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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우겠다”… 아동보호기관 속인 의붓아들 살해 계부의 거짓말

중앙일보 2019.10.02 05:00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이모(26)씨가 지난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이모(26)씨가 지난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살 의붓아들을 때려서 숨지게 한 계부가 아동보호기관에서 아이들을 데려올 당시 “잘 키우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아이를 데려와서도 부모 교육은 물론 사후 관리도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모두 지키지 않았고 아이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1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된 계부 이모(26)씨는 2017년 1월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당시 3살이던 의붓아들 A군(현 5세)의 얼굴과 목 등을 심하게 폭행하는 등 아이들을 학대했다.
 
다친 아이를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이씨는 결국 그해 10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씨가 수사 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면서 A군과 동생 2명은 어머니와도 떨어져 인천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이씨는 아내와 함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찾아왔다고 한다. 학대를 당한 의붓아들들에 대해 법원이 내린 피해 아동보호 명령이 끝나기까지는 3개월가량 남은 시점이었다.
 

사후관리 동의 조건으로 아이들 돌려보내 

 5살 의붓아들의 손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모(26)씨가 2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씨는 2017년 10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뉴스1]

5살 의붓아들의 손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모(26)씨가 2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씨는 2017년 10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뉴스1]

 
당시 이씨 부부는 “아이들을 데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이후 아동 전문 보호기관과 12차례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 7차례 걸쳐 부모교육도 받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씨의 집을 찾아 분위기 등을 살펴봤다고 한다.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주말엔 집에 보내기도 했는데 아이들도 “보육원에 가기 싫다”고 엄마에게 매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보호 명령이 끝나자 8월30일 보육원을 찾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씨가 지속해서 부모교육을 받고 기관의 가정방문 등 사후 관리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당시 이씨 부부는 “잘 키우겠다”며 아이들을 데려갔다고 한다.
 
하지만 약속뿐이었다. 부모교육과 가정방문 등을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연락하면 이씨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지방에 있다”며 피했다. 그 사이 아이들에 학대는 다시 이어졌고 결국 A군은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숨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아내는 경찰에 “남편이 큰아이를 때릴 때 집에 함께 있었다”면서도 “나도 폭행을 당했고 경찰에 알리면 아이랑 함께 죽이겠다고 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씨의 아내에게서도 폭행당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 현재 A군의 동생들은 다시 어머니와 헤어져 아동보호 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해 아동 사후관리 개입 조건 필요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이씨가 피해 아동보호 명령 기간엔 관련 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아이들을 위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요청해 철저한 사후 관리를 받을 것을 약속하고 보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관계자는 “학대받은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부모가 상담이나 교육을 받아야 하는 강제 조항이 없다. 이번처럼 친권자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법원이 부모교육을 명령하면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씨의 경우는 그런 조항이 없었다. 앞으로는 법원에서 이러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명시하거나 아니면 관련 기관이 부모 교육 등 사후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모란·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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