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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비수 무너뜨린 ‘성난 황소’

중앙일보 2019.10.04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잘츠부르크 황희찬(왼쪽)이 리버풀 수비수 판데이크를 페이크로 따돌리고 있다. 황희찬은 다음 장면에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AFP=연합뉴스]

잘츠부르크 황희찬(왼쪽)이 리버풀 수비수 판데이크를 페이크로 따돌리고 있다. 황희찬은 다음 장면에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고 중앙 수비수에게 두통을 안겨줬다.”
 

황희찬, 챔피언스리그 2연속 골
1골·1도움, 리버풀에 3-4로 석패
절묘한 페인트로 제치고 득점
망막보호용 고글까지 던진 투혼

3일 영국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리버풀(잉글랜드) 중앙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28·네덜란드)를 뚫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황희찬(23)의 활약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황희찬은 이날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E조 2차전 리버풀전에서 0-3으로 뒤지던 전반 39분 만회골을 터트렸다.
 
페널티 박스 왼쪽을 파고든 황희찬은 왼발 슛을 쏘는 척하다가 공을 한 번 접었다. 판데이크는 이 방향 전환에 그대로 속아 넘어갔다. 키 1m93㎝ 판데이크를 제친 1m77㎝ 황희찬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판데이크는 지난 시즌 리버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UEFA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프리미어리그에선 64경기 연속으로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ESPN 영국판은 황희찬이 판데이크를 사우샘프턴으로 보내버렸다고 표현했다. 판데이크가 전소속팀인 중하위권 사우샘프턴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유머다. [사진 ESPNUK 인스타그램]

ESPN 영국판은 황희찬이 판데이크를 사우샘프턴으로 보내버렸다고 표현했다. 판데이크가 전소속팀인 중하위권 사우샘프턴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유머다. [사진 ESPNUK 인스타그램]

 
황희찬이 철벽 수비를 무너뜨리자 영국 커트오프사이드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아닌 황희찬이 판데이크를 무너뜨리고 충격적인 골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ESPN은 “황희찬이 판데이크를 사우샘프턴으로 보내버렸다”고 표현했다. 판데이크가 2018년 1월 리버풀에 오기 전 뛰었던 사우샘프턴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유머다.
 
리버풀은 지난해 9월 파리생제르맹전 이후 홈인 안필드에서는 챔피언스리그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었다. 1년 만에 ‘클린시트’가 깨졌다. 황희찬은 또 후반 11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로 미나미노 다쿠미(일본)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황희찬의 도움을 받은 미나미노가 두번째 골을 터트리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허탈하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BT스포츠 인스타그램]

황희찬의 도움을 받은 미나미노가 두번째 골을 터트리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허탈하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BT스포츠 인스타그램]

잘츠부르크는 3-4로 졌지만, UEFA는 홈페이지 맨 앞에 황희찬 사진을 띄우고 “패배에도 빛났다”고 전했다. 팀 동료 엘링 홀란드는 “황희찬은 정말 미쳤다”고 표현했다.
UEFA는 홈페이지 앞에 황희찬 사진을 게재했다. 잘츠부르크는 졌지만 가장 빛난 건 황희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사진 UEFA 홈페이지]

UEFA는 홈페이지 앞에 황희찬 사진을 게재했다. 잘츠부르크는 졌지만 가장 빛난 건 황희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사진 UEFA 홈페이지]

황희찬은 지난달 18일 조별리그 1차전 헹크(벨기에)전에서 1골·2도움을 기록해, 챔피언스리그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 공격포인트는 1위(5개, 2골·3도움)다. 
 
망막을 다쳐 특수고글을 쓰고 뛴 황희찬.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황희찬은 전반 중반 팀이 끌려가자 고글을 벗어 던저버렸다.[EPA=연합뉴스]

망막을 다쳐 특수고글을 쓰고 뛴 황희찬.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황희찬은 전반 중반 팀이 끌려가자 고글을 벗어 던저버렸다.[EPA=연합뉴스]

황희찬은 녹내장을 앓았던 에드가 다비즈(46·네덜란드)처럼 특수제작한 고글을 쓰고 경기에 임했다. 지난달 20일 훈련 도중 공에 오른쪽 눈을 맞아 망막을 다쳤다. 황희찬은 뛰기 힘든 상황이지만, 홀란드마저 독감에 걸려 선발로 나서야 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끌려가자 황희찬은 고글을 벗어 던져버렸다. 그 정도로 최선을 다한 끝에 기록한 1골·1도움이다.

 
잘츠부르크 팀 관계자는 “부상 당시 망막의 실핏줄이 터지고 혈흔도 남아 검은 점 같은 게 보였다. 의사가 전치 5주 진단을 내렸고, ‘공을 한 번 더 맞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며 “리버풀전에서 발밑이 잘 안 보이자 황희찬은 고글을 벗어버렸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가위바위보조차 지지 않으려고 할 만큼 승리욕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희찬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개천절에 골을 터트린 황희찬은 태극기를 들고 개천절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황희찬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개천절에 골을 터트린 황희찬은 태극기를 들고 개천절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황희찬을 국내 팬들은 ‘음메페’라고 부른다.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와 황소 울음(음메)를 합성한 말이다. 황희찬의 저돌적인 플레이가 음바페와 비슷한 데다 황소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성이 황씨인 점도 작용했다.
 
황희찬의 ‘성난 질주’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잘츠부르크 집에는 극저온 냉각치료 장비가 있다. 영하 140도 액화 질소를 이용해 3~5분간 체온을 떨어뜨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장비다. 근육이 잘 찢어지는 황희찬이 자비로 장비를 갖췄다.
 
황희찬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북한전 소집명단에 포함됐다. 황희찬은 북한전에 관한 좋은 기억이 있다. 2012 아시아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북한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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