반면 문 정부는 노조와 참여연대 같은 이념 세력에다 운동권 출신이 주류다. 그래서 자유를 억누르고 국가 역할을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청와대에서 수석을 지낸 2004년~2006년에 대통령 정책실장으로 함께 일했는데.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의 최고 중심인물이었다. 상황 회의를 매일 같이했다. 보통 수석들은 자신의 영역이 아닌 사안에도 의견을 많이 낸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정말 말을 안 했다. 무책임일 수도 있고 무관심일 수도 있다. 나는 후자로 본다. 다만 인권·노동·환경·통일에는 관심이 많더라. 그래서 이정우 실장 등 진보적 인사들과 잘 어울렸다.”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안고 가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권력을 잃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 불안감이 자꾸 군중을 동원하게 하고, 전체주의적인 성향으로 흐르게 하는 듯하다. 그럴수록 일이 꼬일 뿐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을 자율적인 존재로 보고 국가권력을 줄이려 노력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안 믿는다. 구호부터 ‘내 삶을 책임져주는 국가’다. 국민을 어리석고 교화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거다. 노 대통령 같으면 절대 그런 구호 안 한다.”
 
문 대통령의 언행에서 그런 성향이 드러나나?
“설명이 안 되는 걸 설명이라고 한다. 형편없는 고용지수를 놓고 경제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강변하는가 하면 북한과 경협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럴 때 표정을 보면 진지하다. 조금만 생각하면 다 틀린 주장들인데 바르다고 믿고 있다. 이게 진짜 큰 문제다.”
 
문 대통령의 의식 구조를 어떻게 보나.
“전임 대통령들의 비극을 다 지켜봤지 않나. (퇴임 후 안위에 대한) 걱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지층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클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문 대통령과 끝까지 같이 가줄까? 아니다. 예컨대 노조 세력은 정부로부터 뭘 자꾸 얻어내야 하는데 정부가 그렇게 무한정 줄 수는 없다. 결국 정권 말기가 되면 노조는 차기 대권 주자에 붙게 된다. 지지율 빠지고 국민에 욕먹기 십상인 현직 대통령은 버리는 것이다.”
 
친 노무현 지지층과 친 문재인 지지층은 어떻게 다른가.
“다르다. 친노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집단인 반면 친문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부터 그를 옹립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통합진보당 세력 등이 주축이다. 스스로는 집권을 못 하니 노무현의 상징성을 지닌 문재인과 합체한 거다. 친노는 집합적 개인이지만 친문은 고도로 조직화한 세력이다. 훨씬 더 이념적이고 훨씬 더 강력하다. 노무현 정부는 노동세력과 엄청나게 싸웠다. 한·미 FTA를 놓고 정부와 노조가 격돌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노동세력이 아예 정권 내부에 들어와 있다. 권력을 노조와 공유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문 대통령은 이들을 내칠 수 없고, 정책에도 자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야당이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서 이겨도 친문들과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친문이 왜 이리 똘똘 뭉쳐 정권을 뒤흔드냐면, 국가 권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을 장악하려고 악을 쓰다 보니 일체의 이견을 인정하지 않고 똘똘 뭉쳐 전체주의로 흐르게 된다. 답은 하나다. 국가권력을 줄여 그게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들면 전체주의는 절로 사그라진다.”
 
친문들은 노무현의 후계자로 왜 문재인을 선택했을까?
“가장 상징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아직 젊고, 이해찬 대표는 까다로운 성품에다 대중적 인기도 약하다. 한명숙 전 대표도 아닌 것 같고, 김병준은 결이 안 맞아 제외됐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지도 좋고 이념 코드도 맞으니 선택된 것 아닐까.”
 
문 대통령이 1970~80년대 읽은 이영희 교수 저서나 『해방 전후사의 인식』 등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며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형성했을 거다. 그런데 대통령이 돼서 그걸 실현하자니 한편으로는 겁이 났을 것이다. 겁이 나는 사람의 특징은 정보를 자기 좋은 것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사실을 사실로 보려 하지 않는 성향이 대통령과 진보 진영에 뿌리 박혀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게 제일 걱정된다.”
 
중도층이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지만 자유한국당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데.
“‘한국당 너희도 조국이나 똑같은 사람들 아니냐’는 게 중도층 심정일 것이다. 한국당도 공정·정의와 거리가 멀었던 점에서 조국과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정교과서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역사관을 국가가 지배하려 드는 건 안된다’고 확실히 선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유와 자율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정당임을 각인시켜야 유권자들이 돌아올 수 있다.” 
 
강찬호 논설위원, 정리=김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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