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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업계 ‘메기효과’ 알뜰주유소…유류세 환원 후 주목받는 이유

중앙일보 2019.10.03 16:39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이강원(30)씨는 최근 알뜰주유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8월 유류세 인하정책이 끝난 후 조금이라도 기름값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며 “일반 주유소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할인을 받으려면 연회비가 있는 주유 카드를 만드는 등 번거로움이 많아 길을 조금 돌아가더라도 알뜰주유소를 찾는다”고 밝혔다. 이씨가 주로 이용하는 고양시 덕양구의 A 알뜰주유소의 경우 L당 휘발유 가격이 1475원(3일 기준)으로 경기도 평균(1556원)과 서울 평균(L당 1644원)보다 각각 81원과 169원이 저렴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의 모습. [뉴스1]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의 모습. [뉴스1]

올해 개장 8년째를 맞은 알뜰 주유소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8월 말 종료되면서다. 8월 31일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1497원이었지만 한 달이 지난 9월 30일에는 1543원까지 올랐다. 이 때문에 한시 인하 조치가 끝나기 직전에는 운전자들이 주유소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4개 정유사가 과점하고 있는 국내 석유제품 시장에 가격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필요 때문에 출범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정유사에서 유류를 공동으로 구매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2년 동안 고정적으로 대량제품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일정 부분 매출을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알뜰주유소는 전체 주유소 개수의 10%, 판매 물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석유공사가 정유사로부터 유류를 대량으로 매입해 가격 할인을 받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년마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 정유사는 대량구매 고객에게 L당 일정액을 할인해주는 정유사 할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석유공사는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매달 각 자영 알뜰주유소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8년 한해 석유공사는 총 16억5000만 L의 유류를 사고 L당 5원의 할인을 받아 82억 5000만원의 중간 수익을 얻었다. 이 중간수익은 8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기름값을 천천히 올린 자영 알뜰주유소에 인센티브로 부여됐다.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L당 최대 인상액(58원)의 50% 이내로 1주를 유지할 경우 L당 25원, 2주를 유지할 경우 L당 40원의 인센티브를 줬다. 그 결과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끝난 후 2주간 일반주유소는 휘발유 가격 49%가 오른 반면, 알뜰 주유소는 39%만 올랐다.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석유공사는 소매업자인 알뜰주유소에 당일 공급되는 물량의 단가를 매일 공개한다. 이 때문에 유가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즉각 판매가에 반영할 수 있다. 일반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가 원가를 익월 중순에 알려주기 때문에 유가 하락 요인이 생기더라도 이를 제때 반영하기 힘든 것과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일반주유소는 알뜰주유소를 의식해 일부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시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 주유소에서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근거다. 올해 8월 자영 알뜰주유소의 L당 평균 휘발윳값은 1405.6원이었다. 반경 3㎞ 안에 위치한 주유소의 경우 평균 가격은 1435원으로 29.4원 비쌌다. 해당 지역 전체 평균 가격은 1239.2원으로 33.6원 높았다.
 
석유공사는 “향후 이 같은 사용자 편익을 확대하기 위해 대도시 지역에도 알뜰 주유소 접근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석유관리원과 협력해 품질인증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주유소를 확대하는 등 품질 관리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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