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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색 바다에 솟은 2000개 섬 …하롱베이서 카약 유람

중앙일보 2019.10.03 13:00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3)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 조남대]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 조남대]

 
3일 차 여행, 하롱베이 관광
베트남이지만 겨울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좀 쌀쌀하다. 잠을 잘 때는 추위를 느껴 윗 내의와 반바지를 입고 잤다. 새벽 4시 40분에 잠을 깼는데, 이불이 얇아 추워 잠이 잘 오질 않는다. 몸을 움츠리고 이리저리 뒤척이는데도 마찬가지여서 옷을 더 껴입고 잘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한참을 뒤척여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5시 반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패딩을 입고 일지를 정리했다.
 
7시경 숙소에서 아침 식사로 빵과 계란 2개와 커피 한 잔을 준다. 후식으로 바나나 1개도 준다고 하더니만 상점이 문을 닫아 사지 못했단다. 참말인지 거짓인지는 몰라도 밉지는 않다.
 
어제 타고 온 택시 운전대 앞에 성모상이 있어 나도 가톨릭 신자라고 하니 반가워한다. 불교가 대세인 베트남이지만 프랑스의 식민지를 겪은 나라라서 그런지 가톨릭 신자도 꽤 있는 모양이다.
 
하롱베이 관광에 앞서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우리가 관광을 마치고 4시쯤 호텔에 도착할텐데 닌빈으로 가는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길 안내를 부탁하니 흔쾌히 해주겠다고 한다. 닌빈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단다. 요즈음 기온은 저녁은 14도, 낮은 17도 정도다.
 
미혼처럼 보이는 프런트 여직원은 아이가 두 명인 엄마란다. 영어가 유창하다. 일행 중 순희 씨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주려고 챙겨 온 아기 옷을 직원에게 주니 매우 고마워한다. 박항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농으로 자기 아버지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인기가 대단하단다. 그러면서 우리 일행 3명이 모두 박항서와 닮았다고 한다. 우리도 외국인을 잘 구별하지 못하듯이 이들도 한국인은 모두 비슷해 보이는 모양이다.
 
하롱베이 선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하롱베이 선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아침 식사 후 호텔 앞에서 마이크로버스를 타자 여러 호텔을 돌며 하롱베이 관광 예약한 사람들을 태우고 선착장으로 간다. 선착장 안으로 들어가 잠시 쉬고 있는데 종업원이 우리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는 한국의 유명인사와 대통령, 서울시장 등의 이름과 김치, 된장 등 한국 음식 을 열거하면서 물건을 사달라고 조른다. 상술인줄 알면서도 괜히 기분이 우쭐해져 커피 한 잔 마시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것과 우리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30여 명의 탑승자 대부분은 서양인이고, 어머니를 모시고 온 두 딸을 포함해 한국인은 모두 8명이다.
 
10여 년 전 한 번 다녀간 곳이어서인지 오랜만에 다시 와 보니 예전 생각이 조금 난다. 하롱베이는 통킹만에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명승지로, ‘하롱’이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의미다. 바다 건너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용이 이곳으로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들이 바다로 떨어뜨리자 갖가지 모양의 기암이 돼 침략자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2000여개 종 모양의 섬들

병아리 두 마리가 키스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뽀뽀바위’로 불린다.

병아리 두 마리가 키스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뽀뽀바위’로 불린다.

 
바다 위에 높고 뾰족한 산들이 수없이 떠 있는 형상이다. 우리의 산은 여체를 닮은 부드러운 곡선인데 비해 여기는 종을 엎어 놓은 것처럼 뽀쪽하다. 이런 섬이 20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배를 타고 앞으로 갈수록 두 얼굴이 마주 보고 있는 뽀뽀 바위, 엄지손가락을 닮은 엄지 바위 등 각양각색 모습의 섬들이 나타난다.
 
날씨가 조금 흐려 안개가 자욱하다. 비취색 파란 바다에 무수한 기암괴석들이 솟아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고즈넉한 풍경과 분위기가 중국의 명승지를 연상시켜 ‘바다의 계림’이라고도 불린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지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경관으로 선정됐다.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섬들이 자태를 뽐내자 관광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세계 7대 경관으로 결코 손색이 없어 보인다.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경쟁하듯 앞으로 달려간다. 섬들 대부분이 바위산으로 그 위에 나무가 듬성듬성 보인다. 산꼭대기는 뾰쪽하지 않고 조금 둥그스름하게 생겼다.
 
우리 일행 중 한국에서 40대의 두 딸이 모시고 온 어머니는 79세로 망원렌즈를 끼운 케논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있었다. 그 연세에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1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어 왔다니 감탄스럽다. 다른 사람 같으면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 텐데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외국으로 사진 촬영을 다닌다니 대단하다. 나도 사진을 배우고 있지만 저 나이에도 왕성한 열정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부러운 생각이 든다.
 
하롱베이의 석회동굴인 ‘항티엔꿍’ 내부.

하롱베이의 석회동굴인 ‘항티엔꿍’ 내부.

 
관광객을 태운 수많은 배는 하롱베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회동굴인 ‘항티엔꿍’(승솟동굴) 동굴 앞 선착장에 멈춘다. 해발 50m 정도 되는 동굴을 올라가면 형형색색의 석회석과 마주하게 된다. 둘러보는 데는 30분 정도 걸린다. 동굴 중앙에는 엄청나게 높고 넓은 공간이 있으며, 그리 길지 않고 빙 둘러보고 오는 코스로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동굴보다 규모 면에서는 별로 큰 편은 아니며, 특별히 볼 것도 없는 편이다. 동굴을 둘러보고 배로 돌아오니 배 안의 6인용 식탁에 점심이 차려져 있다. 우리는 벨기에서 혼자 온 29세의 여자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했다. 6.25 때 우리를 도와준 나라라는 것이 생각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더니 오히려 고맙다면서 좋아한다.
 
하롱베이의 그 많은 섬 중에 배가 정박해 사람이 상륙할 수 있은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사람이 내릴 수 있는 티토 섬이 있다. 유고 대통령인 티토가 방문했다고 해서 ‘티토 아일랜드’라고 명명되었단다. 티토 섬의 많은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정상에 전망 좋은 정자가 있다. 계단을 올라가느라 숨이 헐떡거린다. 정자에서 숨을 고르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주변에 펼쳐져 있는 하롱베이의 멋진 경치를 감상했다.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아 조금 흐리다.
 
티토섬 입구에 이를 알리는 푯말이 붙어있다.

티토섬 입구에 이를 알리는 푯말이 붙어있다.

 
나는 산에 오를 것에 대비해 등산용 지팡이를 가지고 왔다. 1년 전에 허벅지뼈가 부러져 철심을 넣고 나사못으로 고정해 놓았지만, 아직 완치되지 않아 제거하지 않았다. 그래서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이 불편하고 내려오는 것은 오히려 더 힘들다. 정자까지 그 많은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가져온 스틱에 의지해야 했다.
 
오래 전 하롱베이에 왔을 때 다녀온 곳이지만 정상까지 또 올라가 봤다. 열 내의를 아래위로 다 입은 상태에서 올라갔더니 더워 땀이 난다. 아래에 내려와 덥고 피곤해 모래사장에 비치된 대나무 의자에 좀 앉으니 종업원이 와 돈을 달란다.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일어나 선착장으로 왔다.
 
하롱베이의 짙푸른 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 관광객.

하롱베이의 짙푸른 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 관광객.

 
돌아오는 길에 진주조개 양식장을 들러 진주로 만든 물품들을 구경하고 나서 2명이 한 조가 돼 카약을 1시간 정도 타보았다. 아름다운 섬들로 둘러싸인 비취색의 눈부신 바다에 2인용의 좁은 카약을 타고 노를 저어 에메랄드 빛의 깊은 바다에 나가니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조금 지나자 적응이 된다. 경희는 무섭다며 타지 않겠다고 했으나 구명조끼를 입으면 괜찮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타고는 시간이 지나 익숙해 지자 즐거워한다. 한 시간 정도 노를 저으며 주변을 돌아보니 땀도 나고 힘도 들었지만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짙푸른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기분은 환상적이다.
 
4시경에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5시에 닌빈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호텔로 돌아와 카운터 여직원에게 닌빈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도록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자 택시비와 5명의 버스비용을 포함해 100만 동을 달란다. 우리 돈 5만 원이다. 택시는 우리와 여행용 가방을 싣고 10여 분 정도를 달려 국도변에 내려준다.
 
길거리에서 조금 기다리자 중형버스가 와서 선다. 택시기사가 버스안내원에게 이야기하자 우리를 태우고 출발했다. 버스는 포장은 되었지만 털털거리는 시골길을 달리며 계속 경음기를 울린다. 오토바이들이 버스와 같이 한 차선을 차지하고 도로를 달려 이들에게 경계하라는 차원에서 울리는 것 같다.
 
조금 달리자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달걀과 빵과 음료수를 구입해 먹으니 허기가 조금 해소된다. 휴게소라는 것이 우리의 시골 면 단위에 있는 것보다 못한 시설이다. 화장실 대변보는 곳은 문도 제대로 없다. 3시간을 달려 닌빈에 도착했다.


‘박캉스’를 외치는 젊은이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박캉스’를 외치며 환영해주었다. 사진은 박항서 감독. [중앙포토]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박캉스’를 외치며 환영해주었다. 사진은 박항서 감독. [중앙포토]

 
오는 도중에 버스에서 통역 어플을 통해 옆에 있는 현지인에게 닌빈에 도착하면 숙박업소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친절히 안내해준다. 젊은이들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박캉스’를 외치며 환영해 준다. 박항서 감독의 인기가 이런 곳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한 사람의 축구 지도자로 인해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우리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니 기분이 좋다.
 
버스는 우리를 닌빈 시내 도로변에 내려준다. 우리나라처럼 터미널 같은 시설은 없는 모양이다. 벌써 저녁 8시 40분이다. 우리의 읍 소재지 정도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어두운 밤길을 조금 걸어가자 허름한 호텔이 보여 들어갔다. 남자 혼자 있는데 영어를 전혀 못 해 통역 어플을 통해 겨우 의사소통을 한 끝에 방 2개를 구했다. 짐을 들여놓고 저녁을 먹으러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가게 문을 거의 닫은 상태다.
 
허기지고 지친 몸을 이끌고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한참을 돌아다니다 겨우 식당을 찾아 쌀국수에 맥주와 베트남 술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허름한 가게인 데 비해 쌀국수는 아주 맛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온 데다, 식당을 찾아 어두운 밤거리를 한참 헤매고 다니느라 긴장을 했던 탓에 맥주 한잔이 꿀맛이다. 베트남의 한적한 시골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을 줄이야. 안도감이 밀려온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 일정을 협의했다. 내일은 닌빈역 주변에 가서 여행사를 찾아 1일 투어를 하기로 했다. 사워를 하고 3일 만에 양말과 런닝을 세탁했다. 12시 반이 되어간다. 3명이 자는 방이라 오랫동안 불을 밝혀놓고 여행기를 쓰는 것이 방해될 것 같아 어느 정도 정리를 해 놓고 마무리했다. 옆에서는 TV를 켜 놓은 채 벌써 코를 골며 잔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조남대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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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대 조남대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필진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 해외여행을 여러 번 해 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패키지여행을 다녀보면 빠듯한 일정으로 관광지를 옮겨 다니기에 바쁠 뿐,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자 좀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내 마음대로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나 혼자나 몇 명이 배낭여행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부족하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검색하는 것도 서툴고, 순발력도 떨어진 데다 용기나 자신감도 없다. 주변에서 하면 된다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남자 3명 여자 2명 등 5명이 의기투합하여 한 달 일정으로 동남아 4개국 배낭여행을 떠났다. 과연 할 수 있는지, 어떤 난관이 기다리는지 함께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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