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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의 퍼스펙티브]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보낼 수는 없나

중앙일보 2019.10.03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국회 세종시 이전 시나리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이렇게 하면 어떨까?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내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가 조용해질까? 국회가 생산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거기에 청와대까지 세종시로 보내면 어떤가? 서울역에서 시청으로 광화문까지 이어진 상습 시위 구역이 시민의 몫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행정부 대부분 세종시로 옮겨가
되돌릴 수 없다면 국회도 옮겨야
최선은 개헌이나 국민투표지만
분원으로 국정 동맥경화 피해야

정치 혐오를 조장하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필자는 국회가 국정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국회 신뢰도, 정치 신뢰도가 바닥이다. 불만이 많은 분에게 이런 유쾌한 상상을 한번 해보라는 말이다. 사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국정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상 행정수도 역할 하는 세종시
 
올해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종시로 이사했다. 중앙정부의 18개 부 가운데 12개가 세종시에 자리 잡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전에 있다. 서울에는 국방·외교·통일·법무부와 여성가족부 5개 부만 남았다.
 
중앙행정기관 43개, 국책연구기관 15개가 세종시로 갔다. 사실상 세종시가 행정수도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국가 의사결정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청와대와 국회’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현실은 ‘눈 가리고 아웅’격이다.
 
이제까지 세종시 관련 논의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었다. 무엇이 옳은지, 어떤 방법이 국가 미래를 위해 효율적인지를 따지기보다 헌재 결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택지를 고르는 식이었다. 지난 8월 국회사무처가 발표한 국토연구원의 용역보고서나 지난달 2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심포지엄’도 그 틀에서 이루어졌다.
  
출장비만 손해 보면 될 일인가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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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비효율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의 흐름에 동맥경화현상이 생겼는데도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병원을 제쳐놓고 동네 병원만 고집하는 꼴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이 국회·청와대 업무로 서울에 출장 가는 횟수가 한 해 4만 회에 이른다. 다른 조사는 관료의 30%가 ‘1주일에 3~4일은 출장’이라고 한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4월 조사한 결과로는 세종시 공무원의 출장 목적 45.5%가 국회, 출장지의 59.3%가 국회다. 한국행정연구원은 공무원의 국회 출장비로 연간 35억~67억원이 낭비된다고 추정했다.
 
출장비만 드는 정도라면 견딜만하다. 우리 예산 규모에서 그 정도는 별것 아니다. 문제는 행정의 질이 추락한다는 점이다. 한 경제 신문이 세종시 공무원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세종시 이전으로 ‘정책 품질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54.2%, ‘좋아졌다’는 12.5%였다. 한 전직 장관도 정부의 정책보고서가 민간보고서보다 함량 미달인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고 개탄했다.
 
가장 큰 원인을 ‘직원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97.5%)고 그 조사는 지적했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출장이 증가’(49.1%)했고, ‘업무 수단으로 문자·메신저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고(57.4%), ‘잦은 출장으로 대면 부서 회의와 보고가 줄었다’(38.7%)고 한다.
 
수시로 모여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며 정책을 다듬던 공무원들이 출장에 지쳐 카톡으로 보고·지시한다. 사기와 사명감은 땅에 떨어졌다. 나라를 움직이는 중요 정책들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돈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국정 운영의 위기다. 세종시나 충청지역, 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다.
  
상임위 이전은 합헌인가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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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2017)는 “행정 비효율 해소, 수도권 과밀, 불필요한 예산 낭비 등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개헌을 통해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헌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해서 부각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은 세종시에 국회 분원인 세종의사당을 설치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그 연구를 이어받아 국회 일부 기능, 혹은 기관을 옮기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크게 A는 국회의 기능만 옮기는 안이다. 출장 회의를 열자는 것이다. B는 상임위 등 일부 기관을 아예 세종시로 옮기는 안이다. 상주해야 한다. A 안은 국회법을 고치지 않아도 가능한 방법이다. 출장 회의는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흔히 해왔다.
 
B 안은 기구를 일부 옮기는 안이라 법률을 개정하고, 위헌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일단 ‘국회 본회의 심의·의결은 입법권 행사의 최종적 절차이므로, 분원에서 본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국회의 핵심 기능 이전으로 평가돼 위헌이 될 수 있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의 해석이다.
 
입법조사처는 “상임위를 전면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 역시 국회 중요 업무의 이전으로 실질적인 국회 이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주대 윤수정 교수는 “국회의장이 서울에 있고, 본회의 의결 절차가 서울에서 이루어지면 국회 분원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윤 교수도 상임위를 옮기려면 국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개정할 수 있을까
 
국회에 제출된 국회법 개정안은 간단하다. ‘세종시에 그 분원을 둔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 규칙에 위임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19대 국회에 제출됐다. 세종시를 운영하다 보니 행정 비효율이 눈에 띄게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9대가 끝나도록 법안소위 한번 열지 않고, 임기와 함께 자동폐기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개정안이 다시 제출됐다. 세종시 출신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지지부진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다시 자동폐기될 운명이다. 4월 총선이라 거의 마지막 기회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용역도 이 대표의 노력으로 겨우 성사됐다. 2018년 예산에 설계비로 20억원을 요구했으나 마지막에 겨우 2억원을 억지로 끼워 넣었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가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 올해 예산에 10억원, 내년 예산에도 10억원을 설계예산을 올려놨다. 이 대표가 당 대표가 된 덕분이다. 설계용역은 국회법을 개정해야 발주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해도 준공까지 5년이 걸린다.
  
국회·청와대는 못 옮기나
 
국회도 서울과 세종시로 분산하면 비효율이 생긴다. 서울과 세종에 있는 의원들이 회의하려면 어느 쪽이든 달려가야 한다. 정당 내 회의나 본회의를 위해서는 대거 이동해야 한다. 지금 행정부가 겪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큰 불편이다. 국회사무처 등 지원기관도 마찬가지다. 두 집 살림을 감수해야 한다. 아예 국회를 옮기면 깨끗이 해결된다.
 
국정 비효율을 참고 견디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고칠 수 있다면 고쳐야 한다. 고치는 걸 전제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용역을 받은 연구기관은 헌재 결정이라는 절대적 틀 안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틀을 깨는 아이디어는 정치가 내야 한다.
 
앞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가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청와대 세종 집무실 설치다. 공무원 이동의 첫째 요인이 국회라면, 두 번째가 청와대다. 더구나 장관은 참모다. 청와대 비서실이 중심이 된 지금 같은 ‘청와대 정부’는 비정상이다. 대통령이 수시로 장관들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데도 장관들이 서울에 상주한다. 대통령이 움직이면 해결된다.
 
또 한 가지는 개헌이다. 국회는 오랫동안 개헌을 논의해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자는 데 의원 대부분이 동의한다. 어떤 방향이든 선거법을 개정하면 바로 이어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때 행정수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국민투표라도 검토할 만하다. 상황이 바뀌었다. 이미 행정부가 다 내려가 돌이킬 수 없다. 현 상황을 전제로 다시 논의할 때가 됐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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