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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열병식 피날레 장식한 7만 비둘기, 민간 2000가구서 빌렸다

중앙일보 2019.10.03 11:24
미 뉴욕타임스(NYT)가 중국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중국 건국 70주년 관련해 ‘탱크와 미사일, 그리고 비둘기는 전무(Tanks, Missiles and No Pigeons)’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낸 게 문제가 됐다. 중국이 힘만 과시하고 평화는 외면한다는 비판적 글이었다.
미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8일 '중국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에선 탱크와 미사일만 등장할 뿐 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는 없다'는 글을 내보냈다가 중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환구망]

미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8일 '중국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에선 탱크와 미사일만 등장할 뿐 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는 없다'는 글을 내보냈다가 중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환구망]

한데 정작 1일 160분간의 중국 열병식 피날레를 장식한 건 7만 비둘기였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괴상 야릇한 보도를 일삼아온 NYT가 또다시 못된 짓을 했다”며 “중국 국경절에 신물을 토해냈다”고 비난했다.

민간 2000여 가구서 기르는 것 빌려
힘이 센 6개월에서 3세 사이 연령대
7월부터 석 달 간 반복 훈련 거듭해
대부분 귀환했지만 미아 된 친구도

NYT가 오보하게 된 건 지난달 14일 베이징 시정부가 ‘비행 안전’ 통보를 하면서 당분간 드론과 기구, 편지 전하는 비둘기 등의 비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의 피날레를 장식한 건 베이징 상공으로 날아오른 7만 비둘기였다. [중국 CCTV]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의 피날레를 장식한 건 베이징 상공으로 날아오른 7만 비둘기였다. [중국 CCTV]

중국 언론은 NYT 때리기에 열심이지만 정작 중국인의 관심은 7만이나 되는 비둘기를 어떻게 모았고, 이들이 다 어디로 날아갔나 하는 점이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이 풀었다.
열병식에 징집된 7만 비둘기는 민간에서 빌린 것이었다. CCTV 보도에 따르면 비둘기를 기르는 베이징 16개 구(區)의 2022개 가구에서 제공받았다. 베이징 팡산(房山)구에서 7000마리 비둘기 징집을 책임진 마춘위(馬春雨)는 7월에 임무를 받았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2000여 민간 가구에서 빌린 7만 비둘기가 베이징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중국 CCTV]

베이징의 2000여 민간 가구에서 빌린 7만 비둘기가 베이징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중국 CCTV]

이후 중국판 트위터인 위챗을 통해 구내의 비둘기 애호가들에게 연락했고 7000마리를 모으는데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의 비둘기가 열병식에 참가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는 베이징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비둘기에겐 특별히 제작된 ‘기념 발찌’가 제공됐다. 한편 징집된 비둘기 나이는 6개월에서 3살 사이라고 한다. 이 연령대 비둘기가 젊고 힘도 세며(年富力强) 훈련하기도 좋다는 것이다. 7월에 징집된 비둘기들은 곧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참가한 비둘기에겐 특별히 제작된 '기념 발찌'가 수여됐다. [중국 CCTV]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참가한 비둘기에겐 특별히 제작된 '기념 발찌'가 수여됐다. [중국 CCTV]

30km와 50km, 심지어 100km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훈련을 반복했다. 마춘위는 “처음에 시범적으로 721마리의 비둘기를 날리기 위해 새장 문을 열었는데 훈련 부족과 더위 탓인지 15초 동안이나 한 마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반복적인 보충 훈련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극복했다고 한다. 1일 베이징 상공을 가른 7만 비둘기는 모두 집으로 돌아갔을까. 대부분 귀환했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간’ 비둘기도 있고 아직도 길을 잃고 헤매는 비둘기도 있다고 CCTV는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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