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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맹 조국' 변호인 천정배 "조국 수사, 盧수사와 다르다"

중앙일보 2019.10.03 05:00
조국 법무부 장관이 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이 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있다. [뉴스1]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주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문 대통령, 盧정부 검찰개혁 실패 떠올려
천정배 "조국 수사, 노무현 수사와 달라"

2011년 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 나오는 문 대통령의 서술이다. 
 
이 책이 나오기 1년 전 출간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실패한 것에 대해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후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1일 검찰조사를 받은 뒤 대검찰청을 나서는 도중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1일 검찰조사를 받은 뒤 대검찰청을 나서는 도중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자서전은 지금 검찰의 조국(54) 법무부 장관 수사를 "위헌적 쿠데타"라 규정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집필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만을 보장하는 검찰 개혁으론 검찰을 바꾸기 부족했다는 것이 두 전·현직 대통령의 공통된 트라우마였다.  
 

조국 수사가 부른 문 대통령의 트라우마  

여권과 법조계에선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가 문 대통령의 이런 검찰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윤석열(59) 검찰총장에게 직접 검찰개혁을 지시한 것도 이런 기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법무부에서 검찰개혁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겐 검찰개혁에 실패해 노 전 대통령을 잃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며 "지금 여기서 검찰에 밀리면 검찰개혁도, 정권도 끝나는 것이란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총장이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을지라도 문 대통령에게 검찰은 늘 미운 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 노무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 등 참석자들이 지난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 노무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 등 참석자들이 지난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정치적 중립 보장이 가장 중요"

검찰은 하지만 '정치적 중립'이 검찰 개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란 입장이다. 조국이란 살아있는 권력을 엄정히 수사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며 "의혹이 있으면 당사자가 누구든 열어봐야 한다. 그게 검사"라는 것이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들은 검찰 개혁의 80~90%가 정치적 중립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고 나서야 그 외의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 총장은 조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히기 이전부터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조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기소했다. 
 
"의혹이 부풀어오른 상태에서 수사 착수가 늦었다면 진상 규명은 물론 수사 결과에 국민들도 납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여권 "검찰, 정치적 중립 명분으로 칼 휘둘러"

하지만 문 대통령과 여권의 생각은 다르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이란 명분을 갖고 오히려 국회와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며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국 수사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유사하다고 판단하는 기류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출간한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우리가 정치적 중립성, 이 부분을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정치적 중립성만 보장하면 검찰의 민주화는 그대로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후회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당시 불법대선자금수사를 이끈 송광수검찰총장(가운데)과 안대희대검 중수부장(오른쪽).당시 검찰 수사가 큰 성과를거두자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힘을 잃었다. [중앙포토]

2003년 노무현 정부당시 불법대선자금수사를 이끈 송광수검찰총장(가운데)과 안대희대검 중수부장(오른쪽).당시 검찰 수사가 큰 성과를거두자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힘을 잃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검찰은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가버렸다. 한꺼번에 퇴행해버린 것이 어이없고 안타깝다"고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만을 보장해주는 것이 오히려 검찰 권력을 방치하고 키워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권에선 지금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명분으로 수사하는 모습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떠올린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권력에 대해 칼을 빼들었을 때가 청와대의 권력이 다시 검찰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지시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지시했다. [뉴스1]

노무현 정부 당시 사정에 정통한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그래서 지금 청와대와 여권에서 아주 거친 방식으로라도 검찰개혁이란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더는 검찰을 낭만적으로, 또는 순진하게 쳐다만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발족한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한 위원은 "지금 검찰개혁을 하는 것이 시기상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검찰개혁이란 큰 방향은 맞지 않느냐. 그 방향이 맞다면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과 노무현 수사 다르단 지적도 

하지만 일각에선 조 장관에 대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수사가 완전히 다른 수사란 지적도 있다. 여권에서 조 장관 수사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변호인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변호인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조 장관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복역했을 당시 그의 변호인이자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었던 천정배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장관 수사는 정치적 보복 의도로 시작됐던 노 전 대통령의 수사는 다르다"며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검찰개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검찰의 독립도 중요한 가치"라 말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도 "검찰개혁을 하려면 임기 초기에 전광석화처럼 해야 했다"며 "그 시기를 놓친 것이 정말 후회가 된다. 그 잘못의 대가가 지금 정부에 그대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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