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NA 들이대자 무너진 이춘재 "언젠가 이런 날 올 줄 알았다"

중앙일보 2019.10.02 15:27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의 사진. [JTBC 캡처]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의 사진. [JTBC 캡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와 내가 한 짓이 드러날 줄 알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다 돌연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자백하면서 이같은 말을 내뱉었다고 2일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혐의를 인정하지 않던 이춘재가 결국 자신이 화성사건 범인이라고 실토한 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검출된 DNA 때문이었다. 5, 7, 9차 화성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이춘재 것과 일치했다. 그는 경찰이 DNA 분석 결과를 알려주자 "DNA 증거가 나왔다니 할 수 없네요"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춘재는 모방 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모두 9차례의 화성사건을 비롯 전혀 다른 5건의 살인까지 모두 14명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강간과 강간미수 등 성범죄는 30여 건이나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일부 범행이 이뤄진 장소를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하는 등 범행 당시 상황을 꽤 상세하게 묘사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화성사건 이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9차례나 원정 대면조사했다. 그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다.
 
경찰은 초기 조사에서 주로 이춘재와 '라포르'(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라포르가 형성됐다고 판단했을 때 경찰이 꺼낸 DNA 카드에 이춘재는 30여년간 숨겨왔던 자신의 악행을 털어놨다. 경찰은 당시 수사기록과 대조하며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포르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춘재가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살인은 몇 건, 강간은 몇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