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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릿속 北은 없다"…탄핵 기사 놓고 외국 정상과 기자회견

중앙일보 2019.10.03 07: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중 로이터통신 기자(뒷모습)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기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과 관련해 정확히 뭘 부탁했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중 로이터통신 기자(뒷모습)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기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과 관련해 정확히 뭘 부탁했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머릿속은 온통 탄핵조사와 그에 대한 대응으로 가득한 듯 보였다. 

백악관서 핀라드 대통령과 양자회담
연단에 NYT 탄핵 기사 놓고 기자회견
"바이든에 관해 뭘 부탁했냐" 질문
얼굴 달아오를 정도로 기자와 설전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사울리 나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탄핵 조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자기 입장을 쏟아냈다.

 
정상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 발언 때 한 이야기를 반복하다시피 했다. ‘민주당의 거짓말’ ‘사기극’ ‘조작’ '바이든은 사기꾼' 같은 쉽고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했다.

 
전날 북한이 쏘아 올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4일 시작하는 북ㆍ미 실무협상, 10일 재개되는 미ㆍ중 고위급 무역협상 등 대내외 현안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강의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트럼프 머릿속엔 탄핵에서 살아남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워드로 트럼프 기자회견을 재구성했다.

 
①“민주당의 거짓말, 사기극”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통화였는데, 내부고발자가 부정확한 고발을 했다”고 말했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 애덤 쉬프(민주당) 위원장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문제가 없는 것을 알고 통화 내용을 조작해 발표했다고도 주장했다.

 
쉬프 위원장에 대해 “거지 같은 사람(lowlife)” “대통령이 하지 않은 말을 만들어 낸 반역죄” “강제로 사임해야 한다”고 퍼부었다.  
 
 
②“폼페이오는 고결한 사람”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감쌌다. 트럼프 행정부 내 관료 가운데 최측근으로 꼽히는 폼페이오가 국무부 관리들의 증인 출석을 요구한 의회에 맞서자 그를 방어한 것이다. 
 
트럼프는 “폼페이오는 가장 고결한 사람이다"라면서 "(쉬프 위원장 같은 사람과)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도 최우등생 중 한 명이었다"라면서 다소 동떨어진 얘기도 했다. 
 
폼페이오는 하원이 국무부 관리들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하자 "저명한 전문가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고 부적절하게 대우하려는 시도"라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술을 막겠다"고 1일 밝혔다.
 
2일엔 탄핵 사유가 된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당시 폼페이오가 현장에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를 방문해 연 기자회견에서 “두 대통령이 통화할 때 내용을 들었다”고 시인했다.
 
③“완벽하고 아름다운 대화…보상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내가 통화 녹취록을 공개할 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 불법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백악관이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을 줄 알고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했는데, 뜻밖에 녹취록을 공개하자 민주당이 당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을 약속(quid pro quo)하거나 보상을 전제로 하는 대화는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이터통신 기자(서 있는 이)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설전을 벌였다.. 기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과 관련해 정확히 뭘 부탁했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이터통신 기자(서 있는 이)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설전을 벌였다.. 기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과 관련해 정확히 뭘 부탁했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EPA=연합뉴스]

 
④ "바이든은 사기꾼"  
 
트럼프는 자신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1999년쯤인가 부패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내겐 부패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바이든과 그 아들은 부패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바이든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건 여기까지였다. 로이터통신 기자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때 조 바이든이나 그 아들에 대해 정확하게 무엇을 해달라고 부탁했나”라고 질문하자 트럼프는 동문서답 했다. 
 
“쉬프 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소환장이 무슨 과자인 것처럼 마구 뿌리고 있다. 부패한 민주당을 수사해야 한다. 유럽이 우리만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 게 문제다.”
 
기자가 재차 “정확하게 바이든 부자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무엇을 부탁했나” 묻자 이번엔 “바이든과 그 아들은 냉혈한 사기꾼들”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다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이든을 어떻게 해주길 바랐나”고 묻자 “무례하게 굴지 말고 옆에 있는 핀란드 대통령에게 질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또 묻자 트럼프는 “언론은 이제 가짜 뉴스 생산을 넘어서 부패했다”고 소리쳤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만하겠다는 사인인 "땡큐"를 외친 뒤 곧바로 회견장을 떠났다. 핀란드 대통령을 안내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핀란드 대통령과 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스의 탄핵 기사를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연단에 탄핵 기사를 놓고 정상회담 회견문을 읽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핀란드 대통령과 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스의 탄핵 기사를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연단에 탄핵 기사를 놓고 정상회담 회견문을 읽었다. [AP=연합뉴스]

 
이날 연단에는 미·핀란드 양자회담 기자회견문과 함께 뉴욕타임스가 막 전송한 탄핵 관련 기사가 놓여 있었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트럼프가 기사를 흔들며 보여주는 바람에 확인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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