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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덜컥 9·19합의…군 최대 대공사격장 못 쓰게 됐다

중앙일보 2019.10.03 00:03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로 군 최대 규모의 대공사격장 훈련이 전면 중단됐다. 9·19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 규정에 따라 표적기를 띄울 수 없게 돼서다.
 

고성 마차진사격장 MDL서 11.5㎞
15㎞ 거리까지 무인기 금지구역
“대공사격 표적기도 무인기 해당”

군 당국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 육군 마차진사격장의 대공사격 훈련은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전면 중단됐다. 군 관계자는 “마차진사격장은 국내 최대 규모 대공사격장”이라며 “훈련 중단 전에는 한 해 30개 이상 부대가 비호와 발칸 등 대공포 사격훈련을 해왔다”고 말했다. 2015년(13만8456발), 2016년(13만3128발), 2017년(13만8768발), 2018년(14만4348발)으로 연평균 13만8674발꼴이다.
 
공중 적대행위 중단 구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중 적대행위 중단 구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9·19 군사합의가 체결될 때만 해도 군 내부에선 마차진사격장의 대공사격이 중단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 5㎞ 이내 포사격을 금지하고 있는데, 마차진사격장은 MDL로부터 11.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대공사격 때 필수적으로 띄우는 표적기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표적기가 무인기로 해석될 경우 이곳에서 표적기를 띄우는 행위 자체가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9·19 군사합의는 MDL 기준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을 동부 15㎞, 서부 10㎞로 명시했다. 결국 군 내부 토의를 거쳐 표적기가 무인기에 해당된다고 보고 해당 금지조항이 발효되는 11월 1일부터 마차진사격장에서의 훈련을 중단키로 했다. 군 소식통은 “당시 회의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일단 비행금지구역을 보수적으로 해석하자는 데 힘이 실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대체 훈련장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훈련 실적 역시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게 됐다. 국내 군 대공사격장인 다락대(육군)·칠포(해병)·대천(공군)·안흥(국방과학연구원)사격장을 대체 후보지로 올려놨지만 이들 사격장에서도 기존 예정된 훈련이 실시돼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이후 마차진 사격장의 대체훈련장 사격훈련 실적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락대와 안흥사격장에서 지난 6월 14개 부대가 4만5882발을, 9월 3개 부대가 9624발을 각각 쏜 게 전부다. 모두 합하면 5만5506발로 마차진 사격장 폐쇄 전 실시된 연평균 사격발수의 40.02%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올해 남은 기간 사격훈련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며 “마차진사격장은 향후 9·19 군사합의 범위 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화기 사격훈련장으로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내부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훈련을 늘리려면 대체 사격장 주변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협의를 거쳐야 한다. 주민들을 무시한 채 군이 무작정 훈련을 늘리기도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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