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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에 관심 없던 민주당, 조국 수사받자 “특수부 축소”…“이율배반적”

중앙일보 2019.10.03 05:00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월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 수석은 당시 검찰의 특수 수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월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 수석은 당시 검찰의 특수 수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직접 수사의 축소, (다만) 이미 검찰이 잘 하고 있는 특수 수사 등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 
 
조국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이던 지난해 1월 14일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조 장관이 생각한 검찰 개혁은 ‘형사부의 직접 수사는 줄이되, 특수부 지위는 인정하는 것’이었다. 검찰 특수부가 한창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대상으로 ‘적폐 수사’를 할 때였다.
 
정부는 그해 6월 조 장관의 발표를 바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었다. 다시 이를 기초로 더불어민주당은 11월 검찰 개혁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백혜련 의원 대표 발의) 등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법안은 조 장관의 검찰 개혁 방향과 궤를 같이했다. 당시 발의된 법안을 보면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부패 범죄 등 6개 중요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아놨다. 검찰의 특수 수사는 여전히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문 총장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침묵했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문 총장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침묵했다. [뉴스1]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계는 검찰의 막강한 특수 수사 권한 때문에 검찰 개혁 논의가 시작됐는데, 이상한 해법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법안을 논의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서 특수부 수사는 오히려 더 늘었다”며 “검찰이 특수부 등의 인지수사를 줄여나가 일차적으로 수사를 안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는 게 국회의 컨센서스(합의)”(지난해 12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금태섭 의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폐지하는 정도의 과감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지난 5월 페이스북) 등 특수 수사 축소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창원 의원은 사개특위 소위에서 “검찰이 그동안 수행해 왔던 특수수사의 전문성과 중요성에 대한 현실상의 이유로 인정한다는 원칙”(지난 1월)을 언급하며 조 장관 논리를 반복했다. 결국 검찰의 특수 수사를 유지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은 그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지난 4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4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민주당과 조 장관의 입장은 조 장관 가족들이 수사를 받기 시작하자 바뀌기 시작했다. 특수 수사의 요체인 특수부를 축소해야 한다는 방향으로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다. 조 장관은 지난달 6일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특수부 축소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달 30일 검찰 개혁 관련 보고서를 내고 “특수부 등 직접 수사 조직 통폐합 및 대폭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일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특수부 축소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수부를 3곳만 남기고 모두 없애는 내용의 전날 대검찰청의 개혁안을 언급한 뒤 “제대로 된 개혁은 따로 있다. 특수부의 실질적 축소”라고 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최고위원은 “특수부 축소에 있어서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논의를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현 정부 첫 검찰 개혁안이 나오고 1년 8개월여 만에 특수부에 대한 여권의 입장은 “특수 수사 인정”에서 “특수부 축소”로 바뀌었다. 오신환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개특위에서 검찰의 특수 수사를 통제하자고 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인제 와서 조 장관이 수사를 받게 되니까 특수부를 줄이자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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