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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불같이 화냈다는 기록관, 애초 국정과제로 추진

중앙일보 2019.10.03 00:03 종합 8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 개별 기록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이 2022년 5월 개관을 목표로 기록관 건립을 추진한 것이 알려진 지난달 청와대가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셨다”(11일)며 진화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대통령 주재 회의서 예산안 통과
야당 “기록원장, 청와대 세 번 보고”
연구용역도 선대위 출신에 맡겨
진영 “500조 예산 중 일부…당시 몰라”

청와대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국정과제 차원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진행해 왔으며, 청와대에도 수차례 보고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또 기록관 건립 예산안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2일 ‘제37회 임시 국무회의 회의록’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 예산 172억원 중 설계비와 부지매입비 등 32억1600만원이 담긴 2020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박 의원은 이날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국가기록원 측이 청와대에 이 사업을 세 차례 보고한 사실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는 지난 2월 27일 국가기록원과 이 사업 관련 협의를 했고, 지난 3월 26일과 27일에는 이소연 국가기록원장과 기존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최재희 관장이 조용우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에게 별도로 보고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해당 사업이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느냐’는 박 의원 질의에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답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에 따르면 행안부와 기획재정부는 2020년도 예산 협의 과정에서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을 통한 대통령기록관리 체계 개선’이란 사업으로 이를 추진하고, ‘국정과제 8-1 혁신적인 열린정부’란 이름으로 분류했다.  
 
또 국가기록원이 5월 작성한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을 통한 대통령 기록관리 체계 개편 방안’에도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행안부는 이 사업을 위해 전주대 산업협력단과 연구용역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연구 책임자인 전주대 A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인사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날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도 대통령 기록관 추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이 개별 기록관 추진과 관련해 불같이 화를 냈다는데 이해가 안 간다”며 “8월 29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관련 예산이 의결됐는데 청와대에서 정말 몰랐느냐”고 추궁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32억원 예산이 들어간 부분은 국가 예산이 몇백조인 데다 해당 사업만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무위원들이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박완수 의원은 “이 사업이 국정과제로 추진된 데다 대통령 퇴임 후를 준비하는 예산이란 점을 참작하면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감에선 국가기록원 측이 개별 기록관 설립 근거로 내건 ‘서고(보관실) 부족’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 행안부는 논란이 일 당시 “통합 대통령기록관 서고 사용률이 83.7%에 이르렀다”는 자료를 냈다.  
 
박 의원은 “83.7%를 사용하는 서고는 집기류 등이 있는 박물, 선물 서고를 지칭한다. 비밀문서 서고 사용률은 50%, 일반문서 서고 42%, 시청각자료 서고 37.3%다”고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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