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민자 SOC 보조금 6조…건설비보다 더 받은 도로까지

중앙일보 2019.10.02 05:00
공항철도가 개통 이후 받은 보조금은 2조 5000억원을 넘는다. [중앙포토]

공항철도가 개통 이후 받은 보조금은 2조 5000억원을 넘는다. [중앙포토]

 '6조 4037억원.' 

  
 정부가 지금까지 철도·도로 등 민자 SOC 사업에 투입한 운영보조금이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철도 건설비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부, 공항철도 등 10개 사업에 보조금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6조 4037억원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비 넘는 보조금
공항철도는 전체 보조금의 40.2% 차지

송석준 의원 "향후 민자사업에선 수요
예측 정확히 해 정부 부담 줄여야만"

 
 2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민자 SOC사업 보조금 지원 현황'에 따르면 현재 중앙정부가 운영 과정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온 사업은 모두 10개다. 
 
 공항철도를 비롯해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대교 등 철도 1곳과 고속도로 9곳으로 이들 시설에 투입된 보조금은 지난해까지 모두 6조 4037억원이다. 
 
 이 중 국내 최초로 '최소운영수입보장(MRGㆍ minimum revenue guarantee)'이 적용된 인천공항고속도로(2000년말 개통)는 2002년 1063억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1조 5175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미 건설비(약 1조 4760억원)를 뛰어넘는 보조금을 받은 셈이다. 물론 건설 당시의 화폐가치와 이율 등을 따지면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최초로 MRG가 적용된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건설비를 넘는 보조금을 받았다. [중앙포토]

국내 최초로 MRG가 적용된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건설비를 넘는 보조금을 받았다. [중앙포토]

 
 최소운영수입보장은 민간사업자의 운영수입이 미리 정해 놓은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일정 부분까지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적용기간은 대부분 개통 후 30년이다.
 
 고속도로 중에서는 두 번째로 MRG가 적용된 천안~논산고속도로(2002년 말 개통)는 2004년(404억원)부터 보조금을 받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모두 6641억원을 지원받았다. 
 
 대구~부산고속도로(2006년 초 개통)는 상대적으로 늦은 2008년부터 보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총액은 7923억원으로 고속도로 중에서는 인천공항고속도로 다음으로 많은 보조금을 기록했다. 
 
 2009년 7월 개통한 용인~서울고속도로는 상대적으로 보조금 규모가 작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54억원을 받았을 뿐이다. 이처럼 보조금에 차이가 크게 나는 건 수요 예측의 정확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용인~서울고속도로가 받은 보조금은 54억원에 불과하다. [중앙포토]

용인~서울고속도로가 받은 보조금은 54억원에 불과하다. [중앙포토]

 
 용인~서울고속도로의 경우 실제 수요가 예상수요에 근접하게 나와서 보조금 액수가 적었지만 다른 고속도로의 경우 예상수요를 과다하게 잡은 탓에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처럼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인해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공항철도다. 2007년 인천공항~김포공항 1단계 개통 이후 MRG가 적용된 2015년까지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1조 4565억원에 달한다. 
 
 개통 이후 운영수입과 수요가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정부 보조금은 2008년 1040억원을 시작으로 3000억원 부근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2015년 6월 '세금 먹는 하마'라는 악평이 붙은 MRG를 없애는 대신 '비용보전방식(SCSㆍstandard cost support)'을 적용하는 재구조화를 했다. 비용보전방식은 운영에 필요한 표준운영비를 정하고, 실제 운임수입이 이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메워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2015년에 공항철도의 보조금을 줄이기 위한 재구조화를 진행했다. [중앙포토]

정부는 2015년에 공항철도의 보조금을 줄이기 위한 재구조화를 진행했다. [중앙포토]

 당시 정부는 재구조화를 통해 협약상 민간의 운영 기간이 끝나는 2040년까지 지원해야 할 보조금이 약 15조원에서 8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SCS에 따라 공항철도에 지원한 보조금은 1조 1200억원이다. 앞서 받은 MRG 보조금까지 합하면 2조 5765억원이나 된다. 민자 SOC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40.2%에 해당한다. 
 
 문제는 앞으로 2040년까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보조금이 7조원이나 남았다는 점이다. 공항철도 수입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이 수치에는 큰 변동은 없을 거란 분석이다.   
 
 이렇게 따지면 보조금은 9조원을 넘어서게 돼 공항철도 민간투자비(3조 110억원)의 3배에 이를 전망이다. 
 
 송석준 의원은 "MRG 제도는 2009년 폐지됐지만, 현재 이와 유사하게 정부와 민간이 운영 책임을 나눠서 지는 '위험분담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rs)' 제도가 도입돼 있다"며 "향후 민자사업에서는 과도한 수요예측 등으로 인해 정부 부담이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